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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도 Dec 03. 2019

나는 느리게 살지 못한다

신간에세이 [솔직한 서른 살] 출간 전 연재 02.

솔직한 서른 살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어느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와 어느 찌질한 작가지망생 직장인을 이어준 것은 바로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었어요. 책 『솔직한 서른 살』이 12월 5일부터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게 된 이유입니다. 고마움을 담아 더 좋은 글이 더 멀리 퍼지도록 이 곳 브런치에 쓰고자 하는데 아마 그건 앞으로도 쭉 끌고 가야할 숙제가 되겠지요.


출간 전 연재 02_나는 느리게 살지 못한다


제 책에 수록된 글 60여 개 중 몇 개 글을 출간 전 연재 형식을 빌어 브런치에 최초로 공개합니다. 260 페이지가 넘는 솔직한 글들이 모여 '솔직한 서른 살'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조금 더 읽어보고 싶고, 궁금해진다면 현재 교보문고에서 예약판매 중이므로 출판사 소개와 서평을 훑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뻔한 이야기는 덜어내었습니다만 사람 사는 게 비슷해서 저의 찌질함에 때론 공감도, 때론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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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리게 살지 못한다



콕 집어 “느리게 살자”라는 말이 유행한 건, 너무 빨리 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허겁지겁 살다보니 쉽게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탓이었다.


느리게 살기의 미덕이 강요된 때조차 나는 빨리 살았다. “천천히 먹어. 누가 뺏어 먹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뺏어 먹진 않아도, 천천히 먹을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다니까.” 느림은 기회비용이 크다며 빨빨거렸다.

그러다 한번 느려보기로 결심한 건 동생과 홍콩여행에 갔을 때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선 다음 행선지를 생각하지 않고 오래 머물렀다. 아예 가야할 곳을 가지 않기도 했다. 지하철로 15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동안 트램을 타고 가기도 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탄 탓에 관광지가 아닌 홍콩 노인들이 모여 사는 다소 으슥한 동네에 내린 적도 있었으나 그때도 느긋하게 걸었다. 중국어로 소리치듯이 빠르게 말하며 비틀거리는 좀비처럼 우리를 따라오는 할아버지를 피해 빨리 걸었을 때를 빼곤, 아주 느린 3박 4일을 보냈다.


하지만 다시 서울에서, 홍콩에 다녀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놓친 곳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된 후엔 초조하기까지 했다. 느리게 가기로 마음먹고 떠났음에도 더 빨리, 더 부지런히 움직였더라면 더 자세히 홍콩 구석구석을 봤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그다음 해에 떠난 여행에선 다시 빨리빨리 모드가 되었다. 예쁜 사진을 위해 여행 일정보다 배는 많은 옷을 챙기고, 관광 명소, 맛집, 카페 리스트도 만들어서 모두 가보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쉴 틈 없이 먹고 마시고, 매일 3만보 가까이 걷다가 급기야 체해서 호텔방에 드러눕기도 했다.


느리기 때문에 놓친 것들만 생각하다가 느리기 때문에 얻은 것들을 잊어버리곤 한다. 간사한 건지, 멍청한 건지. 빠른 것이 역시 최고라며 본래의 어리석음으로 회귀한다. 내가 느리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회비용 때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내가 왜 이리 빠르게 움직이는지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 그게 내 의지가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책『솔직한 서른 살』에서 전체 내용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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