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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사 Mar 26. 2022

메주와 곰팡이와 간장의 이해관계

# 19 형식 명사를 시작하면서

 어매는 동짓날 메주콩을 불려 삶고, 메주 모양으로 다듬고 새끼줄로 엮었습니다. 메주를 띄워 선반에 달아 놓으면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음력 2월 말에 메주를 이용하여 간장을 만들었습니다. 어매가 돌아가신 다음 간장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운 것은 엄마가 만든 음식이 아닐까요?


 의존 명사와 형식 명사를 도입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의존 명사는 메주에 기생하는 곰팡이이고, 형식 명사는 메주가 발효한 간장입니다. 학교 문법에서 자립명사와 대조되는 ‘것, 데, 만, 바, 뿐’ 따위로 시작하는 의존 명사를 배웠습니다. 우리말은 곰팡이처럼 다른 말과 독립해서 사용될 수 없는 의존 명사를 간판선수로 대우해줍니다. 하지만 일본어는 간장처럼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형식 명사를 대표선수로 취급합니다. 결국 우리말은 띄어쓰기에 초점을 맞추나, 일본어는 의미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먼저 형식 명사의 족보를 살펴볼까요? 마쓰시타 다이사부로(松下大三朗) 주석 1) 씨는 “형식 명사란 앞말에 연체형이 올 때 형식적 의미는 있으나 실질적 뜻이 없는 명사”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형식 명사는 원래 뜻과는 멀어진 새로운 명사를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일본어 투 형식 명사는 일본어에서 형식 명사로 사용되는 것을 우리말로 직역한 것으로 정의합니다. 줄임말로 형식 명사라고 부르기로 약속합니다.


 형식 명사는 해로운 곰팡이처럼 사고뭉치가 됩니다. 문제점 두 가지만 고자질해보겠습니다. 하나는 후치사 상당구와 함께 문법을 붕괴시킵니다. 우리말은 구가 아닌 낱말이 중심입니다. 사전도 낱말로 기준으로 풀이를 합니다. 그러나 일본어는 형식 명사 앞에 과거형, 진행형, 현재형·미래형과 같은 연체형이 옵니다. 이것을 직역하면 관형사형 전성 어미 형태가 됩니다. 곧 ‘ㄴ/은/는/ㄹ’과 같은 관형사형 전성 어미와 명사가 결합하는 구 형태가 됩니다. 결국 단어가 독립하지 못하고 앞말에 관형사형 전성 어미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 됩니다.      

 형식 명사 앞말에 오는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는 게 싫다면 앞말에 ‘ㄴ, ㄹ, 이라는, 기’ 따위가 있는지 보시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음식을 거부한 상태에서 단식 농성을 하였다.”는 과거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4대 보험을 올리다.”는 진행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정부 개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는 현재형·미래형을 띠고 있습니다. “산전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동격 관형절[という]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에는 순찰 도중 눈길에 미끄러졌다.”처럼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앞에 오는 형태가 있습니다. 동사성 한자어 명사에는 ‘하다, 되다’ 따위의 동사가 숨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명사화 접미사 ‘기’를 붙이기도 합니다. “보고하기 위해 전령을 보내다.”가 견본이 되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띄어쓰기에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어 형식 명사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한자어 실질 명사, 고유어 실질 명사, 접미사, 의존 명사, 조사, 부사, 관형사, 어근 따위로 제멋대로 사용해버립니다. 마치 전통방식으로 만든 간장을 부르는 사람마다 한식간장, 조선간장, 국간장으로 다르게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보기를 들면 일본어 형식 명사 정도 구라이(くらい)를 한자어 실질 명사인 정도(程度)로 받을 수 있고, 접미사로는 ‘가량’으로 받을 수 있고, 의존 명사로는 ‘무렵, 쯤, 즈음’으로 쓸 수도 있고, 조사인 ‘만큼, 만치, 까지’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일본어 투 형식 명사는 우리말에서 실질 명사와 접사와 조사로 함께 쓰이므로 구별이 어렵습니다. 마치 보통 사람이 마트에 가서 일본간장의 종류인 혼합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을 구별하기 어려운 이치와 같습니다. 접미사와 형식 명사로 같이 사용되는 것은 상, 하, 간, 끼리, 경, 께, 가량 따위가 있습니다. 또한 마다, 까지, 만, 만큼, 만치, 대로 따위는 형식 명사와 조사로 같이 사용됩니다. 특별히 조사 겸 형식 명사로 사용되는 것을 조사류 형식 명사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이것은 중첩되는 조사 ‘의’에서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이 형식 명사는 문제, 경험, 가능성, 도중, 점, 가운데, 아래 따위와 같이 실질 명사와 같이 사용되어 뜻풀이에 혼동을 일으킵니다.


