조삼모사의 경제학

수식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 '의'

by 홍단근

『장자』제물론 편을 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나옵니다. 저공이 원숭이에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줄게.”라고 하자 원숭이들은 불평하였습니다. 그러자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드릴게.”라고 하자 원숭이들은 기뻐하였습니다. 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모두 7개로 같습니다. 이처럼 수식 관계를 의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선택 범위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뒷말이 앞말을 수식하고, 후속 체언 범위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앞말이 뒷말을 수식합니다. 이것은 학자들의 분류이므로 너무 구애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식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순서를 바꾸면 됩니다. “일부의 정치가는 부패했다.”는 “정치가 일부는 부패했다.”로 받아줍니다. 또한 다른 수식을 받는 경우도 순서를 바꾸면 됩니다.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은 “아름다운 시골 풍경”으로 위치를 바꾸면 됩니다.


둘째 생략하면 됩니다. 민법202조의 “선의인 경우에도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선의라도 손해 전부를 배상하여야 한다.”로 줄이시죠.


셋째 다른 말을 넣으면 됩니다. 가운데, 가운데에, 중에 따위를 넣을 수 있습니다. “직원의 한 사람”은 “직원 중 한 사람”으로 받아 줄 수 있습니다.


넷째 다른 조사로 고칠 수 있습니다. 수식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에, 에서’ 따위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랍니다.”는 “공부가 인생에서 전부가 아니랍니다.”라고 변경합니다.


다섯째 수식 관계를 나타내면 다양한 조사와 용언으로 바꿔치기를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모종의, 일종의 따위는 지시어에 접속하는 조사 ‘의’나 비유ㆍ형용을 나타내는 조사 ‘의’처럼 가깝다, 비슷하다 따위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수식 관계의 대표가 되는 말을 알아보시지요. 주로 영어 전치 한정사에 해당하는 말이 수식 관계에서 대표 간판이 됩니다.


① 각각의, 각자의 따위

각각, 서로, 저마다 따위와 같은 말로 고칩니다. “각각의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서로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로, “각자의 속도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저마다 속도로 세상을 살아간다.”라고 만듭니다.

② 거개의, 대다수의, 대부분의, 상당수의 따위

꽤 많은, 거의, 대다수, 대부분 따위로 고치거나 위치를 바꾸거나 조사 ‘의’를 생략합니다. “거개의 저수지에 물이 말랐다.”는 “대부분 저수지에 물이 말랐다.”로, “상당수의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예인을 동경한다.”는 “거의 모든 학생은 연예인을 동경한다. 꽤 많은 학생들은 연예인을 동경한다.”라고 가다듬습니다.


③ 극소수의

매우 드문, 매우 한정된 따위로 고치거나 조사 ‘의’를 생략합니다. “극소수의 학생들만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한다.”는 “매우 한정된 학생들만 좋은 기업에 취업한다.”라고 손질합니다.


④ 또 하나의, 하나의, 하나하나의

‘또 하나의’는 ‘또 다른’으로 수정합니다. “또 하나의 가족”은 “또 다른 가족”으로 고칩니다. ‘하나의’는 같은, 단일, 한 가지 따위로 고치거나 순서를 바꿉니다. “교통체계를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하다.”는 “교통체계를 같은 방식으로 통일하다.”로, “하나의 부지에 여러 건물이 있다.”는 “부지 하나에 여러 건물이 있다.”라고 위치를 바꿉니다. 개개의, 하나하나의 따위는 조사 ‘의’를 생략합니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구성원 하나하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짧게 만들면 됩니다.


⑤ 몇몇의, 수개의, 일부의 따위

몇몇, 여러 가지 따위로 고치거나 위치를 바꾸거나 의를 생략합니다. “수개의 사건에 연루되다.”는 “여러 가지 사건에 연루되다.”로 “일부의 인원만 참석하다.”는 “몇몇 인원만 참석하다.”라고 손을 봅니다.


