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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가장 받고 싶은 상, 가장 받기 싫은 상

#20 형식 명사 상(上)

우덕초등학교 이슬 양이 쓴 「가장 받고 싶은 상」을 읽었습니다. 이 동시가 어미 새를 잃을 것 같은 제 가슴에 꽂혔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 짜증 섞인 투정에도 / 어김없이 차려지는 / 당연하게 생각되는 / 그런 상 // 하루에 세 번이나 / 받을 수 있는 상 /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으로 시작합니다. 이처럼 가장 받고 싶은 상도 있지만, 가장 받기 싫은 상도 있습니다. 접미사 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본디 상은 위쪽과 같은 공간을 뜻합니다. 상동(上同)이라고 하면 ‘위와 같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접미사 상(上)은 공간과는 전혀 다른 일본어 투 형식 명사입니다. 그럼 살펴볼까요.     


 첫째 접미사 상은 상태이나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접미사 적(的)과 비슷비슷합니다. “정황상 증거”는 “정황적 증거”와 유사합니다. 고치는 방법은 상태, 상황을 나타내는 말로 받아 줍니다. “사실상의 우위”는 “사실 상태로 우위”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실제상 점유하고 있는 건물”은 “실제 상태로 점유하고 있는 건물”이나 “실제로 점유하고 있는 건물”이라고 가다듬습니다.     


 둘째 앞서 배운 시간, 장소, 상황, 조건의 ‘에 있어서’와 동일한 뜻이 있습니다. 이때는 ‘으로, 에, 에서’로 갈아줍니다. 아니면 상황의 어미로 교체합니다. 상황의 어미로는 ‘거든, 거나, ㄴ데/는데/은데/는바, 라면/려면, 아도/어도/여도, 아야/어야/여야, 으면’이 있습니다. “재판상 청구”는 “재판에서 청구”라고 교대합니다. “항해상의 문제”는 “항해하는 데 문제”라고 교정합니다.     


 셋째 원인, 이유의 ‘에 따라서, 에 의해서, 로 인하여’와 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는 앞서 배운 대로 원인, 이유로 교환합니다. “개인 사정상 불참하다.”는 “개인 사정 때문에 불참하다.”라고 다듬습니다.          

 참고로 일본어에서는 전체를 나타내는 도합(都合)은 접미사 상과 의미가 유사합니다. 도합은 ‘모두, 전체, 합계, 통틀어, 합쳐서’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도합은 본디 합계를 나타내지만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원인·이유를 나타냅니다. “지면 관계상 생략하다.”는 “지면 때문에 생략하다.”라고 모양을 바꿉니다. “여러 사정상 불허하다.”는 “여러 사정으로 불허하다.”라고 탈을 봐줍니다. “집안 형편상 진학이 어렵다.”는 “집안 형편 때문에 진학이 어렵다.”라고 모습을 바꾸면 됩니다.     


 넷째 대상, 목적의 ‘에 관하여·에 대하여’와 비슷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앞서 배운 대로 ‘에, 에서, 에게’와 같은 다양한 조사로 받아줍니다. 또한 ‘관련하다, 규정하다, 다루다, 연관하다, 처리하다’라고 틀을 바꿉니다. “형사상의 책임”은 “형사에서 규정한 책임”으로 교대합니다.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은 “직무와 관련한 발언과 표결”라고 생김새를 바꿉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형식 명사 상은 후치사 상당구인 ‘에 있어서, 에 따라서, 에 의해서, 로 인하여, 에 관하여, 에 대하여’의 분신입니다. 또한 접미사 적(的)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가운데라서 미안해

  형식 명사 ‘가운데, 중, 간, 과정, 도중, 와중’   

  

 2남 2녀 중 가운데로 태어났습니다. 위로는 형, 누나, 아래로는 동생이 있습니다. 생선은 가운데 토막이 가장 살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운데 자식으로 태어나서 부모님에게 관심을 덜 받았습니다.  이처럼 가운데와 중(中)은 본디 공간, 등급, 순위, 일부를 나타냅니다. 보기를 들면 “공기 중 산소, 중급 품질, 2남 2녀 가운데 막내, 은행나무 중 일부”와 같이 표현됩니다. 


 하지만 가운데와 중(中)은 시간의 형식 명사로 발효되었습니다. 이때는 동안이나 사이로 고칩니다. 아니면 나열의 어미나 진행의 어미인 ‘고, 는데, 다가, 며, 면서, 았/었/였다’라고 되돌립니다. “집에 가는 중 친구를 만나다.”는 “집에 가는 동안 친구를 만나다.”라고 맞교환합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되었다.”라고 맞교대 합니다. 최인호 주석 1) 씨는 관형사형 전성어미(ㄴ/는)와 결합하는 ‘가운데, 겨를, 동안에, 사이에, 중에, 참에’ 따위는 ‘고, 며, 면서, 다가, 았/었/였다가, 는데’와 같은 연결형 어미를 고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개인 의견으로는 최인호 의견에 동의합니다. 또한 중(中)과 같은 도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하는 도중 사고를 당하다.”는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다.”라고 보정합니다.  특히 감사나 양해를 나타내는 ‘가운데, 와중, 중’은 ‘데도’나 ‘텐데’로 매만져줍니다. 그러나 ‘불구하고’는 일본어 투이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바쁘신 데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바로잡습니다.     


