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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y 14. 2021

No Pain No Gain!

100일의 약속

 이로써 브런치 시작 후 100번째 글이 발행됐다. 그저 일하지 않고 보내는 하루가 의미 없이 지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매일매일 무언가를 쓴 것뿐인데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전함이 나를 약간 들뜨게 한다. 그렇다고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고 버텨 드디어 사람으로 환웅의 신부가 될 수 있었던 곰처럼 내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처음 목표했던 100일의 산을 넘고 보니 그다음 산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의욕도 차 오른다.

 물론, 성도가 너무 떨어지고 깊이도 없어 당장 삭제해 버리고 싶은 글도 있고 당시의 감정에 너무 매몰되어 독자는 어리둥절할 만큼 비장함을 가득 담은 글도 있다. 때론 내 마음이 글로 적어지며 보기 좋게 포장된 것이 보여 부끄러워지는 글도 여럿 눈에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솔직함과 부족함이 드러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100개의 글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추측할 수 있는 이야기의 묶음이 되었다.


내 글들을 통해 바라본 나는,


좁지만 깊은 삶의 바운더리를 갖고 있다. 몇 안 되는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절대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꾸준함을 지녔다.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사소한 것에 상처 받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유리같이 약한 멘털을 가졌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좋아하나 부지런함이 그 마음에 못 미친다. 그래서 익숙한 것에 둘러싸여 귀한 시간을 낭비할 때가 많다.

제주에서의 여유 낙낙한 삶을 꿈꾸는 한편 아직은 일터에서 내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다.

가족이라는 가장 크고 튼튼한 버팀목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나는 이와는 좀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남이 내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법이니. 허나 쉼을 배우겠다고 시작한 글이 점점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 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처음 목표한 바를 이루어냈으니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찾고 있던 해답이 나타날 가능성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목표라는 결승점을 세우고 골을 넣기 위해 달리는 동안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게으름태만, 새로운 목표의 유혹, 핑계, 좋지 않은 컨디션 등,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애물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더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장애물들에 걸려 기꺼이 넘어지는 것에 익숙했다. 귀도 얇아 이것에 혹 저것에 혹하며 시작만 하고 끝을 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 호기롭게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작심삼일만 주야장천 하며 세월을 허비했고 그렇게 잔가지만 내다보면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 자주 흔들리며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내 삶은 내가 봐도 한심했다.

 그때부터 다른 건 몰라도 무엇이든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자라는 마음으로 모든 일을 대하니 오히려 쉽게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시작하면 끈기를 발휘하기는 쉬워졌다.


 이젠 주변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종종 듣는다. 이렇게 무언가를 지구력 있게 해낼 수 있게 된 건 내가 해 내고자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끝을 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눈속임을 할 수도 없고 그럴듯한 말을 지어내도 변명이 통할 리 없는 내 자신을 마주하면, 있는 힘을 다해 내가 뱉어 놓은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솟아났다.


 요즘 들어 자꾸만 떠오르는 말이 있다.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는 이 말이 자주 내 머릿속을 맴돈다. 요가를 시작하며 헉 소리가 날 만큼 힘들 때면 이제 그만두고 싶다가도 운동 후 집에 갈 때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과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이만치 살아보니 세상 이치란 게 그렇다. 쉽게 얻은 것은 더 쉽게 떠난다. 하지만 진득하니 노력해서 얻어낸 건 그 귀한 가치만큼 내 곁에 오래 머문다. 특히 몸상태만큼 노력한 바를 정직하게 나타내 주는 수치도 찾기 힘들다. 점점 좋아지는 몸을 보며 내일의 노력을 다짐하게 된다.


 100일을 머리를 쥐어짜며 자판을 두드린 시간들도 내게 성취감으로 돌아왔으니 이렇게 심으로 꾸준히 노력한 것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 믿음이 오늘도 깜박이는 초록색 커서를 마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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