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Feb 21. 2023

본말전도(本末顚倒)

『레코드 포럼』의 추억

클래식과 재즈에 큰 관심 없었던 나를 부록 CD로 입문하게 했던 『레코드 포럼』이란 잡지가 있었다. 90년대 후반 대형서점에서 과월호를 저렴하게 판매하던 이 잡지를 종종 사모았었다. 잡지도 오랫동안 보관하다가 이번에 이사 올 때 버리고 부록 CD들만 남겼다. 본말전도(本末顚倒)의 결과물인 이 CD들을 지금도 가끔 듣는다.     

 

레코드 포럼 컬렉션 중 슈베르트와 슈만 에디션을 가장 즐겨 들었는데 학창 시절 가곡 몇 곡만 기억에 있을 뿐이었던 슈베르트의 곡이 정말 아름답구나 감탄했던 음반이었다. 가곡집을 듣다 보니 기악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아름다운 현악 4중주와 피아노 소나타를 좋아하게 되었다. 일종의 편집 음반인 이 CD들은 칙 코리아, 리 리트너, 래리 칼튼, 팻 메스니 같은 뮤지션들의 뛰어난 연주도 한데 모아 들을 수 있어 그냥 플레이어에 걸기만 하면 멋진 곡들이 연이어 나오는 음반들이었다.      

요즘은 음악도 유튜브로 편리하게 들을 수 있어 예전보다 CD를 들을 기회는 많이 줄었지만 레코드 포럼의 CD 패키지만 봐도 뭔가 풍요로운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정말 많이 들었던 CD들을 오랜만에 꺼내어보니 당시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창 재즈를 좋아해서 대학로 천년동안도, 압구정동 원스 인 어 블루문도 즐겨 가고, 내한 공연도 꽤 많이 갔었는데 조지 벤슨, 다이애나 크롤, 바비 맥퍼린,... 벌써 20여 년 전이라니 세월이 참 야속하다.


일하느라 바빴던 시기였음에도 좋은 공연들은 챙겨 보았던 걸 보면 에너지가 참 넘쳤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도 좋은 곡들만 담겨있는 레코드 포럼 음반을 다시 정리하다 보니 예전 홍대 앞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음반점 사장님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실지 궁금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왜 내 눈앞에 나타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