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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도 Nov 02. 2020

프리랜서로 먹고 살기 불가능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글을 쓰면서, 혹은 글을 쓰려고 발버둥치며 보낸다. 그 글은 책을 목표로 부지런히 쓰여지지만, 책이 된다고 해서 삶이 퍽 나아질 정도의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알면서도 그렇다. 다니엘라가 왜 힘들다면서도 계속 쓰느냐고 물었다. 그래. 나는 왜 계속 쓰나? 생각은 잠시, 빠르게 답이 나왔다. 


“이것이 내 직업이 되길 바라거든” 

직업이 되길 바라기 때문에 나는 계속 쓴다. 직업이 된다는 건, 나 스스로는 물론이고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자격증이 있든 회사에서 직위를 부여 받든, 돈을 벌든지 해야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 혼자서 직업을 가질 순 없다. “나 오늘부터 변호사 할래” 이럴 순 없는 거다.


그러니 나를 작가라고 소개하는 것이 가끔은 민망하다. 수입이 있긴 하지만 노력이나 시간 대비 연봉을 따질 것도 없이 부족하다. 삶을 영위할 정도의 생활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작가는 수입으로 직업을 정의하는 게 아니라 쓰는 행위와 씀의 결과물로 인정받는 특이한 직업 군에 속하는 걸까? 업계에서 꽤 유명한 작가님이 공개한 수입을 보고나니 좀 허무했다. 나중에는 통장에 인세가 좀 쌓이겠지,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되면 내 책을 많이 사주겠지 그런 기대에 글을 쓰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건 나를 주춤하게 한다. 돈 때문에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아니지. 돈 때문에 글을 쓰는 거다.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 엄마에게 좋은 집을 선물하고 싶다. 명예는 무슨. 돈으로 밖에 충당할 수 없는 일이다. 

글을 써서 돈을 벌려면 글 하나로는 안 된다. 혼자 글 쓰는 시간만큼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들은 혼자 사유하고 생각을 써 내려가야 하기에 내향적인 경우가 많다지만 돈을 잘 벌려면 ‘인싸’적 자아를 탑재하여 강연도, 강의도 자주 해야 한다. 글을 잘 쓰는 것이 말까지 잘하는 걸 뜻하나?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말도 청산유수로 잘한다. 허 참, 나도 말은 못하지 않는데 경험은 미비하다. 고작 대학생 때나 회사에서 PT할 때 ‘좀 했다~’ 이 정도. 1시간 동안 혼자서 신나게 말하는 강연을 한 적은 고다네 고3 교실에서 딱 한 번이다. 그마저도 애들이 듣는 둥 마는 둥. 나도 강연해서 돈 벌 수 있을까? (누가 보면 당장 강연 요청온 줄) 


책은 하나의 명함이고, 명함을 필두로 전업 강연가가 되는 편이 살림살이에 도움이 된다. 책 수천 권 팔아도 강연 두 세 번 하고 얻는 수입보다 못한 거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작가가 된 사람들에게 강연은 울며 겨자먹기의 일이 될 확률이 높다. 글을 쓰는 것은 집중을 요하지만 말을 하는 것은 그외 다른 에너지를 끌어 모아서 단숨에 소진하는 일이다. 말을 하고 나서 더 흥이 나기보다는 자신을 갉아먹는다고 느끼는 작가들 중에는 강연을 안 한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둘 다 할 거니까 많은 연락 부탁 드립니다. (010-*##$-8282)


프리랜서 작가가 아니라 대기업 작가라는 게 있었다면 작가도 좀 안정성을 가질 수 있었을까. 막 9시까지 광화문 주식회사 삼성작가상사에 출근을 하는 거지. (왠지 남대문에 있을 법한 이름) 작가 대기업에서 하는 일은 구글, 네이버, 블로그, 책, 유튜브 원고, 구멍가게 광고 카피 등 국내 모든 글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회사원 작가들은 주제나 아이디어와 관계 없이 글 쓰는 기계가 되어 서류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9 to 6. 30장 할당량을 채워서 글을 써야 한다. 글은 작가 개인이 아닌 회사의 이름으로 출시된다. 잘 쓰든 못쓰든 월급을 받는다. 음.. 작가는 역시 프리랜서라는 형태가 어울린다. 굳이 꼽는다면 정규직 작가로는 잡지사나 신문사 에디터를 들 수 있는데 사실상 월급이 정해졌다는 것 빼고는 프리랜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기 이름으로 글이 발행되니까 그 책임과 무게를 혼자 짊어져야 한다. 


