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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가짜가 진짜를 지배하는 말 세상

#2  우리말과 글이 놓인 슬픈 현실

 우리말과 글은 슬프지만 우리 것이 아닌 게 많습니다. 보고서나 신문과 같이 실제 생활에서 쓰는 글에 꽤 많은 부분이 가짜 일본어입니다. 가짜가 진짜를 지배하는 말 세상이 되었습니다. 한술 더 떠서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어까지 뒤범벅이 되어 우리말과 글은 흙탕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근대 혼란기에 일제 침입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제는 우리 민족을 영원히 지배하려고 일본어를 가져왔습니다. 그 뒤 일본은 패망했지만, 낡아빠진 일본어는 이 땅에 남아 언어 디엔에이(DNA)를 변질시켰습니다. 이 땅에 지식인들은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우리말과 글을 발굴하기보다는 남겨진 일본어를 털도 뽑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이름표만 일본어에서 우리말로 바뀌었습니다. 보기를 들면 민법과 일본 민법을 비교하면 거의 복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민낯을 알기 어렵지만, 구글 번역을 활용해보면 얼굴이 화끈할 지경입니다. 광복 후 바로잡았다면 좋으련만 벌써 몇 세대가 지나기에 모든 것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모국어를 살리려면 종양을 도려내는 수술은 아니더라도 약물 치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말과 글 다듬기(다른 말: 국어 순화)는 오염된 말과 글을 올바르게 고치기로 이름표를 달 수 있습니다. 국어를 순화한다는 명목으로 한자어를 억지로 고유어로 대체하면 오히려 낯선 말이 됩니다. 더욱이 우리말 어휘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자어를 빼면 다양한 표현이 어렵습니다.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들 때는 많은 어휘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복잡해진 세상에서는 고유어만으로 표현하기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쉬운 한자어로 고치기도 울며 양파 먹기 식으로 국어 순화에 포함시킵니다.

     

 국어 순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자어 고치기와 일본어 번역 투 고치기와 외래어 고치기가 있습니다. 고유어를 파고들면 비어 고치기와 속어 고치기와 은어 고치기가 있습니다. 문법으로는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과 외래어 표기법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한자어 고치기와 일본 문법을 수반하는 일본어 투 고치기를 위주로 풀이하겠습니다. 나머지 외래어 고치기는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다듬기를 활용하고, 주석 1)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과 외래어 표기법은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을 참고하시어 올바른 우리말과 글로 고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주석 2)

          

 그럼 왜 국어 순화가 안 되었을까? 첫째 명사 고치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한자어 명사인 고수부지는 둔치마당으로, 나대지는 빈집 터로, 대두유는 콩기름 변경하였습니다. 일본어 투 명사인 ‘다마네기’를 양파로, ‘오뎅’을 어묵으로, ‘간스메’를 통조림으로 바꾸는 데만 몰두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명사가 아닌 어미와 조사와 용언과 부사를 잘 써야 합니다.

     

 둘째 다양한 어휘를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한자어는 먼저 고유어를 찾고 다음은 쉬운 한자어를 써야 합니다. 또한 고유어가 없다면 쉬운 한자어를 찾아야 합니다. 보기를 들면 ‘시작, 발족, 출발, 출범’에서 발족이나 출범을 쓰기보다는 그나마 쉬운 한자어인 시작이나 출발을 사용해야 합니다.

      

 셋째 고유어 부사가 지닌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과 글은 살아있는 물고기와 같습니다. 하지만 한자어는 고인 물과 같아서 물고기는 죽어버립니다. 고유어 부사를 잘 써야 말과 글이 살아납니다.

     

 지금까지를 요약해본다면 한자어를 바탕으로 삼는 일본어 투는 생각을 추상화해줄 뿐입니다. 추상을 하려면 배경 설명이 해야 되므로, 읽는 이가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읽는 이에게 뇌 소비를 시키시지 마시고 글쓴이가 읽는 이에게 머릿속에 그려 줘야 합니다. 또한 우리말과 글을 뇌 속에 고인 게 아니라 움직여야 합니다.

      


 주석 1) 국립국어원, “우리말 다듬기,” 2021년 10월 4일 확인, https://www.korean.go.kr/front/imprv/refineList.do?mn_id=158.


주석 2) 국립국어원, “한국어 어문 규범,” 2021년 10월 4일 확인, https://kornorms.korean.go.kr/main/main.do.   

       





글쓴이 눈을 멀게 하는 한자어

한자어의 장점과 단점


 드라마「허준」을 보면 미련한 돌쇠 이야기가 나옵니다. 돌쇠는 허준이 처방해준 부자(附子)가 들어간 보약을 어머니에게 많이 먹였다가 눈을 멀게 합니다. 사약 재료인 부자는 통증 치료에 효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독약이 됩니다. 그럼 한자어가 성질을 알아볼까요?

