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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y 04. 2021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기

나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지도록...

 운전을 하다 보면 차 뒤꽁무니에도 표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무리한 끼어들기 후 민망한 표정, 차로를 바꾸고 싶은데 타이밍을 잡지 못해 미적대며 머뭇거리는 표정, 리 안 간다며 내 앞을 위험하게 가로질러 차선을 바꾼 뒤 의기양양하게 속도를 올려 쏜살같이 사라지는 무례한 표정.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나이가 들수록 어디서든 떠나는 내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릴 때는 제대로 끝을 맺는 것이 어려웠다. 에게 안 좋은 말을 하기 어려워 그런 자리를 피하다 보면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한 기억들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괴롭게 했다.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던가 동네 공부방에 다녔다. 소그룹으로 과외를 하던 선생님을 잘 따랐고 차근차근 꼼꼼하게 설명해 주던 선생님께 한동안 열심히 배웠더랬다. 그러다 과외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할 상황이 됐는데 난 차마 내 입으로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얼굴을 보고 그 얘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별도로 연락을 하셨을 텐데 무슨 연유에선지 난 엄청나게 그 상황을 힘들게 받아들였고 그렇게 아무 인사도 없이 선생님이 살던 동네를 피해 다녔다. 얼마나 바보 같았던지... 그 선생님 입장에서 학생들이 과외를 끊는 일은 다반사였 텐데 아마도 왜 자신에게 인사도 없이 연락을 끊었는지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셨을 거다.


 회사에서도 마지막이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겪어보니 나도 그 부분은 정말 자신이 없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줄 이유는 없지 않나.


 내가 직접 뽑아 1년 넘게 함께 일하던 인턴이 있었다. 나이가 어려도 눈치 있고 싹싹한 그 친구를 참 예뻐했다. 그는 휴학생이었고 1년 후엔 학교로 돌아가기로 하고 입사를 했다. 하지만 이 곳에 있는 동안은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짧은 시간이라도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왔, 이 곳에 있던 시간이 그에게 귀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게 우리 팀은 함께 힘든 시간,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와 어느덧 꽤 정이 들었다. 그러던 그가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처음부터 예정된 이별이었기에 아쉽긴 해도 섭섭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와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그날 오후, 경영관리 팀장님이 어두운 얼굴로 날 잠깐 보자셨다. 알고 보니 그가 학교에 돌아간다는 것은 거짓이었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놀라긴 했지만 내 입장에서 그것은 그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졸업을 미루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퇴사의 이유로 우리 팀이 자신을 힘들게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거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곤 배신감에 무너져 내렸다.


 그휴학생 신분으로 학교로 돌아갈 일정까지 정해놓은 상태로 일하던 것을 다 알고 있 팀장님은 그의 어이없는 얘기에 기가 차 내게 조용히 언질을 주신 것이었다. 당연히 그의 이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리 팀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차라리 실업급여를 받고 싶다고 내게 솔직히 이야기를 했다면 어떻게든 도와줬을 텐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받은 로 새로 입사한 팀원에게 한동안 마음을 열기가 힘들었다.


 왜 그렇게 자신의 뒷모습에 책임지지 못할 일을 해야만 했을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자신을 아껴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는 그를 보며 내가 본 그의 모습은 껍데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시작보다 끝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뒷모습이 부끄럽지 않게 내가 속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 내가 떠난 뒤에는 나를 그리워하고 떠올리며 긍정의 미소를 짓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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