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는 미래에 투자하지 않고 눈앞의 것만 좇는 사람들에게 "오늘을 위해 미래를 희생"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삶을 돌아보면 역으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언제 어떤 형태로 올 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오늘은 참고 인내하고 버티는 삶을 사는 것. 그렇게 미래를 준비하는 삶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며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 읽은 책에서 본 어떤 작가의 말이 내 뒤통수를 심하게 때린다.
그런데 그거 알아요? 내일은 항상 내일에 있는 거?
너무 당연한 것을 말하고 있는이 문장은 나를 한참이나 멍하게 만들었다. 항상 언젠가 혹은 미래에, 이것도 아니면 나중에를 끊임없이 주문처럼 되뇌며 살았다. 언젠가 올 미래를 위해 오늘은 덜 쓰고 참고 견디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게 이 문장은 처음으로 의문을 던졌다. '내가 맞게 살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 내 집이 생기면 예쁘게 꾸미고 살자며 10년 전 신혼살림으로 장만한낡디 낡은 소파가 불편해도 '나중에'를 외치고,그때가 되면 아이방에도 예쁜 가구를 놓아주겠다며 알록달록 키즈용 가구들을 구경한 것만 몇 년째. 그 사이에 아이는 이미 클 대로 커 버렸으니내 집이 생길 미래에는 아동용 가구는 더 이상 필요치않을 것이 자명하다. 정서적 풍요로움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레저활동도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니 조금 더 여유 있을 미래에 하자며 번번이 내일로 미뤄버린 지 오래다. 지금 곁에 계시는 부모님께도 나중에 더 여유가 있어지면 효도하자며 눈 질끈 감고 보낸 오늘이 도대체 얼마인가.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보다 중요할 수 없다.그러니 미래에 느낄 행복이 지금의 그것보다 클 리도 없다. 게다가 부모님은 언제까지 기다려 주실지 알 수 없는데 왜 미래를 핑계로 오늘의 게으름과 불편함, 불효를 합리화하고 있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의아하기 그지없다. 지금을 조금 누린다고 YOLO(You Only Live Once)족이 되어 오늘만 살 것처럼 펑펑 쓰며 살 것도, 그렇게 살 여유도 없는데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걸까.
지금은 현재의 나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나중엔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할 일들이 수두룩 할 텐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바보였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면 되는 걸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다녀오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더 이상 귀찮아하지 않고, 내일로 미루지 않으면되는 걸까. 그렇게 살면 그 풍족한 하루들이 쌓여 내가 상상만 하던 그 미래가 되어 있는 것일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미래가 지금과 동떨어진 다른 세계가 아니라 행복한 오늘이 쌓여 만들어지는 현재 진행형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이적의 노래 가사가 내 귀를 사로잡는다
<준비>by 이적
내 인생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준비하고 준비하고 혹 다가올 언젠가를 위한 연습인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하고 준비하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연습하고 연습하다 내 지금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지금처럼 미래를 준비만 하고 대비만 하다 어느 순간 저물어 버리는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해 바로 오늘, 지금부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