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의미

생각 비워내기

by 지오바니

며칠을 쉬어보니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쉽다. 사람이란 원래 편한 것, 좋은 것에는 금방 적응을 하게 마련이다.

다만 아무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도 무엇인가 하나에 꽂히면 땅을 파고들 듯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스타일이라 가끔은 이러다 말라죽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내게 쉬는 법을 배운다는 건 머릿속을 비워내는 것과 동의어 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을 어떻게 비워낼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머리가 복잡하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단순 업무를 반복하기도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기계적인 움직임을 통해 뇌를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을 제주에서의 내 하루에 적용시킨다면 하루 일과를 루틴화 시키면 되지 않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밤새 온도가 내려간 집안을 덥히기 위해 난로를 켜고 같은 시간에 아침을 먹는다. 식후엔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점심엔 가능하면 무어라도 손이 더 가는 음식을 만들어서 잡생각이 들어올 틈을 차단한다. 또 해가 좋은 날은 빨래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한다. 저녁이 되기 전엔 필요한 물품을 사고, 가볍게 저녁식사를 한 후 책을 읽으며 명상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엄청 바쁜 일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걸 고려하면 쓸데없는 잡생각이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 보인다.


어찌 보면 나의 '계획 세우기' 병이 도지는 것 같아 약간 찝찝하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살아본 적이 없기에 쉬는 것조차도 내겐 따라야 할 이정표가 필요하다. 물론 이와 같은 '스케줄' 이 잡생각을 떨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결국 생각을 비워내기 위해 난 또 뭔가를 해야만 하는구나 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쉬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모순 같지만 이제껏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 일해온 세월을 생각하면 진짜 쉬기 위해 우선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은 현재로선 앞 뒤가 맞는 결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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