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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사랑의 온도

#18 조사 ‘의’를 동사로 고치기

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주인공인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랑 프랑스 요리사랑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의 온도」도 좋지만 「사랑하는 온도」가 더 끌립니다. 

     

이처럼 조사 ‘의’는 동사로 고칠 수 있습니다. 동사 고치기에는 사변 동사의 어간에 접속과 동사성 명사에 접속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사변 동사의 어간은 무엇일까요? 우리말 ‘하다’와 대응하는 일본어 스루(する)는 사행에 포함됩니다. 게다가 다른 동사와 달리 불규칙하게 활용됩니다. 이것을 가리켜 사행 변격 동사나 사변동사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설명했던 수많은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곧 사변 동사의 어간이 됩니다. 보기를 들면 ‘약속하다’에서 약속은 사변 동사의 어간이 되고, ‘하다(する)’가 붙습니다. 신현수 주석 1) 님은 사변 동사의 어간은 ‘하다’나 ‘되다’가 쉽게 생략된다고 하였습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약속의 날이 다가왔다.”는 “약속한 날이 다가왔다.”라고 고치면 됩니다. 또한 “구속의 이유를 몰랐다.”는 “구속된 이유를 몰랐다.”라고 가다듬으면 됩니다.

      

 다음은 동사성 명사에 접속입니다. 이것은 동사를 명사로 만든 형태입니다. 이것은 관형사형으로 교체하시면 됩니다. “배움의 기회”는 “배울 기회”로 다듬으시면 됩니다. 

    


주석 1) 신현수, “일본어 연체격조사「の」에 대한 한국어 대응 표현 분석: 번역작품의 번역 예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서울, 2007), 49-54쪽, http://www.riss.kr/link?id=T11484086, (2021. 4. 8. 확인).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아닌 청렴할 의무

  형용사로 고치기

     

 헌법 41조 1항에서는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말답게 표현하려면 “국회의원은 청렴할 의무가 있다.”라고 교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조사 ‘의’는 형용사로 고칠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는 4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형용동사의 연체형 어미’가 있습니다. 일본어는 형용사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본 고유어와 잘 어울리는 이(い) 형용사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한자어를 좋아하는 형용동사[딴 이름: 나(な) 형용사]가 있습니다. 일본어는 형용동사가 명사를 수식하면 ‘나(な)’가 아닌 ‘노(の)’로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반대입니다. 일본어를 직역한 조사 ‘의’가 아닌 관형사형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일본어는 “공정의 가치[公正の価値]”로 표현하나, 우리말은 “공정한 가치[公正な価値]”가 맞습니다.

     

 둘째 명사화된 형용사가 있습니다. 이것은 동사성 명사처럼 형용사를 명사로 만든 형태입니다. 보기를 들면 형용사인 ‘가깝다(近い)’를 명사인 ‘근처’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석을 해보면 “근처의 가게[近くの店]”는 “가까운 가게”가 됩니다. 명사화된 형용사에는 ‘극, 고, 다, 대, 소, 저, 최’ 따위와 같은 형용사 성질을 지닌 한자가 잘 옵니다. “극도의 긴장”은 “극심한 긴장”으로, “고가의 선물”은 “값비싼 선물”로, “다각도의 노력”은 “다양한 노력”으로 받아줍니다. 또 “대량의 하자”는 “수많은 하자”로, “소량의 오차”는 “사소한 오차”로, “저가의 물건”은 “질이 낮은 물건”으로, “최적의 동반자”는 “가장 좋은 동반자”로 교정합니다.

     

 셋째 비유·형용 따위를 나타내는 조사 ‘의’가 있습니다. 비유·형용은 모두 형용사에 포함되므로 같은 친구로 묶었습니다. 비유·형용을 나타내는 조사 ‘의’는 형용사류 적(的)과 비슷비슷합니다. 둘 다 ‘가깝다, 같다, 답다, 스럽다, 비슷하다, 유사하다, 흡사하다’ 따위로 고칠 수 있습니다. “신사의 품격”과 “신사적 품격”과 “신사와 같은 품격”은 비슷합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은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이 아닌 “인간다운 존엄성을 보장”이라고 해야 우리말답습니다. 

     

 여담이지만 일부 관용적 표현을 나타내는 조사 ‘의’도 위와 같이 고칠 수 있습니다. “강철의 의지”는 “강철과 같은 의지”로, “무쇠의 주먹”은 “무쇠와 흡사한 주먹”으로, “하루살이의 인생”은 “하루살이와 비슷한 인생”으로 교체합니다.