그 점을 제외하면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좋은 점이 많다. 자유 시간사용권. 단 자유는 남용되곤 한다. 프리랜서 1년차, 늘 10시에 몸을 겨우 일으켜서 좀 쉬다가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쉼) 밥을 먹으며 넷플릭스 좀 보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졸음이 쏟아지고 무기력한 생활을 반복하게 되는 거다. 현타가 왔다. ‘이런 사람이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성공이란 바야흐로 새벽형 인간의 것이다. 혹은 아침에 잠들더라도 3시간만 자는 사람의 것이거나. 디즈니 CEO도, 애플 CEO도 새벽 4시에 일어난단다. 아마 그들이 저녁 8시에 잠들리는 없겠고 잠을 적게 자는 거다. (책에 몇 시에 자는 지는 일급 비밀인냥 안알랴주더라) 그러니 수면시간은 하루 3~4시간 정도로 줄여야 성공할까 말까다~ 이 말씀. 자 그런 조건에 내가 부합하느냐 하면 낮에 일어나지만 수면시간은 8시간 이상이고 깨어있는 시간에 착착착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지도 않고. 초등학생이 나를 보면 단박에 ‘아 저런 어른은 되기 싫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일상이다.

프리랜서가 정신을 차리려면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지나친 자유는 방탕으로 가기 쉽다. 혼자서 의지를 갖고 회사 다니듯 엄격하게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건 여간 독하지 않고서야 어렵다. 오죽하면 마감이 없었더라면 작가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는 말이 있을꼬. 마감이라는 강제성은 작가를 쓰게 만든다. 

나는 오히려 중학생 때 의지가 강했다. 누구도 시킨 적 없지만,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새벽 2시에 마이마이로 라디오를 들으며 밤새 공부를 했다. (나이 많지 않습니다. MP3 세대라고요! 사실 이것도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할 수는..) 내가 꿈꾼 성공이란 단순했다. 국영수는 기본이고 기술가정, 음악, 미술, 체육 시험까지 100점 맞기. 반에서 40명 중에 1등 하기. 그랬던 중학생이 서른이 넘어서는 어른용 기숙학원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늘어지고 느슨해져서 흐리멍텅구리가 되었다. 4만, 40만, 400만 명 중에 1등 해야 겨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인가? 라고 또 나를 위한 합리화를 시전해본다. 40명 중에 상위권에 드는 건 약간의 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4만 명 중에 1등이란 노력만으론 어렵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40명만 있는 블루오션을 찾는 게 빠르겠다. 그럼 애초에 책을 왜 쓰나? 책이 아닌 분야에서 글을 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 다 같이 찾아봅시다.. 


내가 프리랜서로서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 일 중에 온라인 매거진형 뉴스레터 서비스가 있다. <뉴욕종합잡지>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레터를 회원님들에게 주 3회~5회 발송한다. 지금까지 8개월 동안 한 달도 빠짐없이 뉴스레터를 보냈다. 나 혼자만의 약속이 아닌 비용을 지불한 회원님들과의 약속이므로 일종의 강제성을 띤다. 마감이 있는 삶인 거다. 하지만 시간은 내 마음이다. 뉴욕 시간으로 밤12시에 보낸다면 늦게 일어나도 충분히 보낼 수 있다. 마감이라는 게 그렇듯 새벽 1시가 되고, 2시가 되고 그러다 새벽 5시가 될 때도 있지만. 그래서 시즌8호에선 더욱 강제성을 강화하고자, 뉴욕시간으로 아침 10시에 보내겠다고 단단히 선언해두었다. 마감시간을 지키는 게 버거울 땐 새로운 시즌에 앞서 ‘이번 호는 마감일은 있지만 시간은 미정입니다.’라고 공지하기도 했으나 회원님들 중에 ‘발송 시간이 일정했으면 좋겠다’, ‘다 좋은데 시간을 잘 지켜줬으면 한다’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서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 10시에 글을 보내야 한다면 최대한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6시부터 4시간 동안 글을 쓰고 형식에 맞춰 발송하는 식으로 루틴을 바꿔야 한다. 대대적인 기상프로젝트이자 인간개조 캠프가 시작되었다. 

