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단근 Mar 25. 2022

똑같은 엄지손가락도 지문이 다르다

부사를 시작하면서

 똑같은 엄지손가락도 지문은 다릅니다. 지문처럼 우리말 부사와 일본어 부사는 비슷해도 탄생 방식이 다릅니다. 우리말은 주로 형용사에 이, 스레, 히 따위와 같은 접미사를 붙여 부사를 만듭니다. ‘깨끗하다’에서 ‘깨끗이’가 나오고, ‘마땅하다’에서 ‘마땅히’를 만들고, ‘상냥하다’에서 ‘상냥스레’를 창조합니다.

     

 그러나 일본어는 주로 명사에 조사를 덧붙여 부사를 형성합니다. 또한 일본어는 ‘없다’로 해석되는 ‘나이(ない)’를 이용하여 부사를 만듭니다. 이것을 몰지각하게 ‘없이’로 직역해버립니다. 게다가 ‘없이’는 주로 구 형태에서 나타나므로 국어사전에서 풀이조차 거의 없습니다.   

    

 그럼 부사 편을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없이’ 형태인 부사를 고치고, 다음은 일본어 투 한자어 부사를 다듬고, 마지막으로 우리말로 어려운 한자어 부사를 가다듬겠습니다. 

    


 글 모양이 없게 보이는 말

없이 형태인 부사 고치기

     

 나시티는 소매가 없는 옷입니다. 우리말로는 민소매 옷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어 나이(ない/無い)는 우리말 ‘없다’로 직역합니다. 이것을 부사로 활용하면 '없이'로 해석되는 나시(なく/無く)가 됩니다. 참고로 나시(なし/無し)는 명사입니다. 

     

 우리말은 ‘못’과 ‘안’으로 부정문을 만듭니다. 더불어 ‘지 않다’나 ‘지 못하다’와 같은 보조용언을 사용하여 부정문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못’와 ‘지 못하다’는 불능을 나타내고 ‘안’, ‘지 않다’는 의지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일본어는 나이(ない)를 사용하여 부정문을 만듭니다. ‘없다[ない]’를 ‘없이 [なく]’로  답습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럼 어떤 문제인지 알아볼까요?  

   

 첫째 띄어쓰기에 혼란을 부채질합니다. 같은 말인데도 어떨 때는 띄어 쓰고, 어떨 때는 붙여 씁니다. 같은 말인 ‘거리낌 없이’나 ‘격의 없이’는 띄어 쓰고, ‘기탄없이’랑 ‘스스럼없이’랑 ‘허물없이’는 붙여 씁니다. 둘째 우리말 풀이가 곤란합니다. 사전은 낱말을 중심으로 풀이합니다. 하지만 ‘없이’로 대부분 일본어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에서 제대로 된 풀이를 보지 못합니다. 셋째 무수한 동의어를 만듭니다. 보기를 들면 ‘에/와+관계없이, 에/와 상관없이, 에/와 아랑곳없이, (의) 구별 없이 (의) 구분 없이’는 수많은 배다른 형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장만 길어지고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넷째 의미 해석이 어려운 이중 부정을 만듭니다. ‘않을 수 없다, 없으면 안 된다, 하지 아닐 수 없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와 같은 이중 부정은 문장만 길어지므로 긍정 표현으로 변경하면 됩니다. “정치는 국민이 없으면 안 된다.”는 “정치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라고 줄입니다. “역사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다.”라고 간단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없이’를 어떤 품사로 볼지 다툼 거리가 됩니다. 큰 줄기로 보면 세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참고로 백옥란 주석 1) 님은 ‘이’를 중심으로 설명하였으나 여기서는 ‘없이’로 가공해서 설명합니다. 

    

 첫째 부사형 파생접사라는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허웅 님과 남기심 님과 고영근 님이 주장하는 것으로 ‘없이’는 부사형 파생접사로 부사를 만든다는 견해입니다. 예를 들면 ‘남김없이’는 ‘모조리, 죄다’와 같은 부사입니다.