 ‘중, 가운데’와 비슷한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입생이 근무하는 과정에서 곤란한 점”은 “새내기가 일하면서 곤란한 점”으로 변경합니다.     


 다음은 간입니다. 남북끼리 분단은 언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북한은 가져간 말로는 동무가 있습니다. 물론 남한에도 어깨동무도 있지만, 대체로 동무는 북한이 가져갔고 남한은 친구를 사용합니다. 과거에는 친구보다는 동무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반공이념에 퍼져서 금기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념이 아닌 동무 간이나 친구 간에 붙는 형식 명사 간(間)을 살펴보실까요?     


 본디 간은 공간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일본어 투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세 가지로 사용됩니다. 첫째 관계를 나타내면 ‘끼리’로 바로잡습니다. 친척간은 친척끼리로 고치고, 국제 간의 문제는 나라끼리 문제로 바룹니다. 둘째 시간 사이를 나타내면 동안이나 사이로 순화합니다. 한 달 간은 한 달 동안으로, ‘그간’은 ‘그동안’으로 변신시킵니다. ‘창졸간, 별안간, 부지불식간’도 잠깐 사이를 뜻하므로 ‘엉겁결에, 예기치 못한, 갑자기, 갑작스러운’으로 변화를 줍니다.     


 마지막은 서태지가 노래한「하여가」가 아닌 이방원이 부른「하여가」가 되겠습니다. “이런들 또 어떠하며(如此亦如何) (중략) 죽지 않은들 또 어떠랴(不死亦何如)”에서 나오는 ‘여하간(如何間), 하여간(何如間), 좌우간(左右間)’은 모두 무관(無關)을 나타냅니다. “좌우간 밥은 먹고 싸웁시다.”는 “여하튼 밥은 먹고 싸웁시다.”라고 보정합니다. “여하간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아무튼/여하튼/어쨌든/어쨌건 전쟁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손질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형식 명사 ‘간’은 일본어 투 형식 명사가 우리말에 미친 영향을 잘 보여줍니다. 거리나 관계는 의존명사로 사용되므로 띄어 씁니다. 그러나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면 접미사로 붙여 씁니다. 보기를 들면 ‘동무 간, 친구 간'은 띄어 쓰고, '이틀간, 사흘간'은 붙여 씁니다. 하지만 ‘부부간, 형제간, 자매간’은 붙여 씁니다. 한마디로 일본어 형식 명사의 여파로 접미사인지, 의존명사인지 정립되지 않았고, 띄어쓰기조차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학습을 복습해봅니다. 형식 명사 중, 가운데는 시간을 나타내므로 동안이나 사이로 바꾸거나 나열이나 진행을 나타내는 어미로 받아줍니다.


        주석 1) 최인호, "[말글찻집] -는 가운데," 한겨레, 2006년 8월 18일 수정, 2021년 6월 23일 접속,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49878.html.   





슬하의 자식은 떠나고 빈 둥지만 바라본다

 형식 명사 하(下), 아래

     

 중년 주부는 빈 둥지 증후군이 겪는다고 합니다. 슬하의 자식은 떠나고, 빈 둥지만 바라보는 어미 새는 우울증을 겪게 됩니다. 여기서 슬하는 무릎 밑이 아니라 부모 보호를 받는다는 형식 명사입니다.      


 본디 ‘아래, 하’는 ‘밑’과 같은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형식 명사는 사용되면 영향, 지배를 표시합니다. 이 경우에는 ‘받다, 미치다, 달다, 두다, 부여하다’로 손질합니다. “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는 “정부 통제를 받다.”라고 손봐줍니다. “선생님 지도 아래에 연습을 하고 있다.”는 “선생님 지도를 받고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모양을 변경합니다. 또한 “일정한 조건하에 허가하다.”는 “일정한 조건을 달아 허가하다.”라고 모습을 변경합니다. “접종 완료라는 목표 아래 일치단결하다.”는 “접종 완료라는 목표를 두고 일치단결하다.”라고 뜯어고칩니다.

     

 ‘하, 아래’와 비슷한 말로는 ‘이하’가 있습니다. 이하는 ‘밑, 아래, 안 되는’으로 풀어주거나 ‘나머지’로 전환합니다. “오만 원 이하 벌금”은 “오만 원이 안 되는 벌금”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이하 생략이나 이하 여백은 각각 나머지는 생략이나 나머지는 빈칸으로 모양을 교정합니다. 또한 괄호로 표시된 이하나 이하 생략은 준말이나 같은 말이나 줄임말로도 받아줄 수 있습니다. “충청북도(이하 충북)”는 “충청북도(준말 충북)”라고 생김새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하 동문이나 이하 같음이 있습니다. 이때는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형태를 변신시킵니다. 

         

 오늘은 형식 명사 하(下)와 아래를 배웠습니다. 이것은 영향이나 지배를 의미하므로 받다, 미치다, 달다, 두다, 부여하다’를 비롯한 용언으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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