      

 먼저 보약이 되는 한자어 성질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한자어는 부화기입니다. 한자 구(區)나 분(分)으로 구분, 구획, 분담, 분로, 분류, 분배, 분여, 분할과 같이 다양한 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한자어는 노루꼬리처럼 간결합니다. ‘어찌하였든’나 ‘어찌 되었던’을 ‘좌우간’이나 ‘하여간’으로 짧게 만듭니다. 셋째 한자어는 꼼꼼한 참빗과 같습니다. 같은 ‘기르다’도 사람은 양성으로 쓸 수 있고, 동물은 사육을 쓰고, 세균은 배양으로 표현하고, 나무는 양묘를 사용합니다. 

    

 다음은 독약이 되는 한자어를 알아볼까요? 첫째 동명이인이 많습니다. 한자어는 수많은 동음이의어가 있으므로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리만으로 한자어를 읽는 우리말에서는 동음이의어가 많아 발라내기가 어렵습니다. 보기를 들면 고사는 외딴 절간[孤寺]이나 곳간[庫舍]이나 옛 사당[古祠]이나 깊이 생각하다 [考思]를 비롯하여 30개가 넘는 단어가 같은 발음으로 사용합니다.

      

 둘째 물귀신입니다. 일본어 투는 한자어 명사 중심으로 말을 연결합니다. 한번 한자어에 쓰기 시작하면 다음에도 한자어를 끌어들입니다. 보기를 보면 ‘역사의 의미’는 한자어와 조사 ‘의’와 한자어가 결합합니다. ‘역사적 의미’도 한자어랑 접미사 적이랑 한자어가 들러붙습니다. ‘역사에 있어서 의미’는 한자어랑 후치사 상당구 랑 한자어가 합쳐졌습니다. ‘역사상 의미’는 한자어와 일본어 투 형식 명사와 한자어가 결속합니다.

     

 셋째 어미 살해범입니다. 우리말은 용언이 중심이 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자어를 쓰면 ‘하다’나 ‘되다’ 꼴만 나와 다양한 어미를 죽입니다. 고유어인 ‘쪼들리다’나 ‘없어지다’를 한자어인 ‘적빈하다’나 ‘고갈되다’로 고치면 따분한 삼식이가 됩니다. 

     

 결론을 내리면 파라켈수스의 “모든 약은 곧 독이다. 약과 독은 용량의 차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한자어는 되도록 적게 써야 약이 됩니다. 한자어를 남용하면 글쓴이의 눈을 멀게 할뿐더러 읽는 이에게 안목을 흐리게 만듭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적폐라고

올바른 고치기 방향

     

1. 무엇을 고칠까

 한글 적폐를 요약하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입니다. 적폐에는 조사 의[の], 후치사 상당구인 ‘에 의한[による]’, 형식 명사인 ‘위한 [ため/為]’이 있습니다. 또한 국민의 말고 국민적으로 고치면 접미사 적(的)이 나옵니다. 모두 일본어 번역 투 말입니다.


 그럼 간단하게 번역 투가 무엇인지 알아보시죠. 오경순 주석 1)씨는 번역 투란 원문 구조에 치우친 직역의 결과로 번역문에 나타나는 상투적이고 어색한 외국어 식 표현이라고 꼬리표를 달았습니다. 다양한 번역 투 가운데 우리말을 좌우하는 일본어 번역 투가 대표가 됩니다. 그러나 번역문이 아닌 우리 삶 속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다른 번역 투와 다릅니다. 일본어 번역 투는 대부분 한자어 명사와 함께 후치사 상당구, 접미사 적, 조사 ‘의’, 형식 명사가 오는 구조입니다. 출생신고를 하자면 4대 악입니다.

      

2. 어떤 방향으로 고칠까     

 첫째 문장을 통째로 고쳐야 합니다. 4대 악은 수은(水銀)입니다. 수은은 다양한 모양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뭉칩니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를 고친다고 해서 완전해지지 않습니다. 보기를 들면 ‘대하다’에서 ‘에 대하다’가 나옵니다. 또한 접사 대(對)와 중첩 조사인 ‘에의’와 일본어 투 형식 명사인 대상과 상대와 상(上)으로 탈바꿈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형태를 바꾸기에 문장을 통째로 고쳐야 합니다.

