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매는 동짓날 메주콩을 불려 삶고 모양을 다듬고 새끼줄로 엮습니다. 이불을 씌우고 아랫목에서 메주를 띄웁니다. 띄운 메주를 실강에 달아 놓으면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음력 2월 말에 메주를 이용하여 간장을 만들지요. 어매가 돌아가신 다음 이제는 간장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운 것은 엄마가 만든 음식이 아닐까요?
의존명사와 형식 명사를 도입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의존명사는 메주에 기생하는 곰팡이이고, 형식 명사는 메주가 발효한 간장입니다. 학교 문법에서 자립명사와 대조되는 것, 데, 만, 바, 뿐 따위로 시작하는 의존명사를 배웠지요. 우리말은 곰팡이처럼 다른 말과 독립해서 사용될 수 없는 의존 명사를 간판선수로 대우해줍니다. 하지만 일본어는 간장처럼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형식 명사를 대표선수로 받아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말은 띄어쓰기에 초점을 맞추나, 일본어는 의미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먼저 형식 명사의 족보를 살펴볼까요? 마쓰시타 다이사부로(松下大三朗)주석 1) 씨는 “형식 명사란 앞말에 연체형이 올 때 형식적 의미는 있으나 실질적 뜻이 없는 명사”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형식 명사는 본래 뜻을 지닌 실질 명사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원래 뜻과는 멀어진 새로운 명사를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일본어 형식 명사를 직역한 말을 일본어 투 형식 명사라고 정의하고 줄임말은 형식 명사라고 부릅시다.
형식 명사는 해로운 곰팡이처럼 사고뭉치가 됩니다. 문제점 두 가지만 고자질해보겠습니다. 하나는 후치사 상당구와 함께 문법을 붕괴시킵니다. 우리말은 구가 아닌 낱말이 중심이 됩니다. 사전도 낱말로 풀이하지요. 그러나 일본어는 형식 명사 앞에 과거형, 진행형, 현재형, 미래형과 같은 연체형이 옵니다. 이것을 직역하면 관형사형 전성 어미가 됩니다. 곧 ‘ㄴ/은/는/ㄹ’과 같은 관형사형 전성 어미에 다음에 명사가 오는 구 형태가 됩니다. 참고로 일본어 투 형식 명사 앞말에 오는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는 게 싫다면 앞말에 ‘ㄴ, ㄹ, 이라는, 기’ 따위가 있는지 보시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예문을 한 번 보시죠.
“음식을 거부한 상태에서 단식 농성을 하였다.”는 과거형[た]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4대 보험을 올리다.”는 진행형[ている]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정부 개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는 현재형, 미래형[する]을 띠고 있습니다. “산전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동격 관형절[という]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완전한 절이 오는 형태에서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에는 순찰 도중 눈길에 미끄러졌다.”처럼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앞에 오는 형태가 있습니다. 동사성 한자어 명사에는 ‘하다, 되다’ 따위의 동사가 숨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명사화 접미사 ‘기’를 붙이기도 합니다. “보고하기 위해 전령을 보내다.”가 견본이 되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띄어쓰기에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어 형식 명사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한자어 실질 명사, 고유어 실질 명사, 조사, 부사, 관형사, 어근 따위로 제멋대로 사용해버립니다. 마치 전통방식으로 만든 간장은 한식간장, 조선간장, 국간장 따위로 부르는 사람마다 이름을 달리하지요. 보기를 들면 일본어 형식 명사 아타리(辺り)를 접미사로는 경, 쯤 따위로 받을 수 있고, 의존 명사로는 무렵, 쯤, 즈음 따위로 쓸 수도 있고, 한자어 실질 명사 정도(程度) 따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띄어쓰기에 혼란을 가져옵니다.
덧붙이면 일본어 투 형식 명사는 우리말에서 실질 명사와 접사와 조사로 함께 쓰이므로 구별이 어렵습니다. 마치 보통 사람이 마트에 가서 일본간장인 혼합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따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이치와 같습니다. 보기를 들면 접미사로 같이 사용되는 것은 상, 하, 간, 끼리, 경, 께, 가량, 용 따위가 있습니다. 또한 마다, 씩, 까지, 만큼, 만치, 보다, 대로 따위는 조사와 같이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이 형식 명사는 문제, 경험, 가능성, 도중, 점, 가운데, 아래 따위와 같이 실질 명사와 같이 사용되어 뜻풀이에 혼동을 일으킵니다.
일본어 투 형식 명사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시죠. 벌집 모양처럼 6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두루 쓰는 형식 명사에는 것, 상황 따위가 있습니다. 둘째 공간에서 유래된 형식 명사는 상, 하, 중, 간, 내, 외, 전후, 정도 따위가 존재합니다. 셋째 연결형 형식 명사는 때문에, 이상, 한, 경우, 때, 시 따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말 연결어미처럼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넷째 종결형 형식 명사는 ‘형식 명사+다’가 오는 형태로 모양새다, 계획이다 따위가 예시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방향과 관련된 형식 명사로는 계통, 방법, 대상 따위가 본보기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사류 형식 명사란 조사 겸 형식 명사로 사용되는 것을 정의합니다. 형식 명사의 분류는 붙임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일본어 투 형식 명사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시지요.
첫째 조사와 결합합니다. 이상에는, 시에는, 덕분으로, 탓으로 따위처럼 에는, 으로 따위가 붙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때문에, 하에서, 중에, 전에, 끝에 따위와 같이 조사 ‘에’가 붙습니다.
둘째 접속부사를 만듭니다. 이것을 다음 장에 배울 형식 명사류 접속부사와 연관이 있습니다. 일본어 투를 따라 하다 보니 형식 명사 자체로 쓰거나, 앞에 ‘그/이’와 같은 지시어가 결합하여 접속부사를 구성합니다. 보기를 들면 때문에, 덕분에, 반면, 한편 따위나 이를 위해, 그 위에, 그 후에, 그 가운데 따위가 있습니다.
셋째 한자어 접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우리는 접사를 공부하였습니다. 각(各), 매(每), 별(別), 당(當) 따위는 비슷하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말 마다와 같은 형식 명사 다비(たび)를 따라 하였기에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접미사 물은 형식 명사 모노(物)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접미사 리(裏)도 알고 보면 형식 명사에서 유래되었지요.
오늘은 형식 명사를 시작하였습니다. 형식 명사는 본래 뜻에서 멀어져 새로운 개념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의존 명사와 일부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어 투 형식 명사를 대부분 한자어로 표시하다 보니 우리말이 어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