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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Jun 03. 2021

전원주택러 되기

몸과 마음의 건강은 덤!

 집이 완공된지도 어느덧 4년이 되었다. 비록 한 달에 며칠만 지내는 집이지만 그 4년 동안 아무것도 몰랐던 아파트 주민에서 이제 제법 집 관리가 능숙해진 전원주택러가 돼가는 중이다.

 하자가 없으면 좋겠지만 대기업이 시공한 아파트도 하자가 나는 판에 소규모 건축회사가 지은 집이 무사할 리 없다. 우리 집도 처음 몇 달은 제대로 시공이 안 된 창틀 때문에 누수로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벽을 몇 번이나 뜯고 창틀마다 실리콘으로 도배를 해도 안되어 결국 방수업체에 큰돈을 지불하고 공사를 했다. 그 후엔 집에 갈 때마다 창틀을 매의 눈으로 뜯어본다. 혹시라도 실리콘이 부실하다 싶으면 직접 보수를 하기도 하고 누수의 원인이 되는 베란다 바닥은 상도, 하도(2가지 용액을 순서대로 발라야 함)등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직접 시공할 방수제를 단골 페인트샵에서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방부목 데크도 색이 바래지면 스테인을 사 와 직접 바른다. 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자꾸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붓질 실력도 일취월장이다. 잔디깎이 담당인 꼼군은 4년 만에 베테랑이 다 되었고 항상 사람 불러하던 제초제 살포도 나무시장에서 제초액을 사서 코딱지만 한 조리개로 열심히 뿌리다 보면 인건비 아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내 몸 쑤신 건 다음날 아침이 돼야 알게 되니 일단 당장은 행복 회로 풀가동이다. 인건비를 아끼자며 외 파고라 그늘막 설치에도 직접 도전했는데 아무래도 어설픈 우리 부부는 하루 종일 도면과 씨름을 해서야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처음엔 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고 다리가 아파 걷기도 힘들었는데 희한하게도 그것을 설치한 다음날 꼼군은 몇 달을 고생하던 오십견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난 우리 집에 생긴 시원한 그늘막이 좋아 마음이 뿌듯하기 그지없다.

 오늘은 개중에서도 꽤 상급자 코스인 정화조 브로와 교체에 도전했다. 정화조는 미생물을 발생시키는 에어펌프가 상시로 돌아가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 펌프를 브로와(blower)라고 하는데 5년 정도 되면 수명을 다한다. 직접 구매해서 갈면 반값이지만 처음이니 차마 엄두가 안나 업체를 불렀다. 다음번엔 꼭 내가 갈겠다는 다짐으로 교체과정을 영상으로 찍으 분야 모를 전문가가 된 듯한 착각 어깨가 으쓱하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경험들이 모여 하나둘씩 알게 되는 과정이 나를 진정한 전원주택러로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겁이 났고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랐는데 이젠 새로운 일이 발생할 때마다 찾아보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여 드디어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만족감이 더 크다. 집을 짓고 그곳에 산다는 건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집에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집에 맞는 사람으로 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해보지 않은 힘든 잔디깎이며 페인트 칠 등을 하며 불만 투성이던 꼼군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좋은지 직접 느끼고 나니 이젠 제법 적극적으로 먼저 나설 때가 많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공부하고 해결하 동네 인테리어 집 사장님 하고도 친해졌다. 우리 집 대문을 만들어주신 분인데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사장님께 연락하면 적당한 업체를 소개해주신다. 그분 소개로 연락하면 보통 땐 세월아 월아 하는 제주분들도 당장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준다. 역시 제주는 괸당°이 최고다!(※괸당: 혈족을 의미하나 각별한 사이를 뜻하기도 함)

 처음엔 쉬려고 지은 집에서 왜 엉덩이 한번 붙이기가 어려울까 나 자신의 성격을 탓했으나 지나고 보니 원래 전원주택에 산다는 건 그런 거였다. 끊임없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 마음을 써야 오래오래 이 예쁜 집과 함께할 수 있음을 천천히 깨아가는 그런 과정 말이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 대한 애정이 샘솟고 덩달아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니 전원주택러가 되길 정말 잘했다.

하루종일 걸려 완성한 파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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