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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Jun 04. 2021

청춘투어

우리들의 타이밍은 지금!

 요즘 부쩍 서울 나들이가 늘었다. 휴직도 벌써 6개월째. 벌써 절반의 시간이 흘러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다. 이대로 무언가 한 것도 없이 시 틀에 박힌 직장인으로 돌아가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


 더 늦기 전에 평소에 해 보지 못 했던 일들을 시도하고 오랜 시간 보지 못한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요즘 20년 지기 친구들과 추억 탐방을 하고 다닌다. 무엇이든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마침 13년 만에 휴직을 한 나와 평소엔 바쁘지만 근래에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여유가 있어진 사업하는 친구 그리고 나와 함께라면 언제든 시간을 내주는 단짝 친구. 이렇게 셋이서 이곳저곳 자주 출몰하며 잊고 지낸 예전 추억들을 상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일부러 그렇게 시간을 맞추려 하면 절대 성사되지 못했을 일들이 마치 누군가 계획한 듯 착착 맞아떨어지는 경험은 신기함을 자아낸다. 무엇이든 계획 없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이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고 그 덕에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도 전화할 수 있는 용기 생겼다.


 가끔은 '이렇게 즉흥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되는 것일까?'싶을 정도로 친구들과 있는 것이 즐거운 나는 다시 한번 "그거 알아요? 내일은 항상 내일에 있는 거?"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되뇐다. 20년 만에 다시 온 청춘투어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연락이 되는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옛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수다를 떤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럴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란 걸 우리는 이제 다 알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서로의 존재가 너무나도 당연했던 시절엔 우리의 재화합에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 필요할지는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그들과 떨어져 있던 세월이 다시 만난 친구들의 소중함을 더 크게 일깨워준다. 이는 비단 나 홀로 느끼는 착각은 아닌가 보다. 갑작스러운 연락과 방문에도 친구들은 20년 전의 그 순수했던 웃음과 그 시절 그대로의 짓궂은 눈빛을 그대로 간직하고(물론 우리끼리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함께 하는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이 또한 우리의 만남이 그들의 인생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모두들 이제 잠시 한숨 내려놓고 나의 추억 탐방에 맞장구 쳐줄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친구라는 존재가 이렇게 큰 것이었던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옛 시절을 추억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기억 저편에 놓아두었던 그들을 내 눈앞에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선 고맙고 소중한 이 친구들을 다시는 너무 멀리 떠나보내지 않으리라, 꼭 그렇게 살겠다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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