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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 Oct 31. 2018

마음을 놓다

[Day 39] 오늘의 일기

1. 

업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발령 덕분에 애정을 갖고 추진해오던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흐지부지 마무리 될 것 같아 신경이 날카로운 요즘입니다. 곤두선 신경과는 반대로 어쩐지 의지와 총기는 무뎌져서 오늘은 하루종일 일에서 마음을 놔버렸네요.


2.

방심[放心]은 금물. 출입증을 안 가져와서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았는데, 둘둘 감긴 목줄을 풀기 귀찮아서 하루종일 셔츠 포켓에 넣어 다녔습니다. 퇴근 즈음 폐박스를 버리려고 화물엘리베이터 영역으로 갔다가 양팔 가득 든 박스 때문에 무거운 철문을 지탱하지 못하고 쾅, 닫아버렸는데 그 순간 쾅, 하고 머릿속에서 '너 지금 출입증 없음, 책상 위에 있음'하고 신호가 내려왔어요. 아니 그걸 왜 이제 얘기해주니 전두엽아... 설상가상으로 핸드폰도 없... 결국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서, 1층에서 다시 사무공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와서, 오가는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다 무사히 사무실로 돌아와 지금 이걸 쓰고 있습니다.


3.

요즘은 일도 재미 없고, 무슨 책을 읽어도 무슨 영화를 봐도 심드렁 하고, 심지어 요리 권태기인데다가 물욕도 식욕도 수면욕구도 없어서, 어떻게 살아야 일상에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일은 1도 하기 싫다, 마냥 놀면 좋기야 하겠지만 밥이랑 빚은 어쩌고-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고민에 빠져 있어요. 뭔가 계속 끄적이고 있긴 한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 이대로 이렇게 살아도 좋을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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