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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ergrapher Jan 25. 2017

운동화를 샀네.


 "학생 운동화가 뭐가 그리 비싸냐."


 전자제품을 제외하면 시간이 지나도 오르지 않는 것은 대학생 과외비와 운동화 가격인 듯하다.


 고등학교 다니던 15년 전에도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는 10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니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많이 싸진 셈이다.  


 "학생 운동화가 뭐가 그리 비싸냐."


 며 엄마는 그 당시 운동화 가격에 혀를 내두르셨고, 나는 12만 원짜리 나이키 에어포스원을 갖고 싶었지만 항상 6만 원짜리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골라야 했다.


 지금도 두 모델은 그 정도 가격에 살 수 있고, 오늘 새 신발을 사며 나는 낡아 떨어진 통산 다섯 번째 에어포스원을 의류수거함에 버렸다.


 학생 때는 운동화 한 켤레로 학교 갈 때 신기도 하고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친구들이랑 놀러 갈 때 신기도 했는데, 이제 캐주얼용 하나, 헬스장에서 신을 것 하나 이렇게 따로 장만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그래도 어릴 때는 철없이 비싼 운동화를 골라서 "이건 이게 좋고 어쩌고 저쩌고 우리 반 애들도 다 이거 신어"라며 엄마를 졸랐지만 이제는,


 "저 모델은 저렴하지만 경량이라 빨리 달리시는 분들한테 어울리고요, 이건 신상품인데 쿠션도 보강되고 유연성도 좋아 고객님처럼 덩치가 있고 조깅용 찾으시는 분들께 좋아요."


 라며 15만 원을 호가하는 러닝화를 능숙하게 권하는 매장 직원의 말에 이제는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신을 신고 헬스장에 갔다. 신발장에 올리려니 유독 반짝이는 내 신발이 튀어 보인다. 가져갈 사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내 사물함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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