 일본어 투 형식 명사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시죠. 5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두루 쓰는 형식 명사에는 것, 시제·상황[ところ/所]가 있습니다. 둘째 공간에서 유래된 형식 명사는 상, 하, 중, 간, 내, 외, 전, 후, 정도 따위가 존재합니다. 셋째 연결형 형식 명사는 때문에, 이상, 한, 경우, 때, 시 따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말 연결어미처럼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넷째 종결형 형식 명사는 ‘형식 명사와 ○○(이)다’가 오는 형태로 모양새다, 계획이다 따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향과 관련된 형식 명사로는 계통, 방법, 대상 따위가 본보기가 되겠습니다.


 다음은 일본어 투 형식 명사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조사와 결합합니다. 이상에는, 시에는, 덕분으로, 탓으로 따위처럼 ‘에는, 으로’가 붙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형식 명사는 때문에, 하에서, 중에, 전에, 끝에 따위와 같이 조사 ‘에’가 붙습니다.

     

 둘째 접속부사를 만듭니다. 이것을 다음 장에 배울 형식 명사류 접속부사와 연관이 있습니다. 형식 명사를 그대로 쓰거나, 앞에 ‘그/이’와 같은 지시어가 결합하여 접속부사를 구성합니다. 보기를 들면 때문에, 덕분에, 반면, 한편,  이를 위해, 그 위에, 그 후에, 그 가운데 따위가 있습니다.

     

 셋째 한자어 접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우리는 접사를 공부하였습니다. 각(各), 매(每), 별(別), 당(當) 따위는 비슷하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말 ‘마다’로 해석되는 형식 명사 다비(たび)를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접미사 물은 형식 명사 모노(物)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접미사 리(裏)도 알고 보면 형식 명사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오늘은 형식 명사를  시작하였습니다. 형식 명사는 본래 뜻에서 멀어져 새로운 개념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의존 명사와 일부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어 투 형식 명사를 대부분 한자어로 표시하다 보니 우리말이 어려워졌습니다.    



주석 1) 마쓰시다 다이사부로 (松下大三朗), 「改撰標準日本文法」 (東京: 紀元社, 1928), 241-249쪽. doi.10.11501/1178361.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형식 명사 ‘것’

     

 연애는 고무줄입니다. 서로 밀고 당기면서 교제를 시작합니다. 다른 말로 ‘썸’을 탄다고 합니다.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썸」에는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구어체 ‘꺼’와 같은 ‘것’은 내 마음, 내 사람, 내 사랑과 같이 여러 가지로 해석됩니다. 본디 거시기처럼 ‘것’은 오래전부터 우리말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쓰는 ‘것’은 일본어 투 형식 명사를 답습하였습니다. 곧 일본어 형식 명사  ‘고토(こと/事), 노(の), 모노(もの/物)’ 따위를 우리말 ‘것’으로 씁니다. 더 설명해 보면 고토(こと)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 사건, 사실, 일 따위를 의미합니다. 노(の)는 감각기관으로 파악하거나, 정의를 나타내거나, 시간과 장소를 뜻하지요. 모노(もの)는 눈에 보이는 동식물, 물건, 사람, 재료 따위를 뜻합니다.     


