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박도 Mar 04. 2020

非인플루언서 생존 기록

뉴욕종합잡지는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 <솔직한 서른살> 이라는 책을 냈고, 인스타그램을 하며, 브런치도 하고, 유튜브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팬이 많아야 해볼만한 뉴스레터 구독서비스까지 한달 넘게 운영중이다. 또한 찐 팬만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해준다는 그 어렵다는 독립출판 프로젝트까지 진행중이다.


누가보면 내가 뭔가를 쓰기를 바라는 팬들이 아주 많거나 나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이 여럿인 줄 알겠다.


둘 다 아.니.다.


나는 거의 모든 SNS를 하고 있지만 팬이나 소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팬이 많은 건 꼴랑 나의 개, 온도의 계정 하나다. 2,5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자랑스럽지만은 않은데 내가 팔로잉 하고 있는 개들의 계정도 2,000개가 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인플루언서의 간지란 팔로워 1만, 팔로잉 0 아니던가.


요즘 즐겨보는 MBC '끼리끼리' 프로그램에서 광희가 아무도 팔로잉 하고 있지 않다고 하니 막 연예인병 걸렸다고 뭐라고 하던데. 뭐 비웃음은 살지언정 인플루언서의 기준이 느낌적으로 팔로워 대비 과하게 적은 팔로잉 숫자인 걸 어쩌겠나. 그러한 사회적 동의에 따르면 나는 그냥 '맞팔'을 잘해서 팬아닌 '인친'이 많은 개엄마일 뿐이다.


에이, 브런치 구독자 1,300명이신 분이 왜이래요? 유일한 자랑거리인 브런치 구독자수. 1,300명을 돌파했으나 이분들 역시 나의 글이 좋아 구독하신 분들은 많아야 30% 정도고 나머지는 나의 개 온도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도그러버이실 확률이 높다. 브런치에서 구독자 취향이나 타겟 특성을 파악할 때 주제별로 글을 써서 올려보면 좋은데, 개 이야기를 쓸 때 반응이 좋은 걸 보고 추측해보았다. 또 한동안 개 이야기를 쓰지 않고 뉴욕 이야기나 퇴사 이야기에 열중했었는데 항상 댓글을 달아주시고 응원해주시던 분이 구독을 취소한 걸 발견했다. 그분은 내가 개에 대한 글을 쓸 때만 길게 댓글을 달아주셨다 (돌아와요.. 개 이야기 많이 쓸게요)


마케팅에서 중요한 요소가 '팬'이고, 그런 팬들을 모으기 위해 기업에서 브랜딩에 열을 내는 것인데 그걸 알아도 한낱 개인인 나의 팬을 모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까지 느껴진다.


나도 나의 팬이 아닌데, 누구한테 나의 팬이 되어달라고 하겠냐고

  



그래서 나는 작은 실험을 진행했다.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먹고 살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나는 팬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마구잡이로 하고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든다. 꾸준히 하면서도 잘해야지 팬이 생기는 법이지만 둘 중 하나만 이거나 둘 다 아니라서 좀처럼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는 나같은 사람들이 사실은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인플루언서의 수는 몇십 명 되지 않고, 누구나 작게나마 인플루언서가 되길 바라고 참 어떤 일이나 승자의 수는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인플루언서가 될 때까지 자기홍보에만 집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를 실컷 알린 다음에야 팬이 생긴 후, 나의 일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나는 거기에 소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유료 뉴스레터 구독서비스' 독자를 무작정 모집해보았다.    



매주 3회, 이메일로 뉴욕종합잡지 받아보실 분 계신가요?
한달에 10달러 입니다!


팔로워도 몇 없는 사람인데 무료로 구독자를 모집해도 읽어줄까 말까인데, 10달러를 내라고? 미리 예상하기로는 정말로 0명을 생각했다. 차라리 귀찮았는데 아무도 안신청하는 게 좋다는 생각마저 했다.


게으른 백수 생활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전직장 동료가 입금을 한 게 아닌가.


뭔가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지인들에게 말을 하기 꺼려지는 이유가, 읽고 싶지 않은데 지인이라는 이유로 돈을 지불해서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SNS 팔로워라고 해봐야 몇 없는 지인들 뿐이라 그들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을.


전직장 동료는 그다지 친하지는 않은데 내가 뭔가를 홍보하면 기꺼이 지불의사를 밝힌다. 왜그런가 생각해봤더니 일단 월급을 많이 받는 직군이다. 예의가 바르고 친절한 걸 수도 있겠다. 거지에게 적선한다는 마음은 아니길 바라며.


아무튼 그렇게 지인이 신청을 하자, 어쩔 수 없이 1명의 구독자를 위해서라도 뉴스레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게될 참이었다.




비인플루언서의 유료 구독자 모집 성과는?


내가 가진 SNS에 글을 올려 홍보를 했다. 홍보라 해봐야 링크를 올리고, 구독해달라 뭐 이 정도의 글이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에 올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 세 개의 글의 조회수가 별로 높지 않았고 링크 클릭율도 낮았지만 전환율은 높은 편이었다. 가령 100명이 구독자모집 링크를 클릭했다면 30명 정도가 구독 신청을 완료하는 수준이었다. 평균적으로 10% 전환율도 어려운 수치임을 감안했을 때 좋은 성과였다.  


모수가 많지 않아서 데이터를 분석할 정도까진 아니고 대략적으로 이야기하는 수준이지만 여기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사람들이 나의 타이틀이나 인기가 아닌 (있지도 않음..) '뉴욕종합잡지'의 뉴욕이라는 주제에 흥미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현지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로컬 브랜드나 숨은 핫플을 알려주는 온라인매거진이 눈길을 끈 것이다.


