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을 지은 권정생 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앞에는 바위 하나, 옆에는 도랑이 흐르고, 뒤에는 바위산이 있고, 오솔길이 있습니다. 집이라고 해봐야 블록으로 지은 화장실과 단칸방이 전부입니다. 이처럼 우리네는 소박한 삶을 살다 보니, 장소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소재·존재와 생산·제작과 발생·출처와 방향·위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치기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생략입니다. 일본어는 장소를 나타내면 조사 ‘노(の)’를 써야 하지만, 우리말은 조사 ‘의’를 생략하거나 더 나아가 방향, 위치 개념 자체를 생략합니다. “언덕 아래의 집”이 아닌 “언덕 아래 집”으로, “책상의 위에 교과서가 놓여 있다.”는 “책상에 교과서가 놓여 있다.”라고 다듬습니다.
둘째 다른 말을 넣으면 됩니다. 대표선수로는 접미사 발(發), 산(産), 제(製)가 있습니다. 발생·출처를 나타내면 접미사 발을 쓰고 생산·제작을 나타내면 접미사 산, 접미사 제 따위로 집어넣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일본의 중간재 수입 제한”은 “일본산 원재료 수입 제한, 일본제 원재료 수입제한” 따위로 고치면 됩니다. 또한 소재·존재나 방향·위치를 나타내면 상/위, 하/아래, 중/간/가운데, 내/속/안, 외/밖, 옆/측/쪽/편 따위를 끼워 넣습니다. “공원의 의자”는 “공원 안 의자, 공원 가운데 의자”따위로, “창가의 초목”은 “창문 너머 초목, 창가 옆 초목, 창가 쪽 초목” 따위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 구역을 삽입할 수도 있습니다. “성주의 참외”는 “성주군 참외”로, “동래의 온천”은 “동래구 온천”으로, “뉴욕의 맨해튼”은 “뉴욕 주 맨해튼”으로, “충청의 자랑거리”는 “충청도 자랑거리”로 행정 구역을 덧붙일 수 있습니다.
셋째 ‘에, 에서’ 따위로 고치면 됩니다. 일본국립국어연구소 주석 1)에서는 조사 ‘노(の)’가 ‘에 있어서, 에 있어서의’따위와 같은 뜻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앞에서 해설하였듯이 ‘에 있어서, 에 있어서의’ 따위는 장소를 나타내므로 에, 에서 따위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제주도의 명물인 조랑말”은 “제주도에서 명물인 조랑말”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어 투인 “제주도에 있어서 명물인 조랑말”은 바른 고치기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조사와 용언으로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① 소재·존재는 살다, 소재하다, 있다, 존재하다 따위로 ② 발생·출처는 발생하다, 보내다, 생기다, 일어나다 따위로 ③ 생산·제작을 나타내면 만들다, 생산하다, 산출하다, 제작하다 따위로 ④ 방향·위치를 나타내면 딸리다, 매어 있다, 부속하다, 붙어 있다 따위로 손질합니다.
“수족관의 돌고래”는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로, “회사의 문제”는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로, “통영의 굴”은 “통영에서 생산하는 굴”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휴게소에 딸린 화장실”로 손보면 됩니다.
평균의 함정, 양심의 자책, 아픔의 역사
- 추상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
평균의 함정이란 값을 단 하나로 이해하려는 성향입니다. 1살 된 아기와 39살의 엄마를 평균하면 20살이 되지요. 이처럼 조사 ‘의’는 추상적인 장소와도 결합합니다. 추상적인 장소란 눈에 보이는 장소가 추상으로 확대된 개념입니다. 그러나 장소를 나타낼 때와 다르게 조사 ‘의’를 생략하기가 곤란합니다.
이때는 세 가지 방법으로 교대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가운데, 중에서, 속에서, 속으로, 안에서 따위를 넣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다.”는 “마음속에서 준비를 하다”가 됩니다. 민법 137조의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는 “법률행위 가운데 일부분이 무효이면 모두를 무효로 한다.”라고 교정합니다. 둘째 앞서 말한 대로 장소는 에 있어서, 에 있어서의 따위와 같은 뜻이 있으므로 ‘에, 에서’ 따위로 바꿀 수 있답니다. “친구를 괴롭히고도 양심의 자책을 듣지 못했니?”는 “친구를 괴롭히고도 양심 속 자책을 듣지 못했니?”라고 손질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사와 다양한 용언을 사용해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아픔의 역사”는 “아픔을 기억시키는 역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위 아래 위 위 아래
- 지시어와 접속하는 조사 ‘의’
EXID(이엑스아이디)가 부른 「위아래」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는 “위 아래 위 위 아래 ….”로 시작합니다. 이것을 “상기, 하기, 상기, 상기, 하기”라고 풀이하면 누가 알아먹을까요? 차라리 위쪽, 아래쪽이라고 표현하면 조금이라도 이해는 됩니다. 일본어는 이/그/저를 비롯한 다양한 지시어에 ‘노(の)’가 붙여서 명사를 꾸밉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이 사람, 그분, 저 사람처럼 조사 ‘의’를 안 붙여야 정상입니다. 이런 유형에는 다음의, 상기의/하기의, 위의/아래의, 전조의, 전항의 따위와 그들/이들/저들, 그쪽의/이쪽의/어느 쪽의, 그(들)의/이(들)의/저(들)의 따위가 있습니다.
그럼 고치는 방법을 알아보시지요. 첫째 생략하면 됩니다. “아래의 공지사항”은 “아래 공지사항”으로, “이들의 사연은 “이들 사연”으로 덜어 내세요. 둘째 ‘쪽’ 따위를 넣습니다. “위의 알림”은 “위쪽 알림”으로, “전조의 사항”은 “앞쪽 사항”으로 고치면 됩니다. 사람과 관련되면 “네”를 넣어주면 됩니다. “그들의 모습”은 “그네들 모습”으로 변신시키십시오. 마지막으로는 ‘와/과 같다’로 받아주면 됩니다. “다음의 사항”은 “다음과 같은 사항”으로 교정합니다.
여담으로 이, 그, 저와 같은 지시어는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생략합니다. 민법 41조를 보시지요. “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제한은 이를 정관에 기재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 없다.”에서 불필요한 지시어를 생략해도 됩니다. 곧 “이사 대표권 제한하려면 정관에 기재해야 한다, 이사 대표권 제한은 정관에 기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라고 하시죠.
이번 단원에서는 공간을 나타내는 조사 ‘의’를 살펴보았습니다.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생략하거나 접미사 발, 산, 제를 비롯한 다른 말을 넣어 줍니다. 장소 개념이 확대된 추상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의’는 생략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시어와 접속하는 조사 ‘의’는 쪽, 네 따위나 ‘와/과 같은’ 다른 말을 넣거나 생략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