      

 둘째 같은 말이라도 다른 조건을 적용해야 합니다. 후치사 상당구나 조사 ‘의’나 형식 명사는 앞말에 어떤 말이 오느냐마다 다른 조건을 적용해야 합니다. 곧 앞말에 동사성 한자어 명사와 일반 명사가 오는지 보아야 합니다.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오면 앞에 어미나 용언으로 바꾸고, 일반 한자어 명사가 오면 조사를 활용합니다. 특이하게 접미사 적(的)은 뒷말에 영향을 받습니다. 뒷말을 따라 부정 표현과 긍정 표현으로 구별해야 하고, 같은 뜻이라도 동음이의어를 골라내야 하고, 처음 뜻과 멀어진 뜻을 가려야 합니다.

    

 셋째 날카롭게 고쳐야 합니다. 글 속에 내부의 적을 만드는 접미사 적(的)과 물을 탄 문장으로 만드는 조사 ‘의’는 칼날처럼 고쳐야 합니다. 후치사 상당구와 형식 명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접미사 적(的)은 파면 팔수록 다양한 뜻이 있는데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국어순화집』조차 30개 남짓한 설명밖에 없습니다. 이래서는 썩은 무도 자르지 못한 무딘 말이 됩니다.

     

3. 어떻게 고칠까     

 4대 악을 어미, 조사, 용언, 부사로 다듬어야 합니다. 먼저 어미를 살펴볼까요? 서양어는 주로 명사가 많이 변합니다. 하지만 일본어와 우리말은 주로 어미가 바뀝니다. 다만 일본어는 가정형, 명령형, 미연형, 연용형, 연체형, 종지형으로 어미가 변경되나, 종류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먹다, 먹고, 먹어서, 먹으면서, 먹었다가, 먹을뿐더러, 먹으려고, 먹으려니와, 먹을까’와 같이 수많은 어미가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생명력은 어미가 있습니다. 우리말 어미 가운데 복문을 잘 연결하려면 연결 어미를 잘 살려야 합니다. 국가대표가 되는 연결 어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원인·이유로는 ‘기에, 느라고, 느니만큼, 니까, ㄹ세라/을세라, 므로, 아/어/여, 아서/어서/여서’가 있습니다. ② 상황·조건으로는 ‘거든, 거나, ㄴ데/는데/은데/는바, 라면/려면, 아도/어도/여도, 아야/어야/여야, 으면’가 있습니다. ③ 무관·양보에는 ‘기로, 기로서니, ㄴ들, 더라도, ㄹ망정, ㄹ지라도, ㄹ지언정, 아도/어도/여도’가 있습니다. 

    

 또한 ④ 계속·나열에는 ‘고, 고서, 며, 면서, 아/어/여, 아서/어서/여서, 으면서’가 있습니다. ⑤ 첨가에는 ‘거니와, ㄹ뿐더러, 으려니와’가 있습니다. ⑥ 목적에는 ‘고자, 여고, (으)러, 으(려), (으)려고’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⑦ 대조로는 ‘건만, (으)나, 지만’이 있습니다. ⑧ 선택에는 ‘건/거나, 든/든지, 든가, (으)나’가 있습니다. ⑨ 정도에는 ‘도록, ㄹ수록, 으리만큼, 으리만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조사를 살립니다. 4대 악의 앞말에 일반 명사가 오면 조사를 살려야 합니다. 후치사 상당구는 블랙홀처럼 거의 모든 조사를 죽입니다. 접미사 별(別)이나 접미사 당(當)은 ‘마다’로 가다듬습니다. 조사 ‘의’는 다른 조사로 변경해야 합니다. 형식 명사인 ‘경우’는 ‘은/는’으로 대체하고, 접속부사 ‘및’은 ‘와/과, 하고, 이랑’으로 다듬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세한 조사 고치기는 붙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다음으로는 용언으로 고칠 줄 알아야 합니다. 후치사 상당구와 접미사 적(的)과 조사 ‘의’와 형식 명사는 용언으로 교체해야 우리말답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유어 부사를 살려야 합니다. 한자어와 ○○적으로 만든 ‘균형적으로, 우선적으로’는 ‘골고루, 먼저’로 고칩니다. 조사 ‘의’로 만든 ‘자기의, 상호의’는 ‘스스로, 서로’가 잘 대체해야 합니다. 일본어 투 한자어 명사 부사는 ‘극도의, 부단히’는 ‘매우, 꾸준히’로 순화합니다.

     

 요약해 봅니다. 4대 악을 후치사 상당구와 접미사 적(的)과 조사 ‘의’와 형식 명사는 어미랑 조사랑 용언이랑 부사로 고쳐야 합니다.

     


주석 1) 오경순, 번역 투의 유혹 (서울: 이학사, 2010), 25-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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