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오바니 Jul 09. 2021

나는 무엇으로 불릴 때 행복한가

답을 찾아가는 여정

 요즘엔 정말 틈틈이 글을 쓴다. 밥 먹다가도 생각는 문구가 있으면 적고 해변에 앉아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주시하다가도 잠깐 딴생각에 빠지면 영락없이 문장 하나가 떠올라 서둘러 앱을 켠다.


 아이도 그 습관을 보고 배웠는지 생애 처음으로 갖게 된 스마트폰을 메모장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아주 아기 때부터 따지자면 열 번은 더 바뀌었을 아이의 꿈이 현재는 작가인 까닭이다. 얼마 전엔 소설 썼다며 핸드폰 메모장에 빼곡히 적은 소설을 몇 편 보여준다. 겁이 많아 무서운 건 잘 보지 못하는 아이가 희한하게도 소설은 모두 미스터리 공포물다. 아직은 작품이라고 보기엔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나름 뒷 이야기 궁금하게 만드는 아이의 글이 대견하다.


 난 어릴 때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난 책을 읽는 사람이지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래도 책은 참 좋아했다. 처음 책에 빠진 건 탐정소설 덕분이었다. 셜록 홈즈와 아르센 팽과 같은 연재물에 흠뻑 빠졌었고 아가사 크리스티와 스티븐 킹,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열심히 찾아 읽었다. 그렇게 활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뒤부터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래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작가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운명 같은 필력이 없이는 감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아이의 꿈이 작가라니... 물론 언제 또 바뀔지 알 수 없는 잠깐 스쳐가는 정거장 같은 꿈일 수도 있지만 조그만 손가락으로 꼬물거리며 텍스트를 만들고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다.


 나도 브런치서만큼은 작가라 불린다. 어느 날은 운 좋게 포털에 노출된 내 글을 본 지인이 연락을 해 다. 이제부터 작가님이라 부르겠는 그의 말에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내 글을 자주 읽어 주시는 한 작가님이 자신의 글에서 고백했던 것처럼 책 한 권 없이 작가라 불리는 건 정당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듬어 오롯이 한 권에 정갈하게 담아낸 경험 없이 감히 그 명칭으로 불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보다 더 내 심장을 뛰게 했던 명칭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팀장님, 차장님, 사모님, 그 어떤 명칭도 이에 비할 수 없다. 행복하게 해 주는 명칭으로 불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처럼 계속 지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이다. 렇게 쉼 없이 써내려 가다 보면 어느 날 자신 있게 내 이름 석자 뒤에 그 이름을 붙여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무언가를 입력해 넣는 중이다. 등 너머로 흘낏 훔쳐본 화면에는 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빼곡히 적어놓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내 눈길을 느낀 아이는 어느새 핸드폰 화면을 손으로 가리며 "비밀이야~"라고 한다.


 기존에 이미 존재하 단어들을 엮어 이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창조하는 작가가 다는 건 음계를 배열해서 곡을 만드는 음악가와 색을 조합해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와 다를 바 없는 예술가. 게다가 이야기는 느낌이 좋다거나 색감이 좋다거나 하는 주관적인 감각들 보다 논리, 구성, 전개, 재미 등 훨씬 관적인 판단의 기준이 있으니 마냥 예술성만 발휘해선 읽히는 글을 쓸 수 없다.


 나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그리고 어떤 이름으로 불리며 살고 싶은 걸까. 누군가 말했듯 '예술은 노동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을 상기하며 위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여정을 오늘도 묵묵히 이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가족의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