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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ak May 31. 2021

겨울을 향한 감정의 찌끄레기

: 감정의 찌끄레기

더위를 무척 타는 나는 여름을 싫어했다

껴입는 것은 한계가 없지만

벗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추위를 무척 타는 나는 겨울은 좋아했다

강아지 마냥 눈이 오는 것을 보면 설렜고

쌓인 눈 위에 내 발자국을 처음 남기는 것도 좋았다

눈이 녹았다 다시 언 미끄러운 보도를

뛰어다닐 정도로 균형감각이 좋았던 것도

겨울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였다


나이가 들어서 겨울이 싫어졌다는 엄마의 말은

낭만을 모르는 아줌마의 변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저녁으로 부쩍 싸늘해질 거리를

어깨를 바싹 움츠리며 걷다 보면

나도 이대로 아줌마가 되어

겨울을 싫어하게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 아닌 두려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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