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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y 24. 2021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 이젠 더 이상 슬픔이란 안녕...'


 라디오에서 아모르파티가 흘러나온다. 그 흥겨운 리듬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오랜만에 들리는 노랫가락에 에너지가 샘솟는다.


 음악이 내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피아노를 치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연습실에 처박혀 하루를 보내면 뿌듯한 성취감에 행복했다. 밴드를 만들어 친구들과 졸업 연주회를 준비할 때 쿵쾅쿵쾅 비트가 들려오면 심장도 함께 펄떡대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열정으로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지금은 사라진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millim.com에 싱글 앨범을 낸 적도 있다. 그 당시 멜론과 밀림은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곡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줬고 대신 그 저작권을 2년간 그들이 갖는 조건이었다. 초기 멜론닷컴에서 그 앨범이 검색되면 어찌나 신기하던지... 내가 쓴 곡에 친구가 작사를 해서 만든 곡이었는데 핸드폰 벨소리를 그 노래로 해 놓고선 매일 혼자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까마득히 음악과 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환경과 상황 때문이었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난 알고 있었다.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바닥에서 나 스스로 그럴만한 실력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부족한 실력을 채워나갈 열정 또한 부족했다는 것을.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있는 친구들 중 곡을 만드는 것만으로 밥벌이를 하는 친구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성공이라는 단어를 달 수 있는 친구는 고작 한 두 명. 그리고 성공과 아닌 것의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곧 저스틴 비버에게 곡을 줄 거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기본적인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친구들이 태반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 친구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20년 가까이 음악을 해 오면서 히트곡 하나 없이 혹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밥벌이를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하나만을 고집하는 그들을 보면 경외감보다는 착잡함이 앞선다. 자신의 꿈과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매진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언젠가는 한방 터질지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에 하루하루를 걸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술이라는 분야가 약육강식의 최대 격전지라는 것을 알기에 그 오랜 세월을 하던 대로 답습하며 (어쩌면 이제 와서 다른 일을 시작할 엄두가 안나) 오늘도 음악을 만들고 있을 그들의 인생이 아까워서, 그리고 정말 남일 같지가 않아 이렇게 오지랖을 피워본다.


 그렇다고 나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평균에 수렴되는 직장인의 삶이 더 낫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가 보지 못한 길을 용감히 택해 걷고 있는 그들이 대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될 때, 실패할 것이 자명할 때 그걸 놓을 수 있는 것도 용기 생각한다. 지난 세월이 아깝다고 현재 나의 자존감을 깎아먹는 일을 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라디오에서는 계속해서 아모르파티가 흘러나온다.


'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그들이 과거의 잃어버린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길, 노래 가사를 빌어 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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