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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y 20. 2021

딸바보

사랑의 힘

 놀이터에 놀러 나간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펑펑 울며 집에 들어온다.

"엄마! 놀이터에 있는 어떤 오빠들이 나한테 비비탄 쏘고 칼 같이 생긴 걸로 못 지나가게 막았어!" 하며 눈이 시뻘게지도록 펑펑 운다. 겁이 나서 몸은 잔뜩 움츠려 들었고 같이 놀던 동네 아이도 옆에서 한껏 풀이 죽어있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 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 그저 놀란 아이를 다독이는데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방에서 일을 하던 아빠가 뛰쳐나온다.

"그놈들 어디 있어? 아직도 놀이터에 있어?"

아이는 무서워서 놀이터에 못 가겠다며 주저앉고 화가 난 아빠는 어느새 겉옷을 걸쳐 입었다.

"이런 일은 가서 사과를 받아야 하는 거야, 그리고 사람한테 비비탄을 쏘면 안 된다고 알려줘야 해!"

아빠는 단호하게 얘기한 뒤 주저하는 아이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한다. 신을 모님한테 이르는 고자질쟁이로 보면 쩌냐고  가겠다고 버티던 아이는 하는 수 없이 아빠 손에 이끌려 다시 전장으로 향다.


 그제야 조금만 빗나갔으면 얼굴에 비비탄을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의 말이 기억나 나는 뒤늦게 화가 치밀어 오르고 손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다. '나쁜 녀석들! 혹시라도 아이가 정말 크게 다쳤으면 어쩌려고...' 나는 온갖 나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시골 동네에 불량 청소년들이라도 생긴 걸까?'


 한 10분쯤 흘렀을까. 안절부절못하고 문밖을 내다보고 선 내 앞으로 아이가 돌아온. 

"어떻게 됐어? 사과는 받았니?"

내 물음에 표정이 한층 밝아진 아이가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은 이 동네에 사는 같은 학교 5학년 아이들이었다. 남자애들끼리 비비탄도 쏘고 장난감 칼도 휘두르고 놀다 가까이 있던 우리 아이를 놀린 모양이었다.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눈이 부리부리하고 한 덩치 하는 꼼군이 호통을 치니 잔뜩 을 먹고선 바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단다.

내 상상 속에서 불량한 비행 청소년들이었던 그 나쁜 무리가 장난꾸러기 동네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의 아이 아빠한테 다가 "아빠 고마워요!" 라며 금방 헤헤 웃으며 다시 놀이에 집중한다.

재택근무를 하느라 집에 있던 아빠 덕에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던 일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꼼군은 딸바보 중에서도 상바보다. 결혼 전에도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자 정말 끔찍이도 아이를 사랑하며 돌보았다.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밤을 꼬박 새우며 아이 몸을 닦으며 곁을 지켰고 두 돌쯤이던가 아이가 입원을 했을 때는 같은 병실의 아이가 칭얼대며 밤새 보채자 우리 아이가 깰세라 아이 귀를 막고 곁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아이를 품에서 내려놓는 법이 없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된 아이를 항상 안고 다니니 사람들이 심각하게 아이가 못 걷냐고 묻기도 했었다.

 처음엔 그런 꼼군이 신기했고 그다음엔 대단했고 나중엔 그의 헌신으로 아이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는 그에게 샘이 났다.

 러나 지금은 그런 아빠를 가진 우리 아이가 부럽다. 언제든 내 곁에 있어주는 아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아빠. 게다가 그걸 매일매일 표현해주는 아빠를 가진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 사랑을 아이가 모를 리 없다. 어른들이 아이가 다섯 살쯤 되면 엄마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라며 걱정말라셨는데 일곱 살이 되어도 열 살이 되어도 아이는 여전히 아빠품에서 떨어져 나올 생각을 안 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아이가 아빠품에 더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같은 일이 또 생겨도 자신의 등 뒤에서 든든히 버티고 서 있어 줄 듬직한 아빠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더 이상 무서워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자신의 편이 되어줄 아빠가 있다는 것이 그 아이 인생에 큰 버팀목이 되었으좋겠다. 그리고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남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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