     

 마지막으로 모양, 색상, 성질, 상태를 나타내는 조사 ‘의’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성질과 상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므로 모양과 색상만 풀이하겠습니다. 모양과 색상을 나타내는 조사 ‘의’는 대부분 생략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의 영향으로 점점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모양과 색상을 나타내는 조사 ‘의’는 쉬운 우리말로 받거나 ‘형’이나 ‘빛’을 포함한 다른 말을 넣어서 손질합니다. “원형의 상자”는 “둥근 상자”로, “황색의 불빛”은 “노란색 불빛”으로, “삼각의 피라미드”는 “삼각형 피라미드”가 잘 어울립니다.

     


 스승의 날이 아닌 스승을 기리는 날

 조사+용언으로 고치기

     

 조사 ‘의’는 다른 조사와 용언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로는 용언의 의미를 포함할 때와 관용적 표현이 있습니다. 다만 필요성을 나타내는 조사 ‘의’는 용언의 의미를 포함할 때와 같은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조사+용언으로 고치기는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먼저 용언의 의미를 포함하는 조사 ‘의’를 살펴볼까요? 스승의 날이라고 하지만 그 속내는 스승을 기리는 날입니다. 더 나아가 스승에 감사하는 날, 스승을 생각하는 날 따위로 얼마든지 좋은 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달력에서 기념일을 나타내는 ○○의 날은 다양한 용언으로 교환해 줍니다. 

     

 조사 ‘의’를 받을 수 있는 용언은 너무 많으므로 대표가 되는 세 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첫째 대상·관계를 나타내면 ‘와/과’와 더불어 관련하다, 다루다, 얽히다, 연관되다, 취급하다 따위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밝히다.”는 “5.18 민주화 운동과 얽힌 진상을 밝히다.”라고 교대합니다. 둘째 영향·원인을 나타내면 ‘이/가’와 아울러 겪다, 미치다, 주다 따위로 손을 봐줍니다. “이웃의 아픔을 감싸다.”는 “이웃이 겪는 아픔을 감싸다.”라고 변경합니다. 마지막으로 옷이나 장신구는 ‘을/를’과 함께 매다, 쓰다, 입다, 착용하다 따위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상복의 사람들이 서성인다.”는 “장례식장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성인다.”라고 옷을 바꿉니다.  

   

 둘째 관용 표현은 쉬운 말로 순화합니다. “절세의 미인”은 “세상에 다시없는 미인”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주지의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포장지를 바꾸시면 됩니다.     

 이쯤에서 용언의 고치기를 요약해 봅니다. 일본어는 용언을 명사로 만들고 조사 ‘노(の)’로 연결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용언의 관형사형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곧 조사 ‘의’가 아닌 용언으로 받아줘야 우리말다운 말이 됩니다. 

    



노사랑이 대단한 일본     

 관형사·부사 따위로 고치기

      

 일본어는 조사 ‘노(の)’를 대단히 사랑합니다. 심지어 부사에도 붙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조사 ‘의’는 관형격 조사입니다. 그러므로 부사에 조사 ‘의’를 붙이면 문법으로 모순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하나만 들면 대략(大略), 대폭(大幅), 본래(本來) 따위는 명사 형태이나, 해석해보면 부사입니다. 그러므로 ‘의’를 붙이면 안 되는 데도 사용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왜냐하면 일본어 부사에 붙는 조사 ‘노(の)’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하나는 관형사 따위로 손질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량의, 다수의, 모처럼의·오래간만의, 순간의·일각의·잠깐의, 예전의·왕년의는 일본어 부사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말로 풀이하면 용언의 관형사형을 비롯하여 다양하게 맞바꿔줍니다.

