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순간도 딱 피드의 크기만큼일 뿐

by 지오바니

오늘 아침도 눈보라와 함께 시작한다. 서울에서처럼 펑펑 쏟아지는 눈이 아니라 비처럼 가늘게 부슬부슬 내리는 눈이 거센 바람에 휘말려 이리저리 춤추며 나부낀다.

며칠을 이렇게 같은 장면을 보며 눈을 뜨니 시간 감각이 없어졌다.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일과 핸드폰에서 알려주는 날짜 사이엔 역시나 갭이 있다.


이렇게 온종일 겨울왕국에 고립되어 있으니 가끔씩 걸려오는 전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지낼만하냐며 눈이 그치면 밥 한번 먹자는 제주 지인의 전화와 혼자서 괜찮냐며 그냥 안부 삼아 걸었다는 친구의 연락. 처음 입을 떼는 반가움에 두 배는 더 커진 목소리로 하루 종일 저장해 놓았던 수다를 풀어놓고 나면 전화를 끊은 뒤 몰려오는 정적이 더 막막하게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들여다보게 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은 이 곳에서 잠시나마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머리를 비우겠다는 나의 생각과 소셜 플랫폼을 들여다보는 건 아무래도 엇박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들여다본 나의 피드는 며칠 전 올린 눈보라 치는 창 밖 풍경에 멈춰 있다. 역시나 내 현실은 온라인에서도 눈 지옥이다.

하지만 곧 서울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있는 친구들의 다양한 일상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고 공유하다 보니 지금 내가 힘들게 겪고 있는 현실의 크기도 피드의 사진 크기만 하게 줄어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참에 스크롤 한 번이면 눈 앞에서 사라지는 사진 한 장에 내 현실을 묶어 위로 올려버렸다.


까맣게 꺼진 핸드폰 화면을 내려놓으며 왠지 모르게 좀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내가 처한 현실도 그 피드 속에선 사진 한 장에 지나지 않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다른 피드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 조금만 견디자.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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