그럼 의미를 알아볼까요? 첫째 명사절에서 ‘것’은 명사형 전성어미인 ‘기, ㅁ, 음’으로 맞교환할 수 있습니다. “일기 쓰는 것은 어려운 숙제이다.”는 “일기 쓰기는 어려운 숙제이다.”라고 맞교대 합니다. 둘째 여러 가지 한자어 명사로 변형됩니다. ‘문제, 사건, 사실, 사정, 사태, 사항, 작업, 현상’ 따위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것들은 생략합니다. “임금 체불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는 “임금 체불은 부인할 수 없다.”라고 생략합니다. 셋째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인용절을 만들기도 하고, 문장을 종결하기도 하지요. 다만 ‘것’으로 문장을 종결하면 좋은 형태는 아닙니다. “시간을 엄수할 것”은 “시간을 지켜주세요. 시간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가다듬으시죠. 또한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를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은 욕심으로 생긴 것이다.”와 “갈등은 욕심으로 생긴 탓이다.”가 비슷합니다. 넷째 강조하는 데 쓸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날에만 웨딩드레스 입듯 정말 필요한 때만 것을 쓰시기 바랍니다.


 그다음은 고치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앞말에 일반 명사가 오면 네 가지로 고칩니다.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는 “처음부터 무효로 본다.”와 같이 생략할 수 있습니다. 또한 “권리를 상호 이전할 것을 약정하다.”는 “권리를 상호 이전하기로 약정하다.”와 같이 명사형 전성어미로 교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에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는 “집에 가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와 같이 듯, 쪽, 편과 같은 다른 말을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두 사람이 동시에 사망했다고 추정한다.”와 같이 인용을 나타내는 ‘고, 다고’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둘째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오면 문장과 맞는 다양한 어미로 다듬습니다. “공공질서를 위반한 것일 때에는 제재한다.”는 “공공질서를 위반하면 제재한다.”라고 다듬질합니다. “물건을 점유자에게 반환할 것을 청구하다.”는 “물건을 점유자에게 반환하도록 청구하다.”라고 대체합니다.


 셋째 ‘것이다’로 끝나는 문장은 ‘됩니다, 려고 합니다’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듯, 법, 성, 셈, 참, 터’도 훌륭한 대용품입니다. “정부 시스템을 마련할 것입니다.”는 “정부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합니다.”라고 맞바꿔줍니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것이다.”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참이다.”라고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것과 대응하는 형식 명사 고토(こと/事)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행하였습니다. 줄다리기 게임은 경험이 중요합니다. 또한 달고나 게임은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게임입니다. 이처럼 경험과 가능성은 ‘있다/없다’와 결합하여 형식 명사를 만듭니다. 그러므로 ‘경험’은 ‘바, 일, 적’으로 맞교환합니다.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간 경험이 있다.”는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다.”라고 맞바꿀 수 있습니다. ‘가능성, 능력, 여지’는 ‘수, 리, 턱’으로 모양을 바꿉니다. “살 가능성은 드릴게!”보다 “살려는 드릴게!”가 정감이 가지요. “집을 살 능력이 있다.”는 “집을 살 수 있다.”라고 바루면 됩니다.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선택할 수 없다.”라고 변신시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부정을 표현으로 ‘염려/우려가 있다’도 있습니다. 이때는 ‘수’로 변화를 줍니다.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라고 보정합니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라고 손봐줍니다.


 오늘은 형식 명사 ‘것’을 배웠습니다. ‘것’은 두루 사용되는 형식 명사입니다. 하지만 명사형 전성어미인 ‘기, ㅁ, 음’이나 고유어인 ‘듯, 법, 성, 셈, 참, 터’로 수정합니다. 




소, 바는 메밀국수가 아니다

두루 사용되는 형식 명사 

      

