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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an 18. 2023

그 카페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카페전쟁에서 살아남길 원한다면…

단골 빵집이 휴무여서 발길을 돌리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디저트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치즈 케이크, 호두 파이, 쿠키 등을 사서 돌아서려는데 크림 브뢸레 맛보고 가시라고 불러 세운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동네 카페의 매력은 또 누리고 볼일이니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주저앉았다. 


지나가다가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들어와 본 건 처음이었는데 개업한 지 5개월 정도 되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골 위주로 영업을 해야 할 만한 외진 위치에 있는 작은 카페라 고전하시는 눈치가 역력했다. 하긴 동네 디저트 카페의 큰손인 내가 처음 왔을 정도니… 


크림 브뢸레도 맛있었고, 커피도 훌륭했다. 수제 디저트와 좋은 원두에 대한 사장님의 자부심도 대단하셨다. 그런데 일단 와서 먹어봐야 알 수 있을 테니 답답한 노릇이겠지 싶은데 사장님이 욕심이 많거나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성향도 아니고 조용조용한 성격이어서 영업에 애를 먹는 듯했다. 카페가 유난히 많은 동네라 잘 되는 몇 군데만 살아남고,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카페가 상당수인 걸 목격해 온 터라 사장님의 전투력으로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연말에만 3군데가 폐업하는 걸 본 지라 모처럼 발견한 맛집이 금세 사라지지 않을까 조바심이 생겼다.  그럴 만도 한 게 카페가 워낙 많다 보니 맛집이라고 잘된다는 보장이 없고, 특히 위치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정 붙일만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꽤 잦았다. 게다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의 직격탄을 알게 모르게 겪고 있는 업종이 카페라는데 유제품, 밀가루, 식용유 가격이 모두 크게 올라서 마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이사를 와서 임대료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카페를 해볼까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금방 접게 된 이유가 단골 빵집 사장님의 엄청난 노동 강도를 지켜보고 나서였다. 30대 초반 사장님은 메뉴 개발도 열심히여서 갈 때마다 새 메뉴를 선보이고, 콤푸차, 온갖 과일청, 그릭 요구르트까지 모두 직접 만들더니 단체 주문, 선물세트까지 5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혼자 그 모든 걸 감당한다. 그 정도 하니 입소문이 나서 반년도 안돼서 자리를 잡는 걸 보고 나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포기했다. 그렇게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카페나 해볼까’하고 덤볐다가는 거덜 나기 딱 좋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골목마다 들어선 그 많고 많은 카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한 치트키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라면 만족도가 높은 곳을 찾아가기 마련이고, 독보적인 시그니처가 있다면 기꺼이 값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나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는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에 대기줄이 없을 때 딱 한번 가본 적이 있다. 단 한 번이었지만 뭐가 그리 특별해서 이렇게 손님이 많을까 하는 궁금증이 풀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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