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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 Oct 31. 2018

나의 습관

[Day 14] 습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좋은 습관을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네요.

그나마 생각나는 게 "집에 들어오면 손을 씻고 화장부터 지운다"

여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건 여간 부지런해서는 쉽게 몸에 배지 않는 습관입죠.

하고 많은 습관 중에 왜 하필 이 하이레벨의 습관이 제게 깃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요.

트위터에서 '집에 오자마자 화장부터 지우는 사람은 뭘 해도 할 사람'이라는 농담을 본 게 생각나네요.


최근에 생긴 좋은 습관은 회사와 집에서 '초록이들'을 가꾸는 일입니다.

회사에선 테이블야자를 수경재배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새 물로 갈아주고, 수돗물을 받아 염소를 빼고, 다시 그 물을 그 다음주 월요일에 부어주는 이 단순하고도 리드미컬한 반복의 순간이 좋습니다.

집에서도 재배난이도 최하의 공기정화식물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 테라스 앞으로 이녀석들을 줄 세워놓고 크고 작은 화분들에게 아낌 없이 물을 주고, 그래도 생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분무기로 잎사귀 하나하나에 수분을 채워줍니다. 흔한 표현이지만, 생명을 가꾸는 그 순간은 정말 '힐링'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자주는 아니지만 계절마다 분기 행사처럼 루틴을 반복하는 습관은 '옷장정리'입니다. 

지난 계절의 옷을 몽땅 세탁해서 뽀송뽀송하게 말려서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옷장으로 옮겨놓고, 그 옷장에서 다시 새 계절의 옷을 꺼내 또 몽땅 세탁해서 뽀송뽀송하게 말려서 근일에 입을 옷들은 스팀다림질까지 마쳐 놓으면 마치 냉장고에 밑반찬을 두둑이 채워놓은 것처럼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이러면서 또 부지런하게 옷을 사모으는 건 나쁜 습관...)


또 뭐가 있을까... 궁리해보아도 역시 제게는 나쁜 습관 투성이인 것 같습니다.

설거지를 미룬다거나, 물을 잘 안 마신다거나, 반면 카페인은 중독 상태라거나, 짝다리를 짚고 선다거나, 다리를 꼰다거나, 폭음 폭식을 한다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콧털 앞으로 임박해야 (울면서) 겨우 해치우거나, 데드라인을 수 만 번은 어겨서 남은 내 목숨은 도대체 몇 개인지 어림잡을  수조차 없다거나...


이런 상태인데도 저는 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요.

그건 제가 '쉽게 상처받거나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습관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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