알람을 못 듣는 인간으로 태어나버렸다고 좌절하기 일쑤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되더라. 그 꼭두새벽(?)에 일어나 책상에 앉는 내 자신이 기특했다. 나는 자존감이 낮아서 나 자신을 비난하거나 비하하고 칭찬이라고는 전혀 해주질 않는 사람이다. 그런 나를 보더니 뉴욕에서 만난 일명 뉴욕의 유노윤호, 지선언니가 말했다. 

“아주 작은 목표를 정해서 매일 매일 목표 달성을 하는 거야. 그럼 잘했다고 너를 칭찬해줘. 만약 3일 하다가 못했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줘. 하루 한 것도 대단한 건데 너무 큰 목표만 보니까 작은 성취는 칭찬보다는 채찍질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자신을 칭찬해주고 그게 계속 반복되면 어느새 자존감이 올라간다니까.”  

뭐지 이 언니? 걸어 다니는 자기계발서야 뭐야? 어디선가 읽거나 들어봄 직한 말이지만 누군가 내게 시간을 들여 따뜻한 말을 해주니 눈물이 날 듯 고마웠다. 나를 칭찬해주는 일을 내가 해본 적이 있던가. 회사에 다닐 때도 늘 타인의 인정, 상사의 칭찬을 갈구했고 프리랜서가 되어 책을 냈을 때도 좋은 평가를 받아야 겨우 안도했다. 나는 칭찬은 남에게 받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칭찬해줄 수 있다는 것, 나를 가장 많이, 자주, 잘 칭찬해줄 수 있는 게 나라는 걸 몰랐다. 식스센스의 반전이라도 알게 된 듯 사실 범인은 나였던 거다. 칭찬을 해줄 사람이 나인 걸 알게 됐으니 나는 6시에 일어날 때는 물론이고 6시 30분, 7시에 일어날 때조차 나를 격하게 안아주었다. “잘했어. 넌 진짜 성공하겠다!” 실제로 칭찬에 대한 보상을 하기도 했는데 가령 잠들기 전에 ‘내일 제대로 기상하면 마들렌을 먹는 거야.’라고 나 자신을 유혹하는 거다. 신기하게도 마들렌을 먹기 위해서인지 6시 정각에 눈이 떠지더라. 

(약빨이란 게 있으니 지금도 마감을 어긴 채 글을 쓰고 있음을 반성합니다. 회원님들 왈: 매일 늦던데…? 글행불일치 오진다…) 


참 프리랜서로 먹고 살기란 쉽지 않은 거다. 혹독하게 자신을 혼내면서도 그 누구보다 친절하게 칭찬해야 한다. 싸이코야 뭐야. 하루에도 수십 번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누군가 사토라레처럼 내 마음의 목소리를 읽었더라면 싸이코패스!로 진단했을 만큼 평정심을 잃기 쉬운 업무 형태가 바로 프리랜서다. 사업가는 돈이라도 많이 만지지… 

그럼 회사에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허나 프리랜서 지옥에 발을 들인 사람은 여간 해선 다시 회사원이라는 또 다른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고 싶어 한다. 아직 번호가 불리지 않은 복권을 꼭 쥐고 있는 듯, 손에 땀이 흥건하다. 언젠가 프리랜서 벌이로 한우도 사먹고, 차도 사고, 면허도 따고 집도 살 수 있는 날을 기약없이 기다린다. 그러다가도 한 방에 터지는 게 프리랜서다 이겁니다. 쓰고 보니 도박보다 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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