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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3. 2022

간 때문이야, 간 덕분이야, 간을 위하여

목적,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 을/을 위하다, 때문에 따위

 ① 을/를 위하다 와 때문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 노래(CF송)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간 때문이야 / 간 때문이야 /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고 시작합니다. 피로를 모두 죄가 없는 간에게 탓합니다. 그러면서 간을 위해 ‘우루사’를 복용하자는 속내가 담겨 있어요. 이처럼 ‘때문’과 ‘위하다’는 국내산으로 착각하나 일본산 형식 명사입니다. 이것은 결합 쌍생아(샴쌍둥이)처럼 두 가지로 해석합니다. 하나는 ‘을/를 위하다’로 풀이하면 목적을 나타냅니다. 다른 하나는 ‘때문에’로 해석하면 원인·이유를 의미합니다. 

    

 그럼 고치기를 살펴볼까요? 둘 다 일반 명사가 앞에 오면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다음은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앞에 올 때입니다. ‘을/를 위하다’는 목적의 어미로 변경합니다. 목적의 어미로는 ‘고자, 여고, (으)러, 으(려), 으려고’가 있습니다. “교통복지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교통 복지를 실현하려고 적극 노력한다.”라고 가다듬습니다. 여기서 ‘실현’은 하다가 생략된 동사성 한자어 명사입니다. ‘때문에’는 원인·이유의 어미로 받아줍니다. ‘기에, 느라고, 느니만큼, 니까, ㄹ세라/을세라, 므로, 아/어/여, 아서/어서/여서, 으니’로 갈아줍니다. “내일 일본으로 출장 가기 때문에 오늘 일찍 퇴근한다.”는 “내일 일본으로 출장 가야 하니까 오늘 일찍 퇴근한다.”라고 교대합니다.  

    

② 변형된 목적의 형식 명사          

 한자를 많이 쓰면 ‘하고 잡이병’에 걸립니다. 일본어는 한자어에 스루(する)를 붙여 말을 만들 듯 우리말은 마구잡이로 한자어에 ‘하다’를 붙여 단어를 구성합니다. 그 가운데 ‘목적하다’도 있습니다. ‘목적하다’는 일본어를 따라한 말인데도 이제는 버젓이 국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게다가 일본어처럼 ‘목적으로 하다’로 분리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을/를 위하다’와 같은 뜻이 있습니다.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꾀하다, 도모하다, 목적으로 삼다, 목적으로 두다’로 교정합니다. “금전을 목적으로 한 사랑”은 “금전을 도모하려고 한 사랑”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목적’도 다듬을 수 있습니다. “홍보 목적으로 만든 상품”은 “홍보하려고 만든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목적하다’ 말고도 접미사 용(用)도 비슷한 뜻이 있습니다. 홍보 목적으로 만든 상품이 곧 홍보용 상품이라고 표현합니다. 또한 “글쓰기의 목적”보다도 “왜 글을 쓰시는가요?”로 쉽게 풀어씁니다.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도” “두루두루 활용”으로 얼마든지 쉬운 말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③ 다양한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     

 ‘때문에’ 말고도 원인·이유를 나타내는 형식 명사는 많습니다. 이것은 일본어에서 ‘와케(わけ/訳), 오카게(おけげ/お陰), 세(せい/所為), 아마리(あまり/余り)’를 비롯한 많은 형식 명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치는 방법은 ‘때문에’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자세히 살펴볼까요?

     

 먼저 ‘관계로, 까닭으로, 사정으로, 사유로, 원인으로, 이유로’가 있습니다. 이것은 완전한 문장일 때 구현됩니다. 보기를 보면 불완전한 문장인 “황당한 이유로 거부하다.”는 형식 명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아프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다.”는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입니다. 이 말은 “나는 아파서 해고당하다.”라고 다듬질할 수 있습니다. “나는 수학을 못했다는 원인으로 낙제했다.”는 “나는 수학을 못했기에 낙제를 하였다.”라고 대체합니다. “학원은 수강 신청이 완료된 관계로 수험생을 받지 않는다.”는 “학원은 수강 신청이 완료되었기에 수험생을 받지 않는다.”라고 모양을 바꿉니다.

