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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been 금콩 Oct 09. 2020

회사 다니기 싫어

철없어 보이는 한마디에 담긴 나의 진심

 ‘회사 다니기 싫어!’ 내 안의 생각을 한 순간에 담아내기 어려워, 이 한마디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철없는 아이 취급한다는 걸 알면서도.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어느 순간 무너진 아버지의 사업에 온 가족이 방한칸에 몰려 생활했다. 그 어린 시절, 일기장에 돈이 너무 싫고 밉다는 내용을 끄적거린 게 아직도 생각이 난다. 내가 맛살을 지금까지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역시, 맛살이 먹고 싶단 내  말에 돈이 없다며 사주지 않았던 엄마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니 가정 형편의 영향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그래서 나는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고 ‘평생직장’을 가진 성실한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돈 때문에 내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직장인이 되어야만 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한 기숙사 생활에 부모님과 나의 생활 방식은 달라질 대로 달라져있었다. 졸업 전 그 잠깐, 겨울방학 때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지낸다는 것에 꽤 많은 스트레스를 느꼈다. 나의 독립적인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직장인이 되어야만 했고, 그 직장의 위치는 다른 지역이어야 했다. 부모님을 떠남과 동시에 친구와 추억이 있는 내 고향 도시와도 이별해야 했다.


 원하는 직장에 입사가 확정되어 자취집을 구했다. 처음엔 나의 독립된 삶을 영위할 생각에 행복했지만, 힘듦을 나눌 친구도 동료도 없는 곳에 뚝 떨어져 있자니 점점 외로워졌다. 직장에서 갖은 수모를 당하고 온 날이면 다 마시지도 못할 소주 한 병을 사다 마시고 취해 잠들곤 했다. 혼자선 해결할 방법을 모르는 외로움에 연애를 했다. 이제와 끝이 난 연애관계를 되돌아보니, 나에겐 '그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22살, 보수적인 지역 중견기업 어린 여사원으로 입사해 4년 4개월을 버텼다. 나는 많이 소진됐고 지쳤다. 환기가 절실했고 발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유학을 결정하고 퇴사를 했지만, 참 인생이란 게 맘처럼 되지 않았다. 출국 한 달 전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구가 되어버렸고 내 유학은 좌절되었다.


 그렇게 직장인의 생활 패턴을 잃어 갈 때쯤, 옛날부터 관심 있었던 중소기업에 ‘과장’이라는 직책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의 미래에 대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인수인계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이전의 기업 자료들은 중구난방이라 손을 쓸 수도 없었다. 도저히 방도가 없는 중소기업에서 결국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해 버렸다.

 퇴사 후 다시 백수가 되어 돌아온 나는 ‘직장 생활’이라는 것 자체에 회의감이 들었다. 내 온전한 하루를 바치는데 월급과 대우가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 퇴근 후 떠오르는 상념들, 피로들은 어찌 보상받을 수 있는가? 과연 나는 근로계약서에 적힌 8시간만 회사에 들이고 있는 게 맞는가? 그 8시간을 위해 내 인생의 전체를 바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 다시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다. 중소기업 근무했던 기간 동안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는 생각. 이렇게 해도 회사가 돌아간다는 것과 함께, 나와 사장의 차이는 시작을 하고 말고 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마음 맞는 친구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지만 나의 감정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미래의 기대감으로 열정적인 하루가 가고, 회의적인 순간이 돌아오면 이전의 직장생활에 대한 미련이 머릿속 가득 흘러넘친다. 내가 한 계획이 맞는 것인지, 혹시 내가 철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래 안 되는 사람인데 괜한 욕심에 시간낭비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고민들로 복잡하다. 결론은 냈지만 과정은 끊임없이 의심스럽다.

 2년제 대학 졸업, 의미 없는 4년의 경력을 가진 여성, 이런 나의 노후를 끝까지 책임져줄 회사는 없다. 책임져 준다 해도 끊임없이 나를 후려치려 들것이다. 이제는 내 노후를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고, 그것을 키워내야만 한다. 그 결론에는 의심이 없지만, 왜 이렇게 나는 단단해지지 못할까?


 혼란한 마음에 들어간 채용공고 사이트를 보면서 나는 또다시 확신한다.

이제 다시는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나의 삶을 찾아 잘하는 일로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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