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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4. 2022

등, 등, 등 얼마나 많은 글 속에 등을 밝혀야 하나요

나열의 형식 명사: 등, 들

①      

 여러분은 학교 다닐 적에 기미독립선언서를 배웠습니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오등(吾等)은 자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獨立國) ….’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오등’은 이미 복수를 나타내므로 우리 등이나 우리들로 쓰지 않습니다. 


 형식 명사의 창시자인 마쓰시다 다이사부로 씨도 ‘나도(など/等), 난카(なんか), 난테(なんて)’를 2종 형식 명사로 풀이하였습니다. 해석을 해보면 ‘등, 와/과 같은, 따위’로 여러 가지로 받을 수 있는데도 오로지 ‘등’만 으로 해석합니다. 글 속에 얼마나 많은 등, 등, 등을 밝혀야 하나요? 우스갯소리로 법률 해석은 ‘등’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달렸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고칠까? 첫째 ‘등’에서 앞말과 뒷말 관계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뒷말이 앞말을 대표합니다. 그러므로 ‘와/과 같다, 을/를 비롯하다, 을/를 포함하다’ 따위로 가다듬으면 됩니다. “포도, 사과, 귤 등 과일은 많이 먹는 것이 좋다.”는 “포도, 사과, 귤을 비롯한 과일은 많이 먹는 것이 좋다.”라고 갈아줍니다. 둘째 ‘들, 따위, 무리, 일행, 집단’으로 받아줍니다. “인체는 근육, 뼈, 피부 등을 구성되었다.”는 “인체는 근육, 뼈, 피부 따위로 구성되었다.”라고 교대합니다. 셋째 연결어미로 교정하면 됩니다. ‘고, 고서, 며, 면서, 아/어/여, 아서/어서/여서, (으)면서’로 교체합니다. “지역 예술인과 협업하는 등 새로운 성장 기반을 조성한다.”는 “지역 예술인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성장기반을 조성한다.”라고 교환합니다.     


② 들     

 서양은 개인주의입니다. 그러다 보니 단수와 복수가 뚜렷이 구별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체주의입니다. 우리 동네 놀이터와 같이 집단 개념에 익숙합니다. 말도 닮아서 단수와 복수를 강제로 일치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복수 개념을 나타내는 ‘들’은 문장에서 생략이 가능하면 지우면 됩니다. 그럼 어떨 때 생략이 가능한지 알아보시지요.

      

 첫째 여러분, 시민, 국민과 같이 말 자체에서 복수를 나타내면 생략하면 됩니다. 보기를 들면 “시민들 힘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는 “시민 힘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모양을 바꿉니다. 우리들이나 너희들이나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들끼리 싸우다가 발생한 일”은 “저희끼리 싸우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모습을 바꿉니다. 정말 ‘들’을 써야 한다면 ‘우리네, 너희네, 저희네’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 가슴속 원한”은 “우리네 가슴속 원한”라고 형태를 바꾸면 됩니다. 

     

 둘째 추상명사나 대표 단수명사는 생략하면 됩니다. “언론 기사 내용들은 진실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언론 기사 내용은 진실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라고 줄입니다. “인간들과 기계들이 전쟁을 벌인다.”는 “인간과 기계가 전쟁을 벌인다.”라고 짧게 만듭니다. 셋째 관형사나 부사와 같은 꾸미는 말이 있으면 생략하면 됩니다. “다양한 제품들을 홍보하다.”는 “다양한 제품을 홍보하다.”라고 다듬으시면 됩니다. “초가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다.”는 “초가집이 다닥다닥 모여 있다.”라고 대체합니다. 

    

 간단하게 요약해봅니다. ‘등’은 ‘들, 와 같은, 따위’와 같이 여러 가지로 풀어줍니다. ‘들’은 의미에 지장이 없다면 생략하면 됩니다. 



우린 깐부잖아

대조·대비의 형식 명사: 반면, 한편 

    

 반면과 한편은 대조·대비를 나타냅니다. 본디 의미는 한쪽이나 반쪽을 뜻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우린 깐부잖아.”는 “한편을 먹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고, 면서, 으면서’과 같은 어미로 고치는 게 좋습니다. “갈대는 연약한 여자에 비유한 반면 억새는 강인한 여인을 상징한다.”는 “갈대는 연약한 여자에 비유하나 억새는 강인한 여인을 상징한다.”라고 꼴을 뜯어고칩니다. “일을 하는 한편 공부를 했다.”는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라고 형태를 뜯어고칩니다.

      


 바로 즉시 동시에 나가라

-계속·동시의 형식 명사: 즉시, 동시 

    

 본디 즉시는 부사로 사용됩니다. 이때는  바로라는 뜻이 있습니다. “너는 즉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형식 명사로 사용되는 ‘즉시’는 계속을 나타냅니다. 이때는 ‘하는 대로, 하는 족족, 하자마자’로 받아줍니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다.”는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다.”라고 모양을 손봐줍니다. 

    

 다음은 ‘동시’입니다. 본디 동시는 ‘같이, 한꺼번에, 함께’를 의미합니다. “밥과 국을 동시에 먹었다.”는 “밥과 국을 같이 먹었다.”라고 풀이됩니다. 그러나 형식 명사 ‘동시(에)’는 일본어 ‘나가라(ながら), 쓰쓰(つつ)’를 직역한 말입니다. ‘동시(에)’는 두 가지로 고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겸, 겸해서, 김에’와 같은 고유어를 사용합니다. “선물 발송과 동시에 감사에 편지도 보냈다.”는 “선물을 발송하는 겸 감사에 편지도 보냈다.”라고 재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계속·나열의 어미로 고칩니다. ‘고, 고서, 아/어/여, 아서/어서/여서, (으)면서’로 교체하면 됩니다.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는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면서 판매하고 있다.”라고 틀을 수정합니다. 

