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국수는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일본어로는 소바(そば)라고 부르지요. 소, 바와 의미가 같은 형식 명사 도코로(ところ/所)는 본디 장소를 표시합니다. 하지만 ‘것’과 마찬가지로 MSG처럼 다양한 용법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그럼 살펴보시지요?
첫째 시간을 나타내는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일본어에서 과거형, 진행형, 현재형·미래형과 결합하여 시간 관계의 형식 명사가 됩니다. 우리말로 직역해 보면 과거는 ‘한 다음, 한 이후, 한 직후, 한 후’로 받습니다. 현재는 ‘은/는 가운데, 은/는 도중, 은/는 중(에)’로 풀이합니다. 미래는 ‘하기 전, 하기 직전’ 으로 받아줍니다. 예문을 한 번 보시죠.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다.”는 “새 정부가 시작하고 나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다.”라고 가다듬습니다. “거래를 하는 도중에 잠적했다”는 “거래를 하다가 잠적했다.”라고 갈아주시죠. “도둑은 치료하기 전에 도망갔다.”는 “도둑은 치료를 앞두고 도망갔다.”라고 교정합니다. 자세한 풀이는 시간의 형식 명사 ‘전(前), 중(中), 후(後)’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둘째 상황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상황, 지경, 처지, 형편과 같은 한자어로 풀이됩니다. 그나마 고유어인 ‘마당에, 터에, 판에, 판국에, 통에’로 교체하시죠. 다만 비슷한 한자어 형식 명사인 ‘가운데, 도중, 중, 와중’으로는 변경하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은 “자영업자가 힘들어하는 판국에”라고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영업자가 힘들어하는 중에”라고는 수정하지 마십시오. 또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기부금을 내다.”는 “넉넉하지 않은 마당에 기부금을 내다.”라고 다듬으시죠.
참고로 ‘상태(로), 상태에서’는 고유어인 ‘채’로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누운 상태에서 5분 동안 명상하세요.”는 “아침에 누운 채로 5분 동안 명상하세요.”라고 다듬질합니다.
셋째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본디 점(点)은 부분이나 땡땡이 양말처럼 점무늬를 뜻하지요. 측면은 측면 공격처럼 옆구리랍니다. 하지만 완전한 문장인 동격절에서 점, 측면은 형식 명사로 사용되어 원인, 이유를 나타내지요. 이때는 원인, 이유의 어미로 모양을 바꿉니다. “국회가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국회가 해결책을 제시하였으므로 큰 의미가 있다.”라고 대신하시죠. “시민이 스스로 참여를 했다는 측면에서 뜻이 깊다.”는 “시민이 스스로 참여했기에 뜻이 깊다.”라고 대체합니다.
넷째 특정 장면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이것은 ‘순간에, 찰나에’로 풀이됩니다. ‘순간에, 찰나에’는 ‘바로 그때, 하자마자, 참에'로 손을 보시지요. 하지만 “산불은 방심하는 순간 일어난다.”는 “산불은 방심하자마자 일어난다.”라고 모습을 바꾸시죠.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던 찰나 긴급한 전화가 왔다.”는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던 그때 긴급한 전화가 왔다.”라고 바로잡으시죠.
다섯째 ‘에 따라다, 에 의하다’와 결합합니다. 바에 따라(서), 바에 의하여[ところにより]가 이런 형태입니다. 이것은 ‘그것과 같이, 그것을 따라서’라는 뜻이 있으므로 ‘대로’나 ‘바와 같이’로 바루시죠. “개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매년 1회 의무 교육을 실시한다.”는 “개별법에서 정하는 대로 해마다 1회 의무 교육을 실시한다.”라고 변경하시죠. 헌법 제38조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대로 납세할 의무를 진다.”라고 변신시킵니다.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우리말은 띄어 쓰는 ‘는 데’와 붙여 쓰는 ‘는데’가 있습니다. 띄우는 ‘는데’는 형식 명사 도코로(ところ)를 직역한 말입니다. 그러므로 ‘것, 경우, 곳, 구석, 부분, 장소, 점’과 같은 뜻이 있으면 띄어쓰기를 합니다. “시끄러운 데를 싫어한다.”는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한다,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를 의미합니다. “흠잡는 데가 없다.”는 “흠잡을 것이 없다, 흠잡을 경우가 없다”와 같은 말입니다. 또한 “닮은 데가 많다.”는 “닮은 구석이 많다, 닮은 부분이 많다, 닮은 점이 많다.”와 같습니다.
하지만 붙여 쓰면 ‘그런데, 그러나(げれども)’ 따위나 ‘이/가 되다(になる)’의 뜻하므로 어미가 됩니다. “다들 걱정했는데 잘 해내다.”는 “다들 걱정했다. 그런데 잘 해내다.”로 풀이됩니다. “집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는 “집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다.”를 의미합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장소를 나타내는 일본어 도코로(ところ/所)는 우리말에서 여러 가지 형식 명사로 활용됩니다. 시간을 나타내고, 원인·이유를 표현하고, 상황을 표시하기도 하며, 특정 장면을 묘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