     

 다음은 ‘바람에, 탓에’가 있습니다. 본디 ‘바람이 다르다’처럼 공기 속 흐름을 나타내지만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부정 표현의 원인·이유를 나타냅니다. 이것은 ‘때문에’와 마찬가지로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앞에 오면 원인·이유의 어미로 모습을 고칠 수 도 있습니다. “자본이 부족한 탓에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다.”는 “자본이 부족해서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다.”라고 대체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 사람은 쿠세가 있다.”라고 합니다. 본디 ‘쿠세[くせ/癖]’는 버릇이나 습관을 나타냅니다. 일본어에서는 ‘쿠세’를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이것을 우리말 ‘주제’로 직역합니다. 주로 비난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됩니다. 이때는 ‘하면서, 면서’로 탈바꿈시킵니다. “일도 못하는 주제에 밥만 많이 먹는다.”는 “일도 못하면서 밥만 많이 먹는다.”라고 전환합니다.

      

 셋째 덕, 덕분, 덕택이 있습니다. 제사는 조상에 음덕에 감사하려고 지낸다고 하죠. 음덕과 같은 ‘덕, 덕분, 덕택’은 좋은 표현의 원인·이유로 사용됩니다. 다양성 측면에서 원인, 이유의 어미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 덕에 장사가 잘 되었다.”는 “온라인으로 판매했기에 장사가 잘 되었다.”라고 형태를 고칠 수 있습니다.     

 넷째 나머지가 있습니다. 본디 나머지는 ‘여분, 우수리’를 뜻합니다. 그러나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로도 사용됩니다. “그녀는 감격한 나머지 울고 말았다.”는 “그녀는 감격해서 울고 말았다.”라고 뜯어고칠 수 있습니다.      

 이번 회는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말 ‘을/를 위하다’와 ‘때문’은 다르지만 일본어는 같은 말(ため/為)을 사용합니다. 또한 완전한 문장에서 ‘관계로, 까닭으로, 사정으로, 사유로, 원인으로, 이유로’는 원인·이유의 어미로 받아줘야 합니다.     


 

오리 때 시점에서 이상한 경우

-상황, 조건의 형식 명사: 경우, 때/시/제, 이상, 한 

    

  동화「미운 오리 새끼」에서 오리 떼 시점에서 보면 백조 새끼는 이상한 경우입니다. 상황, 조건의 형식 명사는 ‘오리 때 시점에서 이상한 경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하나하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경우(에/에는/에만)          

 우리말에서 경우는 사리·도리를 나타내거나 상황·조건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나 일본어는 다릅니다. 도리 ·사리를 나타내는 말은 도리(道理)를 사용합니다. 상황· 조건은 실질 명사 ‘경우(ケース)’와 형식 명사 ‘경우(場合)’가 있습니다. 실질 명사로 경우는 본보기, 사례와 같은 뜻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집에서 운동하는 경우도 늘어났다.”는 “코로나로 집에서 운동하는 사례도 늘어났다.”가 됩니다. 다음은 형식 명사를 알아보겠습니다. 경우는 때, 시, 제와 마찬가지로 상황, 조건, 시간에서 사용되므로 이런 어미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최소인원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폐강됩니다.”는 “최소인원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폐강합니다.”라고 바룹니다. “효과가 입증된 경우에만 허가를 한다.”는 “효과가 입증된 때에만 허가를 한다.”라고 생김새를 바꿉니다. 