      

 둘째 부사형 어미로 보는 의견입니다. 김영희 님이랑 우순조 님이랑, 최웅 님이 주장하는 것으로 ‘없이’의 원형인 ‘없다(ない)’가 ‘아니하다’와 같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보기를 보면 “미련 없이는 떠나다.”는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나다.”와 같이 ‘어미’로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혼합형입니다. 최현배 님과 이익섭 님이 주장하는 대로 부사와 어미가 모두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떠나다”는 “무작정 떠나다.”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떠나다.”와 같이 두 가지로 풀이합니다. 여기서 ‘무작정’은 부사이고, ‘않다’는 어미입니다. 개인 생각으로는 이 견해에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다음 예문을 살펴보면 두 가지 방법으로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없이’를 부사형 파생 접사로 보는 견해대로 쉬운 부사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다.”라고 꼴을 뜯어고칩니다. “값없이/덧없이/속절없이 세월만 흘러간다.”는 “허무하게/헛되이 세월만 흘러간다.”라고 모양을 바꿔줍니다. “거지에게 빵을 값없이 주었다.”는 “거지에게 빵을 공짜로 주었다.”라고 생김새를 뜯어고칩니다. “간곳없이/(온데)간데없이/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는 “감쪽같이 사라지다.”라고 모습을 바꿔줍니다.

 

 또한 “맡은 업무를 문제없이 해결하다.”는 “맡은 업무를 가뿐히/거뜬히/잘/제대로 해결하다.”라고 틀을 뜯어고칩니다. “관객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입추의 여지없이 극장을 매웠다.”는 “관객들이 빼곡히 극장을 매웠다.”라고 생김새를 바꿔줍니다. “아이들은 밤낮없이/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보챘다.”는 “아이들은 늘/언제나/항상 안아달라고 보챘다.”라고 형태를 뜯어고칩니다. “쓸데없이/쓸모없이 돈을 사용하다.”는 “불필요하게/괜스레/괜히 돈을 사용하다.”라고 꼴을 바꿔줍니다.

   

 게다가 “나무랄 데 없이/흠 없이/흠잡을 데가 없이 훌륭하다.”는 “완벽하게 훌륭하다.”라고 형태를 바꿔줍니다. “대중없이/두서없이/밑도 끝도 없이/종작없이 이야기를 하다.”는 “닥치는 대로 이야기하다.”라고 모양을 매만져줍니다. “무람없이/버릇없이/예의 없이 굴지 마라.”는 “무례하게 굴지 마라.”라고 형상을 바꿔줍니다.    

  마지막으로 “원 없이 먹다.”는 “마음대로/마음껏/실컷/얼마든지/원하는 대로/진탕 먹다.”라고 모양을 뜯어고칩니다. “주책없이/채신머리없이/채신없이 행동하지 마라.”는 “제멋대로/함부로 행동하지 마라.”라고 형태를 뜯어고칩니다. “터무니없이/턱없이/형편없이 비싸다.”는 “불합리하게/엄청나게 비싸다.”라고 모양을 교정합니다. 

     

 둘째 ‘없이’를 부사형 어미로 보는 견해대로 ‘아니하다’로 고칩니다. “가차 없이/인정사정없이 처벌하다.”는 “인정을 두지 않고 처벌하다.”로, “거침없이/막힘없이/서슴없이 질주하다.”는 “망설이지 않고/주저하지 않고 질주하다.”라고 모습을 교정합니다. “미련 없이 붓을 접다.”는 “미련을 두지 않고 붓을 접다.”라고 모습을 매만져줍니다. “숨김없이 진술하다.”는 “숨기지 않고 진술하다.”라고 형태를 교정합니다. 

    

 다음은 ‘없이’를 이용하여 만든 대표 선수들을 알아볼까요?

     

 ① ‘에/와+관계없이, 에/와 상관없이, 에/와 아랑곳없이, (의) 구별 없이, (의) 구분 없이’는 아무 관계·조건이 없다(다른 말: 무관)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세 가지로 고칠 수 있습니다. 첫째 ‘뿐만 아니라, 은커녕, 아니면’로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 건강은 아랑곳없이 돈벌이에 급급한 회사”는 “국민 건강은커녕 돈벌이에 급급한 회사”라고 형상을 교정합니다. 둘째 무관(無關)을 나타내는 말로 형태를 뜯어고칩니다. 이것에는 ‘하든 말든, 하든지 말든지, 아무튼(지), 어떻든(지), 어쨌든(지), 어쨌건, 암튼, 여하튼(지), 하여튼(지)’가 있습니다. “자격 취득 여부와 상관없이 응모할 수 있다.”는 “자격을 취득하든 말든 응모할 수 있다.”라고 생김새를 교정합니다. 셋째 모두나 전부를 의미합니다. “개인, 법인 등에 관계없이/에 상관없이/구분 없이/구별 없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개인과 법인 누구나 설립할 수 있다.”라고 꼴을 교정합니다. 참고로 가부(可否), 유무(有無), 여부(與否)도 ‘하든 말든’과 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댐 건설의 가부를 결정하다.”는 “댐 건설을 할지 말지 결정하다.”라고 받아 줍니다. 