     

 ‘소량의’는 ‘아주 적은’으로, ‘다수의’는 ‘많은, 수많은’으로, ‘순간의, 일각의, 잠깐의’는 ‘잠시, 잠시 동안’으로 고칩니다. “소량의 물을 흐르게 두어라.”는 “아주 적은 물을 흐르게 두어라.”라고 손봐줍니다. “다수의 지역에서 산불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많은 지역에서 산불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라고 새롭게 단장해 줍니다.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부른다.”와 “잠깐의 방심이 화를 부른다.”와 “일각의 방심이 화를 부른다.”는 “잠시 동안 방심이 화를 부른다.”라고 다듬질을 합니다. 예전의, 왕년에는 쉬운 우리말로 바꿉니다. “예전의 격투황제”는 “옛날에 잘 나간 격투 황제”로, “왕년의 인기 가수”는 “과거에 인기 있는 가수”라고 손바꿈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처럼의, 오래간만의’는 용언을 보충해줍니다. “모처럼의 여행”은 “모처럼 간 여행”으로, “오래간만의 신곡”은 “오랜만에 나온 신곡”으로 모양을 교정합니다.  참고로 ‘모처럼’은 다른 뜻도 있습니다. 귀중하다, 소중하다, 고생하다, 애쓰다 따위로 풀이됩니다. “모처럼의 휴일”은 “귀중한 휴일”이나 “소중한 휴일”로 변신시킵니다. “모처럼의 노고”는 “고생한 노고”나 “애쓴 노고”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부사로 고쳐줍니다.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부정문에서 사용되는 ‘일말의, 추호의, 하등의, 한 점의, 한 치의’가 있습니다. ‘일말, 추호, 하등, 한 치’는 우리말에서 모두 명사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해석해보면 ‘일말, 추호, 한 치’는 ‘조금도’로 의미하고, ‘하등’은 ‘아무런’을 뜻합니다. 모두 부사입니다. 그러므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와 “추호도 망설임이 없다.”와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는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라고 모습을 교정합니다.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라고 형태를 교정합니다.     

 둘째 소유·인간관계에서 배운 ‘자신’과 ‘서로’가 있습니다. ‘자기의, 자신의, 본인의, 스스로의’는 부사 ‘몸소, 스스로, 친히’가 대신합니다. 또 ‘상호의, 쌍방의, 서로의, 양방의, 양쪽의, 피차의’는 부사 ‘서로’가 받아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다.”는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다.”라고 틀을 교정합니다. “상호의 오해를 풀다.”는 “서로 오해를 풀다”라고 꼴을 교정합니다.

     

 셋째 일본어에서 한자어 명사 형태인 부사가 있습니다. 대략(大略), 대폭(大幅), 본래(本來), 원래(元來), 소폭(小幅), 실지(實地), 의외(意外) 따위와 결합하는 조사 ‘의’는 우리말 부사로 고칩니다. “대략의 윤곽이 짜였다.”는 “대체로 윤곽이 짜였다.”라고 변경합니다. “대폭의 예산 삭감이 이루어졌다.”는 “대규모로 예산 삭감이 이루어졌다.”라고 고칩니다. “소규모의 인사이동을 하였다.”는 “소규모로 인사이동을 하였다.”라고 변경합니다. “실지의 사정도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는 “실제로 사정도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라고 변경합니다. “친구는 원래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친구는 원래대로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갔다.”라고 변경합니다. “공감을 끌어낸다면 의외의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공감을 끌어낸다면 의외로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수정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국어 문제집에는 조사 ‘에’와 조사 ‘의’를 구별하기가 단골손님처럼 나옵니다. “옥에 티[玉に傷]”와 “쇠귀에 경 읽기[馬の耳に念仏]”는 ‘에’를 씁니다. 그러나 “별의별[諸諸の]”과 “천만의 말씀[千万の言葉]”은 ‘의’를 사용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일본어에서 같은 말이라도 명사가 오면 ‘노(の)’를 쓰고, 동사가 오면 ‘니(に)’를 사용합니다. 이런 형태를 우리말이 줏대 없이 답습하기 때문입니다. “불시의 방문[不時の訪問]”은 뒤에 명사가 붙으므로 ‘의’를 씁니다. 하지만 “불시에 방문하다.[不時に訪問する。]”는 뒤에 동사가 결합하므로 ‘에’를 사용합니다. 이 원칙대로라면 “옥의 티”와 “쇠귀의 경 읽기”가 옳은 말이 됩니다. 아니면 “옥에 티가 있다.”와 “쇠귀에 경을 읽다.”라고 표현했어야 합니다. 개인 생각으로는 ‘의’ 아닌 ‘에’를 못 쓸 이유가 없으며 굳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은 아직까지 학교 문법대로 ‘에’와 ‘의’를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형사·부사 따위로 고치기를 요약해 봅니다. 일본어는 조사 ‘노(の)’를 매우 사랑하여 부사에도 붙입니다. 하지만 우리말 관형사나 부사로 받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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