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생 가수 김성호가 1989년에 발표한 ‘회상’을 KBS <백 투 더 뮤직>이란 프로그램에서 다시 부른 유튜브 영상이 300만 조회수를 넘겼고, 댓글은 6,600여 개가 넘었다. ‘웃는 여잔 다 이뻐’,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도 제법 알려진 노래였지만 ‘회상’이 아마 그의 대표곡일 것이다.
김성호는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 박성신의 ‘한 번만 더’, 박영미의 ‘나는 외로움 너는 그리움’, 다섯 손가락의 ‘풍선’, 박준하의 ‘너를 처음 만난 그때’,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등 X세대라면 모두 알고 있을 히트곡의 작곡가로 더 유명하다. 그는 소름 끼치는 가창력을 가졌거나 화려한 무대 매너를 가진 가수가 아니다. 당연히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도 아니다. 그런 그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 맑고 담백하게 부른 ‘회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건 다소 의외다.
그러나, 3분 35초가량의 짧은 노래 한곡이 주는 여운과 감동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 동영상이 화제가 되어 김성호의 다른 영상들도 찾아봤다. 2004년 <콘서트 7080>에 출연했던 모습은 2021년 <백 투 더 뮤직>의 초로의 노신사의 모습과는 달리 훨씬 젊고 살집이 좀 있어 세월의 간극이 크게 느껴지고 고독함이나 쓸쓸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무대였다.
수많은 댓글 중 가장 공감이 갔던 한 줄은 “김성호의 회상은 지금 부르려고 만든 노래”였다. 그 말에 천 퍼센트 공감이 되었다. 30세의 김성호보다 환갑을 넘긴 김성호가 부르는 ‘회상’이 그 회한의 무게와 색깔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담담한 가사가 더 슬픈 ‘회상’은 반전도 있다.
노래를 듣는 누구라도 이건 정말 김성호가 겪은 이별을 노래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실제 상황 같은 이미지가 그려지는데 김성호가 밝히길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게 될 장면을 상상해서 쓴 가사였다는 것이다. 사랑도 시작하기 전에 이별을 상상해서 노래를 만들다니… 창작자의 상상력이란… 사실을 알고 나니 감동이 살짝 뒤로 주춤하는 느낌이지만 아름다운 노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노래 제목이 ‘회상’이 아니라 ‘김성호의 회상’이란 것이다. 당시 ‘회상’이란 제목의 노래가 많아서 자신의 노래를 구분하고 이름도 알릴 겸 해서 ‘김성호의 회상’으로 제목을 바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