    

 ② ‘가없이, 그지없이, 끝없이, 끝도 없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한량없이, 한없이, 헤아릴 수 없이, 형용할 수 없이’는 최상이나 무한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매우, 몹시, 무척이 잘 어울립니다. “고향 풍경이 그지없이 그리워진다.”는 “고향 풍경이 몹시 그리워진다.”라고 가다듬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에 한없이 감사하다.”는 “평화로운 일상에 매우 감사하다.”라고 모양을 고칩니다. 

    

 ③ ‘간단없이, 끊임없이, 숨 돌릴 틈/겨를/사이/없이, 쉴 새 없이, 쉼 없이, 쉴 틈 없이, 중단 없이, 하염없이’는 계속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연달아, 연신, 연이어, 잇달아, 잇따라, 줄곧, 줄지어’로 갈아줍니다. “질문을 쉴 틈 없이 받았다.”는 “질문은 줄지어 받았다.”라고 모습을 고칩니다. 참고로 ‘하염없이’는 다른 뜻으로 ‘멍하니, 공허하게’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하염없이 시간을 죽이다.”는 “멍하니 시간을 죽이다.”라고 형태를 고칩니다.

     

 ④ ‘별도리 없이, 별 수 없이, 어쩔 도리 없이, 어쩔 수 없이, 하릴없이, 할 도리 없이, 할 수 없이, 할 일 없이’는 불가피한 상황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부득이, 불가피하게’로 틀을 고칩니다. “일반 병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특별 병실로 이동하다.”는 “일반 병실이 부족해 부득이 특별 병실로 이동하다.”라고 꼴을 고칩니다. “마트가 닫혀 하릴없이 우리 부부는 굶었다.”는 “마트가 닫혀 불가피하게 우리 부부는 굶었다.”라고 틀을 고칩니다. ‘하릴없이’는 다른 뜻으로 ‘꼭, 반드시’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하릴없이 부석사를 찾아오고야 말 것이다.”는 “반드시 부석사를 찾아오고야 말 것이다.”라고 교체합니다.

     

 ⑤ ‘거리낌 없이, 격의 없이, 기탄없이, 스스럼없이, 허물없이’는 ‘있는 그대로, 터놓고’로 교환합니다. “거리낌 없이 의견을 교환했다.”는 “있는 그대로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모양을 변경합니다. “공연자와 관객이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공연자와 관객이 터놓고 어울릴 수 있다.”라고 모습을 변경합니다.

     

 ⑥ ‘기다릴 필요 없이, 망설임 없이, 주저 없이, 지연 없이, 지체 없이’는 즉시를 나타냅니다. 이것은 ‘곧, 곧바로, 곧장, 냉큼, 바로, 서둘러, 얼른, 어서, 재빨리, 재깍, 후딱’으로 다듬습니다. “기다릴 필요 없이 입장하다.”는 “바로 입장하다.”라고 형태를 변경합니다. “지체 없이 신고하다.”는 “곧바로 신고하다.”라고 꼴을 변경합니다.

     

 ⑦ ‘까닭 없이, 부질없이, 쓸데없이, 이유 없이, 필요 없이’는 트집을 잡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공연스레, 공연히, 괜히, 괜스레’로 다듬질합니다.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하다.”는 “공연히 북한을 자극하다.”라고 틀을 변경합니다. “팀장에게 이유 없이 책망을 받았다.”는 “팀장에게 괜히 책망을 받았다.”라고 모양을 수정합니다.

     

 ⑧ ‘난데없이, 느닷없이, 뜬금없이, 손 쓸 틈도 없이, 예고 없이’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갑자기, 갑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엉겁결에, 얼떨결에, 불현듯’으로 대신합니다. “난데없이 친구가 찾아왔다.”는 “갑자기 친구가 찾아왔다”라고 모습을 수정합니다. “지진은 예고 없이 발생한다.”는 “지진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다.”라고 형태를 수정합니다.


 ⑨ ‘남김없이, 누락 없이, 빠짐없이, 열외 없이, 예외 없이’는 전부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깡그리, 구석구석, 모조리, 몽땅, 샅샅이, 전부, 죄다, 통틀어’로 되돌립니다. “남김없이 조사하다.”는 “깡그리 조사하다.”라고 꼴을 수정합니다. “예외 없이 참여하다.”는 “모조리 참여하다.”라고 틀을 수정합니다.

     

 ⑩ ‘남녀노소 관계없이, 내남없이, 너나없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랄 것도 없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누구 할 것 없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는 모두를 나타내는 관용구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누구든지, 모든 사람’으로 맞교환합니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돈을 좋아한다.”는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라고 모양을 뜯어고칩니다. “수해복구에 너나없이 발 벗고 나섰다.”는 “수해복구에 모든 사람이 발 벗고 나섰다.”라고 모습을 뜯어고칩니다.

