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ldbeen 금콩 Jan 29. 2021

내 약점노트_08. 왜 남이 가진 건 반짝거릴까?

내 손이 쥐어진 내 것이 한없이 작아 보이는 이유

 2020년은 자신의 자리에서 멋있게 반짝이는 많은 사람을 만난 한 해였다.

덕분에 자극도 많이 받고 부족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는 한 해였다. 남이 가진 장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순간순간 나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너무 좋은 이 사람과 거리를 둬야 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왜 나는 남이 가진 것에서만 반짝임을 보는 걸까? 내가 가진 것들은 왜 하나같이 쓸모없어 보일까?


 고민도 생각도 많은 한 해였다. 예기치 못한 역병에 계획은 무너졌고, 무너진 계획을 수습할 방법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민은 많이 지고 해결책은 없는 상황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몰랐다. 결국 나는 스스로를 탓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보지도 못한 대단한 사람들의 장점을 한데 모아,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내 나 자신과 끊임없이 비교했다.

 항상 조급했고 불안했으며 예민했다. 이것저것을 흘깃거리기 바빴고, 나 스스로 반드시 서질 못하니 남들의 시선, 충고, 시비에 하나하나 휩쓸리고 무너졌다. 학벌 콤플렉스는 심해졌고 내가 가진 경력이 물 경력인 것 같아 불안했다. 가지고 있는 자격증은 분야가 중구난방이라 아무 쓸모없게 느껴졌다. 작아진 나와 다르게 한없이 커 보이는 주변 사람의 성공과 기쁨에 진심일 수 없었다.

 마음이 좁아져서인지 몸 곳곳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목과 어깨는 항상 긴장감인지 불안감인지, 잔뜩 경직되어 언젠간 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어떤 것에 집중할 때면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힘줘 물었다. 일순간 긴장이 풀리면 얼마나 힘을 줬는지 머리가 아파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두통약을 자주 먹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 편의점에서 두통약을 사다가 가지고 다니며 먹었다.


 그렇게 2021년을 맞이했다. 내가 가진 결함을 무시하고 현실에 순응할 것인지, 힘들더라도 콤플렉스를 제대로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나는 돌파를 선택했고, 누군가에겐 한심해 보일지 모를 극복의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목표에 대한 방향성이 생기고 나니 불안감과 조급함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콤플렉스와 부러움을 동일선에 두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그만 두기로 했다. 나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선택하지 않았을 길에 대한 부러움과 그 길을 선택해서 성공해낸 상대에 대한 위축감을.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 꿈꾸는 것에만 완벽을 기하기로 했다. 모든 것에 완벽을 다하려는 나의 완벽주의 성향을 조금은 버리는 한 해를 보내기로 다짐했다.


 사실 아직도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안고 매일을 고민한다. 그래도 이제는 내 선택의 기준을 남이 아니라 나의 더 긴 미래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올 한 해는 나를 좀 더 돌봐서 남의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약점노트_07.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