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속도 맞춰 걷기

미션 컴플리티드

by 지오바니

아침부터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요 며칠간 2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를 선물하더니 오늘은 거센 바람이 외부로 연결된 난로 연통을 흔들어대는 통에 잠에서 깼다.


오늘은 주말을 이용해 잠시 내려왔던 꼼군이 올라가는 날이다. 아빠 껌딱지인 아이가 아빠를 잘 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래 봤자 며칠 뒤면 다시 만날 거지만 엄마와 단 둘이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같이 놀 친구도, 아빠도 없이 며칠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이와 둘이 있는 것을 걱정하는 엄마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것이 현실이다. 이 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며칠간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처럼 갖기 힘든 이 시간에 아이와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 다행히 두 번째 과목 수업도 끝이 나서 가장 한가로운 때이니 시기도 딱 좋다.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지난달에 제주에서 안식월을 보내며 아이와 함께 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던 아르떼 뮤지엄을 찾았다.

아르떼 뮤지엄 미디어 아트

자신이 그린 여우가 커다란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이니 아이는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일단 안심이다. 무조건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주기로 마음먹고 아이가 이끄는 대로 마냥 따라다녔다.

원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직접 사진을 찍고 싶어 하면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먹고 싶다는 걸 함께 먹고 쉬고 싶어 하면 쉬면서 며칠을 보냈다.


이렇게 아빠 없이 단둘 이만 지내는 것을 우려했던 것도 잠시 우리 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의젓하다. 마냥 아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을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도 참 기특해서 청소를 도와준다며 끙끙 거리며 손목이 아플 때까지 걸레질을 한다. 러다 하루 종일 너무 피곤했다며 중얼거리더니 어느새 스윽 이불속으로 들어가 혼자 곤히 잠이 들어버렸다. 평소엔 아빠가 옆에서 재워줘야 겨우 잠이 드는 아이가, 나와 있으니 갑자기 어른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렇게 아빠 없이도 곧잘 잘 지내는가 싶더니 제주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는 아빠를 만날 기대로 마냥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아빠한테 받아야 할 게 세 가지가 있다며 신나 한다. "하나는 포옹, 뽀뽀. 그리고 동동이~"

벌써부터 이산가족 상봉한 듯 아빠랑 부둥켜안고 쪽쪽 거리며 나흘만의 재회를 만끽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와 처음 단 둘이 시간을 보내며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해냈다는 생각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에게 100%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이 더 많다. 혼자 있을 때처럼 그냥 앞서서 걸어가 버리거나 평소엔 할머니가 세 끼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이던 아이를 내 배꼽시계에 맞춰 밥을 주는 바람에 배고프게 만든 적도 여러 번이다. 런 내가 익숙한 아이는 길에서 나를 놓칠세라 부리나케 뛰어와 내 손을 잡고 "엄마~같이 가야지~ 우린 같이 있어야 되잖아~" 라며 오히려 나를 챙긴다.

지만 렇게 어른스럽게 굴다가도 아침에 잠에서 깨어 내가 옆에 없으면 "엄마!~ 엄마!~ 어딨어!~" 하며 큰 소리로 외치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잠옷만 입은 채로 뛰쳐나온다. 마당에 있다가 그 소리에 허둥지둥 들어가면 한참을 내 품에 안겨 울먹인다. 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일을 하며 애를 떼어놓은 것이 분리불안을 만든 걸까. 10살이 된 지금도 아이는 낯선 환경에서 잠시라도 엄마 아빠가 곁에 없으면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리고 그럴 때마다 아이가 부서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유리잔 같아 나도 불안하다.


것이 이와 단 둘이 보낸 시간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한 편으론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걱정했던 미션을 무사히 잘 마친 것 같은 느낌? 조심스레 엄마와 단 둘이 보낸 시간이 어땠냐고 묻자 "너~무 좋았어!" 라며 환하게 웃는다. 정말 좋았는지 아니면 착한 우리 딸이 엄마 기분 좋으라고 이렇게 말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여하튼 덕분에 웃으며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