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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도 Jul 04. 2019

치킨 미슐랭 받은 뉴욕 맛집 ‘힐컨트리치킨’

#뉴욕의온도 14화 '힐컨트리치킨'

3살 때부터 30살이 되도록 치킨을 먹고 자랐다. 코리아 치킨차일드는 뉴욕에 온지 3주만에 치킨향수병에 걸렸다. 특히나 처갓집 특유의 양념치킨이 땡겼으나 후라이드 치킨으로 만족해야 했다. 급하게 치킨수혈을 위해 파파이스 치킨을 사먹었다.


치킨은 먹어도 다음날 생각나는 법. 요즘 계속 치킨이 간절했다. 클래식한 치킨으로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다는 뉴욕의 치킨 맛집으로 치킨 여행을 떠났다. 치킨 맛 평가는 미슐랭 평가 위원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다. 치킨의 민족아니던가.




미슐랭 뉴욕맛집 <힐 컨트리 치킨 Hill Country Chicken>


29번가에 위치한 힐 컨트리 치킨은 옛날 영화에 나오는 엄청 큰 시골 시내 햄버거집을 재현한듯한 느낌을 풍겼다. 부엌도, 공간도 넓직하고 바깥에 보이는 메디슨 스퀘어 파크 뷰도 좋았다. 평일에는 직장인들로 붐빈다던데 내가 갔을 때는 주말이라 그런건지 다소 한산했다. 한산한 동시에 불신이 피어올랐다. '미슐랭 맛집이 줄이 없다고?'



약간 당황스러운 맛집 분위기이긴 했으나 치킨만 맛있으면 되지. 치킨 한 마리 (한 버킷이라고 하더라)와 비스켓 6개 세트가 32달러 정도다. 치킨 한마리에 3만 5천원이라니. 미국이 물가가 비싸도 닭다리나 닭가슴살은 정말 저렴한데, 맛집이라 그런지 정말 비쌌다. '마...맛있겠지...'


다른 뉴욕의 유명 맛집이나 가게들에 비해 브랜딩 측면에서는 아쉽긴 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테리어에, 그리 특징적인 요소가 많진 않았다. 여기가 힐 컨트리 치킨이야! 우리가 이래 이래! 하고 자랑하는 듯한 것도 없었다. 어쩌면 그게 음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긴 했다.


너무 소란스럽게 이런 저런 스티커와 전단지로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 안달난 것보다,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하는 느낌이 좀 더 와닿을 수도 있다. 투박하게, 툭, '이거 먹어보든가' 하는 것. 음, 이건 뭐 치킨집에서 찾은 인사이트랄까.  


미슐랭 받은 <힐컨트리치킨> 제 별점은요


클래식 치킨과 비스켓을 부셔서 튀김옷을 입힌 치킨을 반반씩 해서 달라고 했다. 주문이 들어가고 튀김옷을 입히는 건지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비주얼은 옛날에 아빠가 사오던 튀김옷이 얇은 치킨 느낌이었다.


음식 사진을 잘 찍어보려 했지만 식기 전에 먹어야 하기 때문에 흔들리거나 치킨이 가장자리에 있게 찍혔다. 한 입 베어물었을 때 물론 맛은 있었다. 촉촉하고 담백하고 껍질의 바삭함이 함께 씹히는 흔한 치킨이었다. 하지만 미슐랭까진 아니다. 이게 미슐랭이면 북악산 아래 있는 계열사 치킨은 별 2개도 가능하겠다. (미슐랭은 별이 0개라도 선정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치킨은 치킨 본연의 맛을 살렸기 때문에 미슐랭을 받은 게 분명했다. 미국인들이 어릴 때 먹던 바로 그 컨트리 치킨 그 자체. 치킨을 염지하지 않은 게 특징이었다. 한국 치킨이 맛있던 이유가 치킨 속까지 주사기로 소금과 정체모를 양념을 넣어 염지하기 때문이라고 예전에 먹거리 X파일 같은 곳에서 봤는데, 이 치킨은 전혀 짠 맛이 없는 치킨이었다.



그러다보니 양념이 더욱 절실했다. 여기에 양념을 찍어먹으면 맛있겠는데, 뉴욕 치킨의 소스라고는 핫소스가 전부다. 치킨에 핫소스라니! 처갓집과 페리카나 양념 수출 시급합니다.



이 치킨의 특징 두 번째는, 닭냄새가 전혀 안난다는 거다. 심지어 향신료나 소금 후추, 마늘 맛도 없었는데 뼈에 살을 다 발라먹어도 비린 게 없었다. 그게 노하우인가.



치킨 한마리를 다 먹어 치우고 배부르게 가게를 나와서 준군과 나는 논쟁을 했다. 둘다 의문을 제기했다.


'이 치킨이 미슐랭인 게 과연 타당한걸까..?'


일단 여기 치킨집보다 한국 치킨집이 더 맛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맛집이라고 해서 거금을 썼지만 실상 다소 실망했다. 맛이 없다고 단정짓기도 애매하다는 것도 답답했다. 여기 치킨을 먹으면 이렇게 혼란스러워진다. '맛'에 대한 철학까지 정립해본다.  


'맛'이라는 게 뭘까? 맛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미각의 속임수가 아닐까

 #뭔소리야


맛있는 건 전부 다 간이 잘 돼있다. 조금 짬짤하거나 달거나 매우면서 달거나 하는 음식들이 맛집이라 평가받곤 한다. 재료맛을 최선을 다해 살린 맛집은 싱겁고, 심지어 때론 그게 맛이 없는 게 돼버리고. 맛을 평가하는 기준은 거의 양념이고.


미국 음식은 상상초월로 짜긴 하다. 하지만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맛이다. 뉴욕에서 싱거운 음식을 먹으니 이걸 맛이 없다고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만약 이 치킨에 소금 간이 잘 돼있다면, 정말 맛있다고 말했을 우리를 상상했다. 소금 하나로 그럴 일은 아닌데? 여전히 혼란.


<힐 컨트리 치킨>을 내가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한 두 조각 정도는 7달러 내고 먹을 수 있긴 하겠지. 다음에 또 갈 계획은 없다. 매우 솔직. 이 치킨집에 가본 사람들과 토론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다들 어떻게 평가하는지 왜 내가 평가하는 맛보다 리뷰가 궁금해지는 건지. 이것도 사회적인 맛인가.


치킨은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는 법이니까, 다음에는 치킨이 땡기는 뉴요커에겐 최고의 선택이라는 <칙필레 Chick-Fil-A>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참고로 뉴저지에 사는 미국인 친척과 그 가족들의 베스트 맛집이라 뉴욕에 오자마자 먹은 첫 패스트푸드였음.



다음 연재 예정 콘텐츠는 뉴욕 최고의 패스트푸드라 꼽히는 <칙필레 Chick-Fil-A> 방문기 입니다. 구독하고 뉴욕 인사이트 받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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