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주변도 쉽지 않은 ADHD
얼마 전에 시부모님을 집으로 모셨습니다.
시아버지는 집안에서 가장 ADHD기질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어릴 적에 (어머님 말씀으로는) 굉장히 똑똑하셨다고 하지만 중학교 까지가 최종 학력입니다. 사실 다른 형제들이 다 대졸이고 교수들인 것을 비추어볼 때 굉장히 동 떨어진 이력을 가지고 있고 저는 ADHD가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교육열이 투철하셨던 분이고, 그때 당시에 재산이 넉넉했던 터라 땅이고 산이고 팔아 아들 교육에 뒷바라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장 똑똑했다는 장남을 중학교까지만 다니게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시아버지는 예전에 술만 마시면 왜 자기는 공부를 안 시켜줬냐고, 그래서 자기가 이렇게 밖에 안된 거 아니냐고 시할머니께 심하게 술주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남편과 아들을 비추어볼 때, ADHD가 심한 상태에서 점점 성적은 떨어졌을 것이고 끊임없이 산만한 행동과 말을 하였을 것입니다. ADHD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 옛날 분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형편없고 문제가 많은 아들로만 비추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도움과 이해를 받기 더 어려웠을 테니까요.
얼마 전에 시부모님 형제분들끼리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어느 날은 매운탕을 먹으러 갔었다고 합니다. 둘째 숙부께서 밑에 형수 및 제수씨들을 챙겨준다고 큰 것들을 퍼주었고 그러다 보니 아버님께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버님이 ‘에이씨, 내 거가 제일 작네.’라고 하면서 기분이 상하셨다는 겁니다. 저는 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챙겨주실 판국에 밑에 동생이 챙기느라 그리되었으면 그러려니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게 그렇게 빈정상하고 화가 날 일일까요? 나중에 어머님 말씀이 ‘니 시아버지는 제일 맛있고 또 제일 양도 많이 줘야지 안 그러면 기분 상한다.’라고 진지하게 당부의 말씀하시는데 ‘이게 그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간장 게장을 담가 가져갔습니다. 직계가족만 모여도 열댓은 되는 터라 넉넉하게 20마리 정도를 담가 갔습니다. 그런데 밥상에 올라간 게는 한 마리 반이었습니다. 한 사람 앞에 하나씩은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간 것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위들은 젓가락만 빨며 아버님 앞에 놓인 게장을 먹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님이 좋아하시기 때문에 아껴 먹어야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분이셨고 남편도 이런 기질이 있습니다. 뷔페에 모시고 가도 배가 터져서 먹지 못할 만큼 산처럼 그릇에 담아서 드시고 종국에는 많이 남깁니다. 식탐 때문입니다. ADHD는 보통 충동 억제가 약하고 즉각적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노년기와 평생 조절이 안된 ADHD기질과 만나면 더욱더 원초적 보상 집착에 적나라해진다고 합니다.
한 번은 홍동이와 자는데 새벽에 트로트 소리가 계속 들려서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위층인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개념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워서 보니 아버님이 새벽에 깨셔서 끊어진 유튜브를 다시 틀어 들으시다가 주무시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눈뜨고 잘 때까지, 심지어 자면서도 유튜브를 틀고 새벽에 깨서 또 보시는 모습이 정말 기이하였습니다. 청동이도 심지어 “할아버지는 맨날 누워서 유튜브만 보거나 자.”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ADHD 뇌는 무자극을 견디기 힘들어하는데 그래서 TV, 유튜브, 라디오를 배경소음처럼 중독적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버님이 딱 전형적인 도파민 의존 패턴을 보이고 계셨습니다.
청동이가 오랜만에 보는 시부모님께 학교에서 받은 우수한 통지표와 그간에 그린 작품들을 보여주며 자랑을 하였습니다. 온통 ‘잘함’과 칭찬으로 물들어 있는 통지표를 보여주며 “아빠도 나처럼 잘했어?”라고 하자 시어머님께서는 능청스럽게 “그럼, 아빠 통지표에는 수, 우 밖에 없었지~”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는 것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퍽 이 나요. 혼난 기억이 굉장히 많고, 수업시간에 들으면 90%가 증발하던 자녀가 ‘수’와 ‘우’만 있을 수 없습니다. 아니 일단 그런 사람이라면 교과 과정에서 배운 기본 상식을 전혀 기억 못 할 리가 없습니다. 어머님도 아들 기 세워주시느라 참 애쓰신다 싶었습니다.
시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이 이야기가 나오자 남편은 “엄마는 내 통지표 보지도 않았을걸?”이라고 한마디 합니다. 누나도 기억하는 통지표에 ‘산만하다’라는 말을 어머님은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하십니다. 한 번은 청동이와 자신의 ADHD를 전혀 인정을 안 하시는 시부모님께 남편이 화가 나서 이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냐고, 끊임없이 잡생각이 나서 집중이 안된다고 이야기하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가만히 계시던 아버님께서 당신도 그렇다며 인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ADHD, 본인도 주변도 참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 금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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