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요즘 쓰레기 대란을 앓고 있다.
60만이 사는 섬에 1년에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60만에 맞춰 지어진 쓰레기와 하수 처리장이 그 양을 감당 못하는 건 당연지사.
결국 포화가 된 쓰레기 처리장은 그 처리역량을 넘어선 지 오래고 정수되지 못한 폐수는 제주 바다로 흘러들어가 청정 제주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제주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엄청 큰 일이다. 관광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곳에선 종류별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요일이 전부 다르다. 음식물 쓰레기도 매번 제주에서 발급된 티머니 카드를 이용해서 버리는 양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심지어 우리 마을은 가구수가 너무 적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 버리는 곳 자체가 없어 외출할 때마다 차에 쓰레기를 가득 싣고 나가 가까운 처리장을 찾거나 쓰레기 차가 올 때를 맞춰 집 앞에 내놓아야 했다.
오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려다 문득 습관적으로 음식을 남기는 내 모습과 항상 식구들이 남긴 음식을 아깝다며, 배가 부르시다면서도 꾸역꾸역 드시던 엄마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때마다 과식하는 건 미련한 거라며 엄마에게 한심하다는 듯 얘기했던 내 모습도 함께 말이다. 그리고 슬며시 찾아온 죄책감. 어쩌면 엄마는 정말 음식이 아까워서라기보다 끼니때만 지나면 이만큼씩 불어나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것이 더 귀찮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저녁식사 시간.
오후에 들렀던 카페에서 와플을 먹은 아이는 밥 먹는 본새가 시큰둥하다. 딱 봐도 밥을 남길 것이 뻔해 보인다.
내 밥을 덜어낸 후 아이가 다 먹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곧 배부르다며 숟가락을 놓고, 난 말없이 아이가 남긴 밥을 다 먹었다. 평소라면 아무리 내 자식이 남긴 것이라도 쳐다보지도 않았을 남은 음식.
아무 생각 없이 쉬겠다고 이 곳에 내려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내가 못했던 것, 부족했던 것, 그리고 엄마한테 미안한 것들만 생각이 난다.
휴직을 시작하며 나에겐 나름 쉬는 법을 배우고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계획한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이 시간이 점점 더 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탈바꿈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이 예측 불가의 내일이, 날 어디로 이끌지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뿐, 나에게 다른 옵션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