즉,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주제'를 참신하게 잡았다면 구독자를 모집할 수 있긴 하다. 10달러의 진입장벽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뉴욕종합잡지 2호 '뉴욕에서 쓰는 편지'(편집장의 말) 중 일부




 비인플루언서의 한계는?


신청한 사람들과 실제로 입금까지 완료한 사람들 수에도 차이는 있었다. 아마도 내가 무료 뉴스레터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더라면 훨씬 더 신청자가 많았을 것이다. 무료로 뉴욕 로컬, 현지인이 아는 브랜드와 맛집 정보를 보내준다는데 밑져야 본전, 나중에 뉴욕여행 갈 때 써먹으면 되니 손해볼 게 없으니 말이다.


다만 유료로 가는 길목에서, 내가 인플루언서가 아닌, 무명작가라는 것이 고민하게 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나같아도 그러겠다.


'어? 이 사람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내가 10달러를 내고 잘 쓰는지 못 쓰는지 모르는 이 사람의 글을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사기꾼 아냐? 뭐하는 사람이지? 팔로워도 적은데?'


인플루언서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서 빛을 발휘한다. 신뢰감. 이미 팔로우 하고 있는 사람이고, 사람들도 다 이 사람을 좋아하고, 책도 내고, 돈도 잘버는 사람이니까 이 사람이 하는 유로 구독서비스도 괜찮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가 훨씬 쉽다.


굳이 내꺼 봐주세요, 하지 않아도 나 이런 걸 해요~ 단순히 알리는 정도로도 매진이 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그러니 내가 예상보단 구독자들을 많이 모집했다고 해도,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내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에 선뜻 신청하지 못하고 아예 창을 꺼버린 사람도 수백명이라는 게 씁쓸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인플루언서도 먹고는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내가 모집했고 현재도 모집 중인 뉴욕종합잡지의 시즌2 구독자 모집 안내 링크는 이렇게 생겼다. 절찬리에 모집 중이다. 기간이 지났지만 신청한다면 이번 시즌 호는 전부 보내주니 걱정마시라.'





인플루언서의 기본은 소통이거늘.


비인플루언서는 몇 없는 팬들에게 어쩔땐 지나치게 친절하고 관심이 과도하다가도 때론 어차피 팬이 아닐거야.. 하고 댓글을 달지 않기도 한다. 한마디로 소통의 기본정신이 없음.


내가 그렇다. 인플루언서가 되기에는 팬들이라거나 다른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게 뻘쭘하게 느껴진다. "잘 봤어요^^" 이런 댓글조차 남기기 민망하고 오글거리고 어쩐지 내가 가식을 떠는 것 같고 그렇다. 역시 성격상 인플루언서로 살 수는 없는 것인가. 요즘 인플루언서의 필수 요소가 '소통'이라던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메일 구독서비스에서는 독자들에게 편지도 쓰고 조곤조곤 이야기도 (혼잣말이지만) 쓰면서 막 애정을 느끼고 있긴 하다. 시즌 1이 끝나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좋은 말들을 보내주시고, 원하는 것을 말씀해주실 땐 정말 한달간 뉴스레터로 서로 친근해진 건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뉴욕종합잡지]

: 주3회 온라인매거진 뉴스레터 유료 구독서비스 시즌1 후기

 

주3회씩 A4 6장 분량의 글과 주제별 카테고리, 여기에 고화질의 사진들도 10장 내외로 포함해서 온라인 매거진을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정말로 생각보다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더라. 오죽하면 10달러가 너무 저렴하다고 하는 구독자도 (많지는 않지만)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는 건 지금 시장에서 불가능하다.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어찌 감히..


뉴스레터 서비스 한달 후기



꾸준히 한달 서비스를 실행한  유명하지 않은 나의 한계를 확인해보는 실험으로서는 대성공이었다.


통장잔고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누군가가 내 작업물을 기다려주고, 읽어주고 피드백을 준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다. 혼자서 그냥 글을 쓸 때와 누군가에게 글을 보내서 곧바로 평가받을 때의 긴장감이 다르다. 더욱이 글을 쓰기로 한 건 구독자와의 약속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과 책임감에 백수지만 바쁜 한달을 보냈다. 마감이 있어야 글이 써진다는 작가들의 세계와도 일맥상통한다.


뉴욕종합잡지 뉴스레터 내부 콘텐츠 목차와 리스트 중 일부



시즌 1 구독자가 시즌2도 재신청하였는가?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것, 소비자의 만족도 평가 중 중요한 지표는 바로 재구매율이다. 다시 또 그 제품을 구매하시겠나요?


YES.


이탈자없이 모두 그대로 시즌2를 신청해주셨다. 100명까지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의미있는 소수의 구독자들이 다시 읽겠다고 해준 것 자체가 눈물나게 감동이었다.


꼭 인플루언서가 되지는 않더라도 계속해서 내 일을 해나간다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오랫동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행해나간다면 언젠가는 그런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결국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뜻..)



나는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저 사람은 다 잘돼.



조금만 시선을 바꾼다면 그냥 대충이라도 계속 하면 된다. 나만의 방식으로 돈은 안되더라도 죽이라도 되게. 먹고사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잘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인스타그램, 텀블벅에서 저를 구독해보실 수 있어요. 교보문고, 예스24에서 [솔직한 서른살]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봬요:)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서른이 된 게 잘못은 아니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