    

 또한 경우는 후치사 상당구와 다른 형식 명사와도 결합합니다. ‘경우에 따라, 경우에 있어서, 경우에 한하여, 경우를 제외하고, 경우를 제하고, 경우 외에’ 따위가 있습니다. 이때는 상황·조건의 어미로 고치거나 쉬운 말로 변경합니다. “밥을 못 먹는 경우에 있어서 죽을 먹기도 한다.”는 “밥을 못 먹으면 죽을 먹기도 한다.”라고 모습을 교정합니다. “사유가 존재할 경우에 한하여 휴직을 받아준다.”는 “사유가 존재하면 휴직을 받아준다.”라고 생김새를 변경합니다. 민법 82조의 “법인이 해산한 때에는 파산의 경우를 제하고는 이사가 청산인이 된다.”는 “법인이 해산할 때에는 파산을 빼고 이사가 청산인이 된다.”라고 보정합니다.

           

 ② 때, 시, 제, 시점(에/에서)          

 ‘때(에), 시(에), 제, 시점’은 상황, 시간, 조건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상황 조건의 어미나 그나마 쉬운 ‘때’로 변신시킵니다. “야외활동 중일 때는 모기에 주의하세요.”는 “야외활동을 하면서 모기에 주의하세요.”라고 틀을 변경합니다. “출입증은 방문 시 반납”은 “출입증을 방문할 때 반납”으로 모양을 변경합니다. “광복절을 제하여 광화문 현판을 다시 달다.”는 “광복절 무렵 광화문 현판을 다시 달다.”라고 손을 봅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임금 체불사건을 집중 단속하다.”는 “추석 연휴가 시작될 때 임금 체불사건을 집중 단속하다.”라고 손질합니다.

      

 ③ 이상(에는), 이상(은)          

 이상은 이상한 놈처럼 여러 가지로 사용됩니다. 그럼 살펴볼까요? 먼저 수량·정도에서 1억 원 이상의 돈은 1억 원이 넘는 돈, 1억 원보다 많은 돈을 뜻하지요. 둘째 ‘이제까지, 지금까지’를 의미합니다. “이상으로 시청한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는 “이제까지 시청한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로 순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문장 종결에서 이상은 ‘끝’을 뜻합니다. “회견을 생략하겠습니다. 이상.”에서 이상은 끝, 마무리를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상[以上, 上]은 상황·조건이나 원인·이유의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승낙을 한 이상에는 거부할 수 없다.”는 “승낙을 한 바에는 거부할 수 없다, 승낙을 하였다면 거부할 수 없다.”라고 전환합니다. “우리가 하게 된 이상 성의를 다해야 한다.”는 “우리가 하게 되었으므로 성의를 다하여야 한다.”라고 모양을 다듬습니다.

      

④ 한(限)          

 영화「아저씨」에서 주인공 원빈은 “오늘만 보고 사는 놈은 내일만 보고 사는 놈한테 죽는다.”라고 합니다. 한은 다양한 형식 명사로 사용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한’ 주석 1)은 실질 명사로 잘못 분류합니다.           

 한은 제한·한계를 나타내면 ‘만, 까지, 은/는’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오늘에 한해 반값”은 “오늘까지 반값, 오늘만 반값, 오늘은 반값”으로 모습을 다듬을 수 있지요. 다음은 상황·조건의 형식 명사로 사용될 때입니다. 상황·조건을 나타내면 ‘경우, 때, 시’와 같은 뜻이 있으므로 조건의 어미로 받아줍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한 돕겠다.”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여력이 되면 돕겠다.”라고 형태를 교정합니다. “천둥이 치면 가능한 한 차에 머물러라.”는 “천둥이 치면 되도록 차에 머물러라.”라고 하시죠. 다만 “천둥이 치면 가급적 차에 머물러라.”는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다음은 양보의 나타내는 ‘한이 있더라도’가 있습니다. 이때는 양보의 어미로 잘 어울립니다. 양보의 어미로는 ‘기로, 기로서니, ㄴ들, 더라도, ㄹ망정, ㄹ지라도, ㄹ지언정, 아도/어도/여도, 에도’가 있습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죽을지언정 할 말은 하겠다.”라고 꼴을 수정합니다.      


   주석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021년 10월 15일 확인, 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수록 단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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