메밀국수는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일본어로는 소바(そば)라고 부르지요. 소, 바와 의미가 같은 형식 명사 도코로(ところ/所)는 본디 장소를 표시합니다. 하지만 ‘것’과 마찬가지로 MSG처럼 다양한 용법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그럼 살펴보시지요?  첫째 시간을 나타내는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일본어에서 과거형, 진행형, 현재형·미래형과 결합하여 시간 관계의 형식 명사가 됩니다. 우리말로 직역해 보면 과거는 ‘한 다음, 한 이후, 한 직후, 한 후’로 받습니다. 현재는 ‘은/는 가운데, 은/는 도중, 은/는 중(에)’로 풀이합니다. 미래는 ‘하기 전, 하기 직전’으로 받아줍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다.”는 “새 정부가 시작하고 나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다.”라고 가다듬습니다. “거래를 하는 도중에 잠적했다”는 “거래를 하다가 잠적했다.”라고 갈아줍니다. “도둑은 치료하기 전에 도망갔다.”는 “도둑은 치료를 앞두고 도망갔다.”라고 교정합니다. 자세한 풀이는 시간의 형식 명사 ‘전(前), 중(中), 후(後)’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둘째 상황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상황, 지경, 처지, 형편과 같은 한자어로 풀이됩니다. 그나마 고유어인 ‘마당에, 터에, 판에, 판국에, 통에’로 교체합니다. 다만 비슷한 한자어 형식 명사인 ‘가운데, 도중, 중, 와중’으로는 변경하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은 “자영업자가 힘들어하는 판국에”라고 교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기부금을 내다.”는 “넉넉하지 않은 마당에 기부금을 내다.”라고 다듬습니다.


 참고로 ‘상태(로), 상태에서’는 고유어인 ‘채’로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누운 상태에서 5분 동안 명상하세요.”는 “아침에 누운 채로 5분 동안 명상하세요.”라고 다듬질합니다.

          

 셋째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본디 점(点)은 부분이나 땡땡이 양말처럼 점무늬를 뜻합니다. 측면은 측면 공격처럼 옆구리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문장인 동격 절에서 점, 측면은 형식 명사로 사용되어 원인, 이유를 나타냅니다. 이때는 원인, 이유의 어미로 모양을 바꿉니다. “국회가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국회가 해결책을 제시하였으므로 큰 의미가 있다.”라고 대신합니다. “시민이 스스로 참여를 했다는 측면에서 뜻이 깊다.”는 “시민이 스스로 참여했기에 뜻이 깊다.”라고 대체합니다.


 넷째 특정 장면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이것은 ‘순간에, 찰나에’로 풀이됩니다. ‘순간에, 찰나에’는 ‘바로 그때, 하자마자, 참에'로 손을 봅니다. 하지만  “산불은 방심하는 순간 일어난다.”는 “산불은 방심하자마자 일어난다.”라고 모습을 바꿉니다.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던 찰나 긴급한 전화가 왔다.”는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던 그때 긴급한 전화가 왔다.”라고 바로잡습니다. 


 다섯째 ‘에 따라다, 에 의하다’와 결합합니다. 바에 따라(서), 바에 의하여가 이런 형태입니다. 이것은 ‘그것과 같이, 그것을 따라서’라는 뜻이 있으므로 ‘대로’나 ‘바와 같이’로 바룹니다. “개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매년 1회 의무 교육을 실시한다.”는 “개별법에서 정하는 대로 해마다 1회 의무 교육을 실시한다.”라고 변경합니다. 헌법 38조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대로 납세할 의무를 진다.”라고 변신시킵니다.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우리말은 띄어 쓰는 ‘는 데’와 붙여 쓰는 ‘는데’가 있습니다. 띄우는 ‘는데’는 형식 명사 도코로(ところ)를 직역한 말입니다. 그러므로 ‘것, 경우, 곳, 구석, 부분, 장소, 점’과 같은 뜻이 있으면 띄어쓰기를 합니다. “시끄러운 데를 싫어한다.”는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한다,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를 의미합니다. “흠잡는 데가 없다.”는 “흠잡을 것이 없다, 흠잡을 경우가 없다”와 같은 말입니다. 또한 “닮은 데가 많다.”는 “닮은 구석이 많다, 닮은 부분이 많다, 닮은 점이 많다.”와 같습니다.


 하지만 붙여 쓰면 ‘그런데, 그러나(げれども)’ 따위나 ‘이/가 되다(になる)’의 뜻하므로 어미가 됩니다. “다들 걱정했는데 잘 해내다.”는 “다들 걱정했다. 그런데 잘 해내다.”로 풀이됩니다. “집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는 “집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다.”를 의미합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일본어 도코로(ところ/所)는 우리말에서 여러 가지 형식 명사로 활용됩니다. 시간을 나타내고, 원인·이유를 표현하고, 상황을 표시하기도 하고, 특정 장면을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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