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박도 Apr 27. 2018

집에 오니, 잘 놀던 강아지가 사라졌다.

'심각성 낮음주의'

회사에서 부랴부랴 도망치듯 퇴근해서 집으로 갈 때, 가장 먼저 온도가 생각나요. 온도 보러 가야지~~ 거의 온도네 집에 놀러가는 마음가짐이라죠. 하루 중 꽤 자주 온도가 떠오르고 보고싶은데 누구에게 말하기는 민망해요. 온도에게만 살짝 물어봐야지. 온도 너도 내 생각하고 막 그러니? (막상 온도는 낮에 진짜 딥슬립, 꿀잠을 자고, 집이 조용해서 좋다고 했다...)



아 온도 보고싶다. 뭐하고 있을까. 낮잠은 많이 잤으려나, 숨겨둔 간식은 진작에 찾아 먹었겠지..


온도와 사랑에 빠져도 너무 빠져버린 집사여. 풋풋한 연애초기인냥 온도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요. 애견 CCTV 같은 것을 설치할까 하다가도, 뭔가 알아서 잘 지낼텐데 집착하는 것 같고, 스토커 같고. 아닌 거 알지만 이상한 마음. 근데 강아지 CCTV가 해킹을 당해서 집사의 일상까지 다 노출된 사태가 있었다고 하니 더욱 불신이 가서 그저 혼자 소설쓰고, 추측만 하고 있다죠. 온도가 집을 구석구석 다니며 잘 지내고 있겠지, 하고.  



혼자있어도 괜찮을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낮에 혼자있는 강아지를 위해 요즘 집사들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만 봐도, 일단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소시민 라이프이기에, 회사든 알바든 9 to 6 근무는 피할 수 없죠. 금수저가 아니라면 말이죠.


혼자 있는 아이들 중에 분리불안을 겪거나, 집에 있는 물건을 뜯고 불안을 표출하는 녀석들을 위해 강아지 유치원을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마치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을 하듯, 강아지를 위해, 즐거운 놀이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죠. 퇴사는커녕 더 열심히 일해서 돈벌어야 되는 순환구조는 덤:)


저는 아침마다 온도를 위해 손으로 툭툭 쳐야 간식이 나오는 콩 장난감을 준비해요. 그리고 구석 구석 말린 닭가슴살을 숨기거나 노즈워크에 사료나 연어간식을 넣어주죠. 그러면 녀석은 제발 집사여, 출근 하라! 라고 눈치를 준다죠? 엄마가 나가도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알면 분리불안이 덜 생기고, 녀석들도 혼자서 즐길 수 있게 된다고 해요.




그런데, 집에 왔더니 온도가 사라졌다?


집사가 집에 오면, 늘 버선발로 나와 꼬리를 대차게 흔들고, 아예 신발을 못벗을 정도로 소란스럽게 환영식을 치르곤 하는 온도. 아니 하루도 빠짐없이, 자다가 깨서 눈이 반쯤 감겼어도


자네 왔는가? 반갑구먼 반가워요!

하고 언제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온 집사를 위로해주던 온도였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저께는 현관을 열었는데도 쎄한 느낌. 너무나 조용한 게 아닌가요?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어요. 왜 집안이 조용하지? 이녀석이 아무리 깊이 자도 잠귀가 밝은 녀석이라, 천천히라도 얼굴을 내밀었었는데. 도대체 왜? 무슨 일이 생긴거야?


그때 작은방 방문이 굳게 닫혀있는 게 보였어요. 평소에 방문을 열고 갔는데, 집안 어디에도 온도가 보이지 않고 여깄나? 싶어서 문을 딱 열었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아아 온도였습니다. 문을 열자 그녀는 웃으면서 반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아, 갓댕댕아. 집사 놀랬잖아. 거기있다고 짖기라도 하지, 문 열겠지, 열겠지 하고 숨죽이고 있으면 어쩌란 말이냐!


격하게 온도를 껴안았어요. 상황을 파악해보니, 툭툭 장난감을 치고 간식을 먹다가 문 뒤로 장난감이 들어가자 그걸 또 치다가 문을 쿵, 하고 닫아버린 거였다죠.

요래요래 격하게 놀다가 말입니다ㅋㅋ

문이 닫히자, 거실에 있던 사료와 물도 못마시고, 배변판도 못가게 된 녀석. 방 안에서 장난감도 없이 하루 종일 얼마나 당황했을까. 생각하다가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바보야 바보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생각하면서 방에 갇혀 있었니?

온도에 빙의하자면, '아 젠장. 문 닫혔네. 망했다.. 아 목마른데, 오늘은 참아야겠네. 집사 빨리와서 날 구해라. 잠이나 자자Zzz' 이랬을듯. 방에서 아주 얌전하게 있었던 듯 방에 있는 물건이 모두 제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죠.


방에서 하루 종일 오줌을 참고, 대변을 참고 아주 얌전히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온도. 집사들이 얼른 퇴근해서 구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던 거지? 너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맞지?  


답답했을 녀석과 곧바로 산책을 나가, 광활한 대지를 뛰어놀아라, 했더니 너무 신나하는 온도. 온도와의 하루하루는 이렇듯 대부분 웃기고, 즐거워요. 인생사 희로애락이 있듯 온도때문에 울었던 날들도 물론 있어요. 그렇지만 같이 극복하고, 이겨내며 우리가 10년, 20년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지! 매일 기도해요.



온도의 귀여운 일상 동영상은 아래 유튜브에서 봐주세요~ 귀엽답니다 (므흣:)


간식 나오는 장난감이 살아있는 줄 알고 짖는 강아지.avi

매거진의 이전글 온도가 4남매와 재회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