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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r 27. 2023

60겹의 얼음을 쌓아 완성하는
컬링 경기장

변수를 통제하면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예상 못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종목은 단연 컬링일 것이다. 팀킴으로 알려진 경북체육회가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여자단체전 은메달을 수상하면서 컬링의 매력과 재미를 알게 되었지만 국제규격의 경기장이 경북 의성과 태릉 선수촌 2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저변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소수의 컬링 선수들이 컬링 강대국인 유럽과 북미의 나라들을 상대로 엄청난 선전을 펼치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성과였다. 


평창 올림픽 이후 의정부 컬링장 개장을 앞두고 경기장 얼음을 만드는 아이스 테크니션을 취재한 적이 있다. 빙판에 돌덩이를 굴려서 표적에 올리는 생소한 스포츠 컬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빙질을 제작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전문 테크니션이 극소수이다 보니 경기장 운영과 관리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경기장의 아이스를 제작하는 과정은 섬세한 기술과 인내심이 필요로 하는데 0.1~0.2mm 두께로 50~60겹으로 얼음을 쌓아 3~5cm의 빙판을 만들고 그 빙판의 표면 온도는 영하 5도, 대기 온도는 영상 8~12도, 습도 40~50%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빙판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열효율이 떨어지고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만큼 변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포나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게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물을 만들어서 작업하는데 순도 0 상태인 증류수를 만드는 정수 시스템을 갖춰서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빙판이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다시 처음 콘크리트 작업부터 해야 하고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니 보통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별다를 것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한 번의 실수나 사건으로 인생 자체가 달라지는 사람을 종종 본다. 나쁜 길로 들어섰다가 개과천선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순하고 평범하게 살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살다 보면 평범한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자초한 불행을 겪는 사람도 있겠지만 뉴스에서 개인뿐 아니라 온 가족의 인생을 송두리째 삼켜버리는 비극을 볼 때마다 그저 오늘 하루 별일 없이 보낸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구나 싶다. 내 인생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변수를 모두 알아차리고 지우면서 산다는 것은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느닷없이 마주하는 돌발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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