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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Feb 14. 2023

왜 내 눈앞에 나타나

세 번의 성공을 위해 일곱 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1년 중 나에게 지금은 비시즌이다. 몇 년째 나의 시즌은 4월에 시작해서 10월에 끝난다. 이제 2월 중순이니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시즌이 시작된다. 그렇다. 나는 야구팬이다. 초등학교 때 프로야구가 시작되었고, 당시엔 공중파 채널에서 주말이면 모두 야구중계를 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황금 같은 주말에 몇 시간씩 야구 중계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고, 얼른 야구가 끝나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로 볼모가 되어 알게 모르게 야구에 익숙해졌다. 


잊고 있었던 야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살아난 건 대학 시절, LG 트윈스 이상훈의 광팬이었던 친구와 직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때만 해도 야구장에서는 소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경기 상황에 따라 엄청나게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곳이었지만 특유의 그 낭만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비교적 조용히 야구를 즐기는 편이었지만 내 친구는 트래시 토크도 서슴지 않는 화끈한 팬이어서 같이 있기 창피스러웠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친구 때문에 직관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야구 경기를 볼 때 문득 이 친구는 아직도 야구를 열심히 볼까 궁금해진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영화가 업이 되었기에 물리적으로 야구를 볼 시간이 사라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팀의 오랜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싱가포르에서 6년을 생활하다가 겨울에 돌아와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봄이 되자 부모님이 매일 저녁 야구를 보시는 것이 아닌가. 두 분이 야구를 어찌나 재미있게 보시는지 따라 보다가 다시 야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정말 매일매일 보는 야구가 어쩜 그리 매일 재미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때 야구 경기를 매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우울증이 생겼을지도 모를 만큼 인생의 침체기였다. 내가 야구를 매일 보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팀은 암흑기를 탈출했지만 나는 암흑기가 시작된 셈이다. 싱가포르에서 혼자 6년을 버티면서 사는 동안에는 알지 못했는데 많이 힘들고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진이 빠진 상태였다고 할까. 내 인생에서 가장 무기력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건 부모님도 무척 답답한 노릇이었을 텐데 부모님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고, 그저 야구를 함께 보는 걸로 위로를 해주셨다.  


그렇게 야구를 함께 보던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박용택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언제나 잠실을 지킬 것 같던 박용택은 은퇴를 했고, 박용택을 좋아하던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셔서 나와 야구만 남았다. 그런 박용택이 다시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JTBC 최강야구를 즐겨 보았다. 최강야구 박용택은 부진한 성적으로 선발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어 어깨가 축 처져있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 경기에서 9회 초 5:3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오랜만에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며 안타를 치자 2만 명에 육박하는 직관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연이은 안타로 동점까지 끌고 갔는데 아쉽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경기를 내주었지만 오랜만에 터진 박용택의 안타 장면은 야구팬들이 열광하기에 충분한 순간이었다. 10번의 타격 기회 중 7번을 실패를 하고 3번만 성공을 해도 좋은 타자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스포츠. 무슨 일을 하더라도 3번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7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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