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7] 실패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만 해도 심각한 저체중이어서 엄마 아빠의 걱정 1순위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면서 그 이후로는 항상 '표준 체중 이상'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원인은 그때부터 엄마가 고기뷔페를 운영했기 때문... 진짜 온갖 종류의 고기는 다 먹어봤네요...)
대학교 4학년 때 취업 스트레스가 심해서 신경쇠약에 걸리는 바람에 한 달 동안 갑자기 8kg이 빠지면서 소위 '옷발 잘 받는 미용몸매'가 된 적이 있었어요. 그 때는 말 그대로 '신경쇠약' 상태여서 곡기를 끊고 하루종일 사이다 한 병 + 청하 한 병을 섞어 마시면서 연명했던 터라 (정신이 튼튼해진 지금으로선) 다시 그렇게 살이 빠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준비하던 시험을 잘 치렀던 게 아이러니긴 하지만.
취업 후에는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았는데 술자리를 즐겨하다 보니 다시 자연스럽게 '표준 체중 이상'이 되어버렸어요. 결혼 전 절반쯤은 의무감으로 다이어트를 했는데 주위 조언(?)을 얻다가 다이어트 한약을 접해버려서... 세 달 동안 10kg 감량이라는 엄청난효과를 맛보았습니다.
결혼 후 2년 동안 매일밤, 매주말 술과 안주와 야식을 달고 사는 삶을 살다 보니 그 살은 그대로 돌아왔고... 저는 다시 다이어트 한약을 찾고... 약 먹기를 멈추면 다시 식욕을 주체 못 하고... 이 요요를 매 2년동안 반복했습니다. 약발은 점점 줄어들고, 살은 빠지지 않고, 조급함은 더해가고... 마치 마약중독자가 된 것 같았어요. (실제로 다이어트 한약에는 '마황'이라는 마약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_- 손대지 마세요) 다이어트 한약으로 유명한 정자동 한의원 원장님도, 본인이 20년째 '요요 없는 약'을 개발중인데 안 될 거 같다고, 그런 건 없다고 할 정도였는데 저는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죠.
그러다 얼마 전, 인생 최고치의 몸무게를 찍고, 눈으로 봐도 확연히 옷태가 살지 않는 게 느껴져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약에는 손대지 않고 정석대로 하기로 했어요. '적게 먹고, 운동하기'
식단관리와 홈트레이닝을 도와주는 앱을 설치하고 일단 1개월 이용권을 끊어서 2주째 엄격한 식단관리와 하루 30~40분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1개월 이용권 가격이 제법 비싼 편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이제 나이가 나이다 보니 더 이상 건강과 체력을 해치는 다이어트는 못 하겠더라고요. 한약을 먹을 때만큼 체중이 파바박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체중엔 큰 변화가 없어도) 조금씩 천천히 신체 사이즈가 줄어들고 옷태가 달라지는 게 느껴지고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하루 하루 약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10년간 다이어트의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은 역시 no pain, no gain / easy come, easy go 라는 흔하디 흔한 진리에요.
땀흘린 만큼 보상 받고, 어렵게 얻은 게 더 귀중한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