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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2. 2022

관계자 외 출입금지

형식 명사: 외, 밖, 기타, 여타, 그 밖, 이 밖, 이외

 사무실 복도를 지나다 보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본 적이 있는지요?  ‘관계자 말고 출입금지’로 하든지 ‘직원만 출입’이라고 표시해야 합니다.  

    

 본디 ‘외, 밖’은 “밖으로 나가버리고”처럼 외부, 바깥을 뜻합니다. 그러나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다른, 나머지’로 교정합니다. “왕릉이 아닌 기타 고분들”은 “왕릉이 아닌 나머지 고분들, 왕릉이 아닌 다른 고분들”로 모양을 보정해주시죠. 이희자 님과 이종희 주석 1) 님은 ‘외에, 밖에’는 “일정한 한도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 다른 부분이나 다른 일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더 발굴해보면 ‘외, 밖’은 ‘넘다, 넘어서다, 다르다, 빼다, 제외하다, 아니다’로 생김새를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예상 밖으로 고전했다.”는 “예상을 넘어서 고전했다.”라고 모양을 다듬으시죠. 

     

 외, 밖이 변형된 형태로는 ‘기타, 여타, 그 밖, 이 밖, 이외’가 있습니다. 이것도 ‘외, 밖’과 같은 방법으로 바꿉니다. 글쓴이도 학교 다닐 때에 나머지 수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수업을 ‘정규 학습과정 외, 기타 수업’이라고 하면 어색하지요. 아파트 벽보에 붙어 있는 “이 밖에 자세한 문의는 사무실로 해 주세요.”는 “나머지 자세한 문의는 사무실로 해주세요. 다른 자세한 문의는 사무실로 해 주세요”라고 모양을 다듬으시죠. “그 밖의 사유로 불참하다.”는 “다른 사유로 불참하다”라고 모양을 손봐주시지요. 민법 751조의 “ …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재산이 아닌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틀을 갈아주시죠.     

 오늘은 공부한 것을 복습해 봅니다. 외, 밖은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다른, 나머지로 고칩니다. 또는 ‘넘다, 넘어서다, 다르다, 빼다, 제외하다, 아니다’로 변경합니다.     

시간을 나타내면 내·리는 중·간과 같은 말이랍니다.



 주석 1) 이희자, 이종희, 어미·조사 사전한국어 학습 전문가용 (서울: 한국문화사, 2010), 수록 단어 “밖에.”




시간을 나타내면 내·리는 중·간과 같은 말이랍니다.

형식 명사: 내, 리      

 공간에서 보면 내(內), 리(裏)와 중(中), 간(間)은 의미가 다릅니다. 그러나 시간의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같은 뜻이 됩니다. ‘방학 내’와 ‘방학 중’은 모두 같습니다. 왜입니까? 답은 일본어에 있습니다. 우리말 ‘내’와 대응하는 일본어 형식 명사 ‘우치(うち/内)’는 실질 명사로는 회사 내, 회사 안처럼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자기 아내, 집사람을 뜻하는 ‘내자’로도 표현되지요. 그러나 형식 명사 사용되면 주로 시간의 가운데를 표시합니다. 그러므로 이때는 중(中), 간(間)과 같은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안, 사이’로 모습을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과 금명간, 불원간, 조만간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다음은 ‘리(裏)’를 살펴봅시다. 흔히 겉과 속이 다른 것을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고 하지요. 여기서 ‘리’는 본디 ‘속, 안쪽’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나타내는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내(內), 중(中), 간(間)’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형식 명사 ‘리’는 ‘동안, 사이, 속’으로 가다듬습니다. ‘극비리, 암암리, 비밀리’는 비밀 가운데, 비밀 속에서’와 맞바꿔주면 됩니다.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다.”는 “절찬 속에서 판매하고 있다.”라고 갈아줍니다. “성황리에 개최되다”는 “성황 속에서 개최되다.”라고 교대합니다. 또한 토박이말로도 모양을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하기 위해 협력하다.”는 “올림픽을 잘 개최하려고 협력하다.”라고 교체합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확인해 봅니다. 내, 리는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중, 간과 같은 의미로 시간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이것은 ‘동안, 사이, 속’으로 변경하면 됩니다. 