⑥ 만반의, 제반의, 전체의, 전부의, 전원의, 일체의 따위

모두, 모든, 온, 온갖 따위로 고치거나 조사 ‘의’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만반의 준비”는 “모든 준비, 온갖 준비”로, “통일로 가는 제반의 여건이 성숙되다.”는 “통일로 가는 모든 여건이 성숙되다.”로,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라고 교정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볼까요? 우리말에서는 일체와 일절을 구별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일체의 책임, 일의 일체를 맡기다, 일절 언급하지 않다,”에서 ‘일체’는 명사로 모든 것, 부사로는 전부, 완전히 따위로, 일절은 부사로 아주, 전혀, 절대로 따위로 부정이나 금지를 나타낸다고 풀이합니다. 주석 1) 예문 하나를 더 들면 “북한과 일체의 공적인 대화가 중단됐다.”에서 부정표현인데도 ‘일절’을 쓰지 않고 ‘일체’를 썼을까요? 일본어는 일체, 일절 모두 ‘잇사이(いっさい/一切)’ 하나로 표기를 합니다. 그리고 명사로는 모든, 일체, 전체, 전부 따위로 풀이하고 부정어가 오면 부사로 일절, 전혀, 전연 따위로 해설합니다. 이것을 국어사전이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일본어 사전을 베끼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대로라면 “일체의 책임”은 “모든 것의 책임”이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명사가 아니라 명사구이고, 풀어보면 “모든 책임, 온갖 책임”으로 ‘모든, 온갖’ 따위로 해석되는 관형사가 맞습니다. 복잡한 문법이 싫으면 순우리말을 사용하십시오. “안주 일체”가 아닌 “온갖 안주”로, “외상 일절 사양”이 아닌 “외상 전혀 안됨”으로 써주시면 됩니다.


⑦ 유형의, 종류의, 형태의 따위

가지가지, 각가지, 온갖, 여러 가지, 이런저런 따위로 바로 잡거나 앞말에 수식하는 말이 오면 유형의, 종류의, 형태의 자체를 생략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유형의 가게”는 “온갖 가게”는 “여러 가지 가게”로 “세상에 수많은 종류의 초콜릿이 있다.”는 “세상은 수많은 초콜릿이 있다.”로 “또 다른 형태의 교육방식은 또 다른 교육방식으로 고치면 됩니다. 다시 말하면 앞말에 다른 수식어가 있다면 유형의, 종류의, 형태 따위는 불필요한 말이 됩니다.


⑧ 모종의, 일종의 따위

모종의, 일종의 따위는 독특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떤’을 뜻합니다. 모종의 거래, 일종의 거래는 어떤 거래를 의미합니다. 또 하나는 ‘답다, 스럽다, 와/과 가깝다, 와/과 같다, 와/과 비슷하다, 와/과 유사하다, 와/과 흡사하다, 을/를 닮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일종의 안내문입니다.”는 “안내문과 비슷한 겁니다.”라고 풀이합니다. 또한 가깝다, 같다 따위와 함께 쓰면 중복이 되기 쉽습니다. “그건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는 “그건 사기에 가깝다.”라고 하나면 가져와야 합니다.


⑨ 일각의, 일방의, 일면의, 한쪽의 따위

일부, 일부분, 한쪽 따위로 교환하거나 조사 ‘의’를 생략합니다. “일각의 주장과 다르다”는 “한쪽 주장과 다르다.”가 됩니다. “사회 지도층이 보여주는 일면의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사회 지도층이 보여주는 일부 모습이 실망스럽다.”라고 교체합니다.



일과 이분의 일이 아닌 일과 이분지 일

- 비율·한도를 나타내는 조사 ‘의’


가수 투투가 부른 「일과 이분의 일」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니가 가져간 나의 반쪽 때문인가”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가사 어디에도 이분의 일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분의 일이라고 하면 발음도 어렵고 의미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반쪽이라고 하든지, 이분지 일이 맞는 표현이 됩니다. 이처럼 비율 한도를 나타내면 세 가지로 고치면 됩니다.


첫째 생략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15%가 파산했다.”는 “중소기업 15%가 파산했다.”로 가다듬습니다. 둘째 분지, 중 따위를 넣거나 고유어로 바꿉니다.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은 조합원 3분지 2가 찬성으로 손보거나 조합원 셋 중 둘이 찬성으로 매만집니다. 마지막으로는 다른 용언으로 대체합니다. 비율·한도를 대표되는 말인 내외의, 안팎의, 미만의, 이상의, 이하의 따위는 가량, 남짓, 만치, 만큼, 쯤 따위로 고치거나 용언으로 수정해야 느낌이 삽니다. “50만 원 내외의 보상, 50만 원 안팎의 보상”은 “50만원 남짓한 보상”으로, “30일 미만의 기간”은 “30일을 넘지 않는 기간”으로 껍데기를 바꿉니다, 또한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다.”는 “1개월이 넘는 기간을 정하다.”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는 “300만원이 안 되는 과태료”로 손을 봅니다.


이번 회에서는 수식 나타내는 조사 ‘의’를 살펴보았습니다. 곧 수식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주로 꾸미는 말로 영어 전치 한정사에 해당하는 말이 많습니다. 이런 말은 고유어를 비롯한 쉬울 말로 고쳐주십시오, 또한 비율·한도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분지, 중 따위의 말을 넣거나 다른 용언으로 대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석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022년 3월 9일 확인, 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수록 단어 “일체, 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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