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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Jun 02. 2021

자아 충전의 시간

자아 배터리 아껴 쓰기

 회사에서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건성으로 인사하는 아이에게 모진 말로 혼을 냈고 별 것도 아닌 말에 엄마에게 짜증을 내곤 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사회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이런 행동을 초래하는 원인을 자아 고갈(ego depletion)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아강도(ego strength)는 한정적이기에 회사에서 자아를 끊임없이 고갈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며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없어 나처럼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정적인 자원인 자아를 쉽게 고갈시키지 않는 일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라도 정신을 맑해 주는 등산, 아이의 방을 꾸며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페인트칠, 혹은 좋아하는 책을 보는 것... 이렇듯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하는 행동은 자아의 고갈을 더디게 만든다. 아무리 힘들어도 제주도 집에 내려갈 때마다 어디선가 에너지가 뿜 뿜 샘솟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나 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은 날 행복하게 만든다.


 흔히들 힘들게 일한다는 것을 '갈아 넣는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이제 보니 자신의 자아를 최대한으로 뽑아 써야 하는 직장생활은 말 그대로 나 자신을 갈아 넣는 일이었다. 렇게 채우지 않고 갈아넣기만 하다 보면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회사를 다니는 것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좋아서 스스로 하는 것이니만큼 하면 할수록 내 머리를 채움과 동시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욕 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의욕은 방전된 자아를 충전시킨다. 아를 꺼내어 쓰기만 했던 지난 십여 년이 고작 몇 개월의 휴직으로 재충전되는 것을 경험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충전된 자아는 외부로부터의 여러 가지 압력과 스트레스로부터 강한 내성을 갖게 해 준다. 평소라면 신경이 거슬렸을 일들이 너그럽게 보아 넘겨지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던 생각들을 잊게 해 준다. 어렵고 힘든 순간이 닥쳐도 잠시 숨을 고르고 무엇이 최선일까 침착하게 생각해 볼 여유도 갖게 해 준다. 이는 끌어 모아진 자아가 내 자존감을 드높였기 때문이다.


 제주에 다녀올 때 육지에서 끝도 없이 퍼내어 쓰기만 했던 자아가 충전됨을 느낀다. 비록 몸은 고되고 집을 청소하고 정원을 관리하며 말 그대로 몸을 쓰는 노동을 해야 하지만, 몸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하는 활동임을 알기에 하면서도 즐겁다.


 3박 4일간 충전한 자아와 함께 다시 또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며 이번엔 자아 배터리를 좀 아껴 쓰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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