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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Jun 21. 2021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종이책 사수를 위한 작은 몸부림

 서울문고가 운영하던 반디 앤 루니스가 부도가 났다. 이렇게 하나둘씩 사라지는 종이책 출판사들을 보니 러다 곧 종이책이 없어지진 않을까 더럭 겁이 난다. 가끔씩 지역에서 유명했던 서점들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넘겼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서점에게까지 그 여파가 밀려온걸 보니 이제는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러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디지털 기기로만 봐야 하는 날이 올까 싶어서...


 난 책에 있어서는 완벽한 아날로그 파다. 책을 읽는 행위는 아주 다양한 인체의 기능과 감성이 동시에 작동해야 가능하다. 눈동자를 굴려 글자를 읽어가는 동시에 뇌에서는 그 글자들을 받아들인다. 뇌는 받아들인 글자를 이해하기 위해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내재되어 있던 기억들과 지식, 감정 등을 총동원해서 읽은 텍스트를 자신만의 필터로 여과해 낸다. 나의 경우엔 이 과정에서 책을 양손으로 붙들고 책장을 쓸어 넘기며 내가 읽어 내려간 분량만큼 손안에 느껴지는 부피감이 독서를 완성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래서 여전히 디지털 기기의 얄팍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아날로그만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오래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는 책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출장 때마다 비행기에서 마주치는 킨들족들이 부러워 나도 아마존을 통해 하나 구매를 했었다. 나름 종이질감을 따라 하기도 했고 책장을 넘기는 느낌을 구현하려 한 부분도 얼추 견딜만했다. 하지만 결국 킨들은 내 가방에서 한 달을 채 못 버텼고 그 후로 아주 오랫동안 내 책장에서 잠을 자고 있는 중이다. 그때부터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정적으로 여겨지는 이미지와 달리 모든 정신과 마음을 쏟아야 하는 독서는 내게 아주 동적이면서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과정을 풀어 설명하자면, 

종이의 무게를 느끼며 책을 든다. 책을 펼칠 때 풍겨오는 종이 냄새를 맡으며 종이 질감에 따라 약간씩 다른 글자 인쇄 상태를 한 번씩 훑어본다. 책장을 넘기기 위해 준비할 때 손가락에 전해오는 종이 한 장의 날카로움에 긴장이 되고 책장이 촤락 넘어가는 소리에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거기에 읽은 책들이 쌓여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책을 너무 많이 쌓아놓았다가 도저히 보관이 안되어 결국 중고서점에 헐값에 넘긴 책이 꽤 된다. 제주에 갈 때도 항상 몇 권씩 책을 나른다. 덕분에 제주집 서재에도 이제 제법 책들이 들어찼다.


 나에게 왜 독서의 총체적인 과정이 중요할까? 종이책이나 전자책이나 내용은 똑같을 텐데 무엇이 나를 디지털 기기의 편리한 독서를 멀리하게 만드는 것일까?


 내가 생각한 답은 '경험'이다. 우리가 스타벅스에 커피만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며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트렌디한 음악세련되고 멋진 인테리어로 가득한 그 공간을 즐기러 가는 것이듯, 내게는 독서도 내가 기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총체적인 경험의 여정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 앉아 편하게 자리를 잡고 손 닿는 곳에 마실 것을 놓아둔다. 그리고 과연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힌트를 얻기 위해 책의 표지와 뒷면을 번갈아 보며 워밍업 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 후부터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이야기, 철학, 논거, 역사, 주장, 추측, 사실, 정보, 경험 등 수많은 세계를 만난다. 그 안에서 놀라움, 감동, 호기심, 두려움과 같은 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머릿속 한 구석에 작은 기억 조각을 생성한다. 미처 넣어 놓지 못한 감정은 에필로그를 읽으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 기억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게 된 책들이 결국 나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 필터를 이루게 되니 이 경험의 과정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론은,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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