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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ergrapher Jul 11. 2017

인도네시안 드림

해외 현지 취업은 장밋빛일까.


요 과장님 안녕하세요.


"예전에 코트라 소개로 뵈었던 UI(University of Indonesia) 어학당 박혜영입니다. 저 이번에 자카르타 OO호텔에 취업해서 한국 온 김에 인사드리려고 잠깐 들렀어요."


 3년 전 이맘때쯤,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사로 복귀하게 되어, 급하게 인도네시아 코트라에서 주관하는 현지 채용 박람회에 구인 업체로 참여하게 되었다. 혜영씨는 최종 3인에 올랐던 지원자였다.

  

 당시 100명 가까운 지원자가 원서를 냈고, 대략 열다섯 정도를 만나 면접을 봤다. 게 중에는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보고 온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한국에서 취업이 어려워 현지어를 배워서 취업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짧은 시기에 인도네시아어를 마스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업무를 수행할 정도의 현지어를 구사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인니어로 일을 했는데, 호텔에서는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알아듣고 처리해야 하잖아요. 몇 번 잘못 알아듣고 사고를 쳐서 이제는 그냥 영어로 일해요."


 그녀는 인도네시아에 간지 이제 4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인도네시아어로 업무는 어렵다고 했다. 같이 UI에서 어학과정을 시작한 친구들이 대략 서른다섯쯤 되는데 그중 열한 명이 취업을 했고, 또 그중 몇은 회사가 부도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에 들어와서 남은 친구는 몇 안 된다고 했다. 그나마 자기는 자카르타 시내의 이름 있는 회사에서 일하게 되어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예전에 어떤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글로벌을 하고 싶다고 무조건 해외로 나가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니야. 가서 현지인이랑 경쟁할 수 있어? 넌 그들만큼 현지어도 못하고, 로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뿐더러, 개발도상국이라면 넌 필요 이상으로 비싼 직원일 텐데? 먼저 한국 국적을 내세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다음에 현지어를 할 수 있으면 플러스가 되지." (쉬운 예로 동남아 국가에서 대학까지 나온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왜 거의 없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혜영 씨가 하는 일을 들어보니 현지인 호텔리어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도 현지인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었고, 한인 회사들을 다니며 영업하는 것 정도만 특화된 업무가 있는 듯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했다. 다만 고용도 불안하고, 나이가 차 가는데 결혼도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에 청년들이 다 어디 갔냐고 물으면, 다 중동 갔다고 해라.


라고 했던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자기 아버지 시대에나 했던 파독 광부나 간호사를 떠올린 걸까. 중동에 가기만 하면 청년들이 아랍어를 배워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청년들을 해외로 나가게 하고 싶으면 국가브랜드를 키워 한국에 대한 수요를 늘린 후, 더 많은 청년들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옳을 것이다. 먼 나라까지 와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귀국해야 했던 이들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특별한 능력 없이 해외에서 현지인들과 채용 시장에서 경쟁하는 건 비교우위가 없다. "젊은 패기로 가서 하면 된다."식의 발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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