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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도 Jan 11. 2020

“이렇게 서른이 된 게 잘못은 아니잖아”

[솔직한 서른 살] 오마이뉴스 기사

" 올해 안에   거야!"

 밖으로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마법 따위를 믿지 않는 세상에 찌든 서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써놓은 글도, 글을  시간도 없이 직장 생활을 하던 서른 즈음의 내가 그토록 허풍을 떨고 다닌 이유는 '누가   도와달라' 간절함 때문이었다.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노점에서 옷을 파는 엄마와는 30 넘게 투닥거리며 대치 중이고, 아빠는 환갑을 코앞에 두고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고, 동생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번듯한 우리집 하나 없는 집의 장녀로서  꿈은 언제나 '우리 가족이 따뜻하고 포근한 집에 살며 행복하게 호강하는 '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다. 정규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마저 아까워 곧바로 일할  있다는 말에 솔깃해 박봉의 방송작가로 일했고, 망해가는 전문지 수습기자 일을 시작하며 나이만큼 커리어는 꼬여만 갔다.

당연히 모은  없이  달의 월급이  전재산이 되었다. 그마저도 월세다, 카드값이다, 학자금 대출이다 뭐다  빠져나가버리고 말았다는  굳이 쓰지 않아도 알만 하다.

'N포세대' 해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잘한 건지 아닌지 혼란스럽게, 7년째 만나는 남자와는 매일 싸우고 있다.  역시 사는  각박하긴 마찬가지. 싸우면서도 유일하게 합의한  있다면 미래에도  때문에 허덕일  같으니 '애는 낳지 말자' 것이었다.

그런 내게 구세주는 하나님이 아니라, 어느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였다.

"여보세요? 박도 작가님? 브런치에   보고 연락드렸어요."

'좋은 것이  인생에 들어올  없으니 하는 만큼이라도 보상받게 열심히 살자' 모토로 살아가는 나는,  편집자의 말을 듣고 의심부터 했다.  글은 퇴고도 없이 신세한탄용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 글이요? 구독자도 400 정도고(현재는 1200명이다) 유명하지도 않은데 저를 어떻게 아시고..."

편집자는 고맙게도  가능성을 알아봐 주었다. 투박하되 솔직하고, 찌질하되 공감이 가는  글이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책을 낸다는 말을 하고 다닌  불과   만에 정말로 책을 쓰게  것이다.
 

 <솔직한 서른 >  표지 

   
돌이켜보면 구구절절  이야기  들어달라고 호소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서른이  어쩌고 어째? 서른 넘어보니 그거  의미 없더라. 분기점 역할도 못해서 20대와 다름없이 찌질하다. 주기적으로 우울하고 되려,  가난해졌다. '다들 인생이 처음일 텐데 삽질은  나만 하지?'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온 3년간 절실하게 정규직이 되고 싶었으나 막상 되고 보니 그냥 회사가 싫다는  깨달았다.

 인생은  이런 식이었다.  안에는 절망과 희망, 소위 이질적인 것들이 뒤엉켜 살고 있다. 그로 인해 혼란과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누군가 내게 인생이 어떤 건지  잡고 설명해 주었더라면 조금  아팠으려나?

세차게 비바람 치다가 고요해지고, 쨍하다가도 예고 없이  태풍에 정신없이 울다보니 어느새 해가  있어서 글을 썼다. 모든  완벽하게 주어졌더라면  말이 없어서 퍽이나 아쉬웠겠다.

'이렇게 살아서 성공했습니다',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라고 당당하게 말할  없지만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걸로도  작은 세계의 틈이 열리기도 하기에, 용기를 담아 용감하게 책을 낸다.
 
 수천 권의 책이 인쇄되었다. 60 개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수백 페이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 백스페이스(Backspace) 지울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다.
 
<솔직한 서른 > 제목으로 정하기까지 출판사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인들과 수십 개의 키워드를 추려보았다. 어렵고 복잡한 나머지 며칠을 고민해도 타이틀이 나오지 않아 다들 지칠대로 지친 상태, 그때 누군가가 가볍게  던진 "솔직하게 썼으니까 그냥 솔직한 서른  "라는 말에 모두가 격한 공감을 해버렸다.

 책은 제목만큼 그렇게나 솔직하다. 누구에게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던, 내가 너무 가난한 것이 지금의 나를 이렇게 궁색하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들, 7년째 사랑하고 있는 연인과의 사랑이 식어버린  분명하다는 확신들, 발을 휘적거리며 살아도 제자리인 현실에서 대체 어떤 미래를 꿈꿔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의 이야기들을 무겁지만 유쾌하게, 슬프지만 웃기게 쓰고 싶어 땀을 흘렸다.

수천 권의 책이 인쇄되었다. 60 개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수백 페이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 백스페이스(Backspace) 지울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다.  책을 만드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도망칠  없게 되었다.

사막에 벌거벗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손을 배꼽 아래에 고이 모아두고 서있는 수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다. 기왕 글로 태어난 김에 많은 이들에게 읽힘 당했으면 좋겠다.  자식같은 책에게 해줄 말은 나처럼  커버를 벗은 채로 서점에 서있으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 넘겨 읽어주기를 기도하고 기다린다.


< 글은 오마이뉴스 기사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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