 

 ⑫ ‘다시없이, 더없이, 더할 나위 없이, 더할 수 없이, 비할 데 없이, 비할 수 없이, 세상없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이를 데 없이, 이를 것 없이, 한없이’는 최상을 표현합니다. 이것은 ‘가장, 매우, 몹시, 최고로, 무척’으로 맞바꿉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다.”는 “날씨는 매우 따뜻하다.”라고 형태를 뜯어고칩니다. “조망만큼은 비할 데 없이 시원스럽다.”는 “조망만큼은 매우 시원스럽다.”라고 틀을 뜯어고칩니다.

     

 ⑬ ‘두말없이, 두말할 것 없이, 두말할 필요(나위) 없이’는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순종을 나타내면 ‘고분고분, 순순히’로 매만져줍니다. “사장님은 두말없이 나를 믿고 성원해졌다.”는 “사장님은 순순히 나를 믿고 성원해졌다.”라고 모양을 손질합니다. 당위를 나타내면 ‘당연히, 마땅히’로 바꿉니다. “나의 희망은 두말할 것 없이 평화입니다.”는 “내 희망은 당연히 평화입니다.”라고 모습을 손질합니다.

     

 ⑭ ‘별일 없이, 사고 없이, 아무 일없이, 탈 없이’는 안전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무사히, 무탈하게, 안전하게’로 바로잡습니다. “아무 일없이 잘 돌아오는 것이 복이다.”는 “무사히 잘 돌아오는 것이 복이다.”라고 형태를 손질합니다. 

    

 ⑮ ‘물 샐 틈 없이, 빈틈없이, 실수 없이, 차질 없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흠잡을 데가 없이’는 완벽을 나타냅니다. ‘구석구석, 꼼꼼히, 완벽히, 샅샅이’로 바룹니다. “물 샐 틈 없이 준비하다.”는 “꼼꼼히 준비하다.”라고 꼴을 손질합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험하다”는 “완벽히 시험하다.”라고 틀을 손질합니다. 

    

 ⑯ ‘셀 수 없이, 수없이, 열거할 수 없이, 헤아릴 수 없이’는 무한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무수히, 수많은, 허다하게’로 받아줍니다. “셀 수 없이 수많은 별을 바라보다.”는 “수많은 별을 바라보다.”라고 모양을 손질합니다. “민원 제기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민원 제기가 무수히 많다.”라고 모습을 손질합니다.

     

 ⑰ ‘여지없이, 영락없이, 의문의 여지가 없이, 의심 없이, 의심할 여지없이’는 확실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명백히, 분명히, 확실히’로 변경합니다. “집안에서는 영락없이 봄이지만 밖은 아직 겨울이다.”는 “집안에서는 확실히 봄이지만 밖은 아직 겨울이다.”라고 틀을 손질합니다. “아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아빠를 닮았다.”는 “아들은 확실히 아빠를 닮았다.”라고 꼴을 손질합니다.

     

 지금까지 ‘없이’를 교과서답게 배워보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평범함을 거부합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사건이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사건이 되는 세상입니다. 보기를 한 번 보시죠. ‘쓸모없이’는 ‘돈이 없는 지갑’으로 ‘분수없이’는 ‘숭어가 뜨니 망둥어가 뜬다.’로, ‘시도 때도 없이’는 ‘죽으나 사나’로 수정합니다. 또한 ‘예의 없이’는 ‘밥숟갈을 구분하지 않고’로, ‘발 디딜 틈도 없이’는 ‘콩나물시루 같이’로, ‘구김 없이’는 ‘다림질하듯’로 탈바꿈시킵니다. 마지막으로 ‘값없이’는 ‘연기같이, 안개처럼’으로, ‘볼품없이’는 ‘비 맛은 강아지처럼’으로, ‘거침없이’는 ‘고속도로처럼’으로, ‘미련 없이’는 ‘훌훌,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뒤도 안 돌아보고’로 손을 봐줍니다. 이것은 예시이므로 글쓴이가 계속 발굴해보면 얼마든지 글에서 조물주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없이 계통의 부사 고치기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주석 1) 백옥란. “-이’의 문법범주에 대한 소고,” 중국조선어문(길림성민족사무위원회) 제3호 (2020): 45-49쪽, http://www.riss.kr/link?id=A106864598, (2021. 12. 19. 확인). 



이전 23화 등, 등, 등 얼마나 많은 글 속에 등을 밝혀야 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