          


 시간 의미 일 때는 전·후는 같은 의미      

-형식 명사: 전, 이전, 직전, 후, 이후, 직후, 이래 

    

 전(前)은 본디 공간의 앞을 의미하였습니다. 그러나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어떤 시간의 앞을 의미합니다. 다만 전, 이전, 직전은 우리말에서 완전히 정착해서 그대로 사용해도 됩니다. 다만 전, 이전, 직전 말고 ‘을/를 앞두다’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죽음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은 “죽음을 앞두고 해보고 싶은 일”과 비슷합니다.

     

 시간의 뒤를 나타내는 형식 명사는 후, 이후, 직후, 이래가 있습니다. 전, 이전, 직전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다양성 측면에서 ‘다음에, 뒤에, 하고 나서’와도 잘 어울립니다. 게다가 ‘이래’는 ‘부터’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가계경제”는 “코로나 다음에 가계경제”라고 교환합니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감사 인사를 하다.”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 감사 인사를 하다.”라고 해도 어울립니다. 또한 “2020년 이래 10건이 발생하였다.”는 “2020년부터 10건이 발생하였다.”라고 받을 수 있습니다.

     

 후, 이후, 직후, 이래 말고도 시간의 뒤를 나타내는 형식 명사인 ‘결과’가 있습니다. 이것은 ‘끝, 해서, 해보니, 하고 나서’로 다듬습니다. “전수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는 “전수 검사를 해보니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라고 생김새를 뜯어고칠 수 있습니다. “고민한 결과 내린 결론”은 “고민하고 나서 내린 결론, 고민 끝에 내린 결론” 따위로 틀을 교환하시죠.

     

 오늘은 형식 명사 ‘전, 후’를 배웠습니다. ‘전, 후’는 이미 우리말로 뿌리를 내렸기에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서른 정도보다는 서른 즈음에 

-나머지 시간을 나타내는 형식 명사: 정도, 수준, 간격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은 김광석 님이 부른 「서른 즈음에」 가사입니다. ‘서른 즈음’을 ‘서른 정도’로 하면 어색하지요. 정도, 수준은 아이들 수준과 맞는 공부”처럼 일정한 기준, 등급, 표준 따위를 의미하지요.

      

 그러나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서른 정도처럼 불확정한 시간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남짓, 무렵, 즈음, 쯤’으로 꼴을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가을 정도에 방문하겠다.”는 “가을 무렵 방문하겠다.”라고 모양을 교정하시죠. 

    

 다른 하나는 분량, 비교, 수준, 수량을 표시합니다. 이것은 ‘가량, 까지, 남짓, 만치, 만큼, 은/는, 쯤’으로 모양을 수정합니다. “지역 내 아파트 10개 정도가 선정되었다.”는 “지역 내 아파트 10개가량이 선정되었다.”라고 모양을 손봐주시죠. “생선 정도는 구워야 손님 대접을 하지.”는 “생선은 구워야 손님 대접을 하지.”라고 하시죠. “숨을 헐떡거릴 정도의 높은 고개”는 “숨을 헐떡거릴 만큼 높은 고개”라고 모습을 맞바꿀 수 있습니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대비 80% 수준에 다다른다.”는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보다 80%쯤에 다다른다.”라고 모양을 대체하시죠. 

     

 다음은 일정한 시간을 나타내는 형식 명사 ‘간격으로’가 있습니다. 이것은 ‘걸러, 마다, 씩’으로 모습을 갈아주시죠. “두 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다.”는 “두 시간마다 약을 먹다.”라고 형태를 교체합니다. “100m 간격으로 안내판을 설치하다.”는 “100m마다 안내판을 설치하다.”라고 생김새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수업이 끝났으니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정도, 수준은 시간을 나타내면 ‘남짓, 무렵, 즈음, 쯤’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또한 분량, 비교, 수준, 수량을 표시하면 ‘가량, 까지, 남짓, 만치, 만큼, 은/는, 쯤’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간격으로’는 ‘걸러, 마다, 씩’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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