    

 이번에는 계속·동시를 나타내는 형식 명사를 학습했습니다. ‘즉시’는 ‘하는 대로, 하는 족족, 하자마자’로 바꿉니다. ‘동시’는 ‘겸, 김’이나 계속·나열의 어미로 변경합니다. 

     


 모양새는 도대체 어떤 새인가요?

  종결어미와 결합하는 형식 명사: 모양이다, 계획이다, 경향이 있다 


 일본어 투 형식 명사의 특징은 끝맺음에 있습니다. 종결어미 ‘이다, 다’를 붙여 문장을 종결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끝나는 말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첫째 ‘모습, 모양, 모양새, 상황, 상태, 양태, 형국, 형상, 형세’가 있습니다. ‘이다'나 ‘다'가 붙어 문장 종결의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조짐이나 추측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듯하다, 듯싶다, 성싶다’ 따위로 뜯어고칩니다. 다만 ‘것이다, 것 같다’는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 “그 역시 인간이었던 모양이다.”는 “그도 인간이었던 듯싶다.”라고 맞교환합니다. “일자리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양새다.”는 “일자리 상승세가 둔화되는 듯하다.”라고 맞교대 합니다. “지역 개발에 한껏 부풀어 있는 상태다.”는 “지역 개발에 한껏 부풀어 듯하다.”라고 맞바꿉니다.


 둘째 ‘경향, 기색, 기미, 기세, 조짐, 추세’가 있습니다. 일본어에서 기미는 본래 취미나 기호를 뜻합니다. 그러나 변질되면 ‘경향이 있다, 기색이 있다, 기미가 있다, 성향이 있다, 조짐이다, 추세다’는 주로 진행을 나타내는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이때에는 가운데나 중과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활기를 찾는 기색이다.”는 “활기를 찾는 중이다.”와 비슷비슷합니다. 이런 형식 명사는 계속·나열의 어미나 ‘듯하다, 듯싶다, 성싶다, 편이다’로 바로잡아 줍니다. “요즘 시민들이 개인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요즘 시민들이 개인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라고 바룹니다. “사랑의 온정이 한 겨울 추위도 녹일 기세다.”는 “사랑의 온정이 한 겨울 추위도 녹일 듯하다.”라고 받아줍니다.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는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변경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계획, 예정, 예상, 의도, 작정, 전망, 예정’이 있습니다.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추측, 의지, 가까운 상황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듯, 법, 성, 셈, 참, 터’나 그나마 고유어인 ‘생각이다’로 고칩니다. “안전한 등교 대책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는 “안전한 등교 대책을 수립해 나갈 셈입니다.”라고 모양을 고칩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는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듯하다.”라고 모습을 고칩니다. “현장 의견도 들을 예정이다.”는 “현장 의견도 들을 참입니다.”라고 형태를 고칩니다. “저는 새로운 활동을 해 볼 작정입니다.”는 “저는 새로운 활동을 해 볼 생각입니다.”라고 틀을 고칩니다. 

    

 결론을 내려봅니다. 종결어미도 형식 명사가 붙으나, 고유어로 고쳐주시면 됩니다.

     


방향이 형식 명사를 만든다 

 방향에서 비롯된 형식 명사

     

 일본어에서 방향을 의미하는 여러 형식 명사가 있습니다. 호(ほう/方), 가타(かた/方), 요(よう/様), 무케(向け), 무키(向き)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말에서 다양한 한자 명사로 사용됩니다.

     

 첫째 막연하게 지칭하는 ‘계통, 분야, 방면’ 따위는 쪽이나 편으로 보정하거나 생략하면 됩니다. “공대 계통 졸업생”은 “공대 쪽 졸업생”으로 손을 봅니다. “우리나라는 첨단소재 분야에서도 일본을 추월하다.”는 “우리나라는 첨단 소재에서도 일본을 추월하다.”라고 짧게 만듭니다.

     

 둘째 방도, 방법, 방안, 방식, 식, 요령, 절차 따위는 명사화 접미사 ‘기, ㅁ, 음’으로 손질합니다. 걷는 방법은 걷기로, 작문 방식은 글쓰기로, 예약 취소 절차는 예약 취소하기로 순화합니다. 내 머리 사용법도 알고 보면 내 머리 사용하기로 간단하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셋째 ‘대상으로, 상대로’는 ‘에, 에서, 에게’로 손질합니다. 그러나 ‘에 관하다, 에 대하다, 을/를 위하다’로는 맞바꾸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다.”는 “학부모들에게 설명회를 개최하다.”라고 모양을 교정합니다. “퇴사 후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다.”는 “퇴사하고 나서 대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다.”라고 생김새를 교정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해봅니다. 방향을 의미하는 형식 명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결론을 내려봅니다. ‘계통, 분야, 방면’ 따위는 쪽이나 편으로 고칩니다. 방도, 방법, 방안, 방식, 식, 요령, 절차는 명사화 접미사 ‘기, ㅁ, 음’으로 대체합니다. ‘대상으로, 상대로’는 ‘에, 에서, 에게’로 조사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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