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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y 06. 2021

내 글은 산문인가 에세이인가?

국어에서 새는 바가지 영어에서도 샌다.

김진명 작가의 책을 읽다가 그가 '여하히'라는 부사를 반복해서 쓴다는 것을 견하게 되었다. 양쪽 페이지에서 두세 번쯤 나오니 의식을 안 하려 해도 자꾸만 그 단어에 눈길이 갔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어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상태, 의미, 의견 등이 어찌 되어 있게'라는 뜻이란다. '어찌하든'... 이런 정도의 뜻으로 해석해 보니 대충 문장에서 말이 된다.


 매무엇이든 써 내려가다 보니 남의 글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소설을 보면 전체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주요 인물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긴장을 높이는 사건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전체 맥락을 따지며 보게 되고, 에세이나 산문을 보면 어떤 톤으로 썼는지 어느 정도 깊이 있는 글인지 배운다는 생각으로 보게 된다.


 그렇게 남의 글을 보다 보니 내가 쓰는 글이 에세이인지 산문인지 정확치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일기 같은 이 글이 무엇으로 분류될까 궁금해서 이런저런 책을 찾다 마음에 와 닿는 분류 기준을 발견했다.

산문은 자신의 얘기를 통해 독자를 감동시키는 글이고 에세이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빌어 독자를 이해시키는 글이다.

 내 이야기를 직접 쓰니 에세이는 아니고 그렇다고 독자를 감동시키는 경우도 드물 테니 딱히 좋은 산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 알았으니 길을 잃은 기분은 이제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 것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내 글을 살펴보면 김진명 작가처럼 분명 즐겨 쓰는 단어가 있다. 사람들은 말할 때 쓰는 단어를 글을 쓸 때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엔 '솔직히' 또는 '사실' 이란 말을 자주 쓴다. 혹자는 보통 진솔하지 못하기에 그것을 감추려고 솔직히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는 이도 있으나 나의 경우엔 그런 일반화는 좀 억울하다.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서 거짓말을 못 하고 감추는 것도 잘 못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 버리는 것이 내 속이 편하다. 들은 사람은 어떨지 모를지언정.... 그래서 이 것이 진짜 내 본심임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자꾸만 그 단어들을 반복해서 쓰게 된다.


 이는 영어를 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Actually, In fact, 이런 단어를 나도 모르게 말을 할 때마다 앞에 추임새처럼 붙인다. 그렇다! 국어에서 새는 바가지 영어에서 안 새랴.


 남의 것을 유심히 보다 보니 내 것의 부족함이 한없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렇게 깨달아지는 것이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그리 풀이 죽는 기분만 드는 건 아니다. 어떤 목적으로 단어들을 엮어 나갈지 방향을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출발선은 넘은 것 일터. 차근차근 조금씩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길 바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이웃 블로그에서 작가도 아닌 자신이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는 3가지 원동력에 대해 써 놓은 글을 본 적이 있다. 첫 째는 건강한 신체, 둘째는 많이 읽고 기록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원동력이 있었던가? 매일 쓰겠다고 다짐한 나와의 약속과 무엇이라도 써야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내가 매일 글을 쓰는 동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리고 이 또한 휴직이 준 선물 중 하나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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