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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r 28. 2023

꽃 사러 나오세요, 꽃!

봄을 싣고 오는 꽃트럭

작년 봄에 만났던 꽃트럭을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작년에 “꽃 사러 나오세요, 꽃!”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목소리에 주문에 걸린 듯이 끌려나가 사 왔던 무스카리, 라넌큘러스, 호주 매화 등으로 작년 봄은 참 화사했었다. 꽃나무를 많이 키우는 단골 빵집 사장님이 겨울에 동사한 화분들이 많다고 속상해했는데 올봄 수국과 아네모네를 들여놓아 다시 화사해진 테라스를 보고 나도 라인업을 새롭게 해야겠다 싶었다. 지난겨울, 거북 알로카시아, 포인세티아 등이 저물어서 봄이 되면 새로운 꽃나무를 들여놓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꼭 맞는 타이밍에 꽃트럭이 온 것이다.


올 시즌 첫 등판이라 힘을 준 듯 트럭에는 온갖 화분들이 꽃미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작년에 사고 싶었지만 때를 놓쳤던 노란 프리지어와 아직 꽃봉오리만 있는 제라늄을 집어 들었는데 구석에서도 존재감이 있는 떡갈고무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떡갈고무나무를 사고 싶었지만 대체로 덩치가 큰 녀석들 뿐이어서 사 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너무 크지 않은 화분에 가격도 저렴해서 얼른 집어 들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저씨가 열심히 권유하던 로즈마리도 어느덧 내려놓고 있었다. 


보통은 단골 화원에서 화분을 들여놓는데 차가 없는 나는 화분을 사서 집에 가져오는 게 영 번거로운 일이어서 작년에도 꽃트럭이 올 때마다 이것저것 들여놓곤 했다. 3천 원짜리 작은 화분부터 1만 원이 넘는 제법 큰 화분까지 꽃과 나무 구경을 하다 보면 이것도 끌리고, 저것도 끌린다. 최근에 특별히 사는 것이 없다 보니 화분을 보면 그렇게 욕심이 생긴다. 이사할 때는 이거 다 어떻게 하나 싶은 걱정도 들지만 일단 마음에 든 화분은 눈에 계속 밟혀서 언젠가는 사게 되는 것이 그동안의 패턴이라 언제 사게 돼도 살 거, 조금이라도 오래 보게 마음에 들면 바로 들여놓고 본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식물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은 방이나 주방에 화분이 가득하고, 유튜브도 식집사 채널이 가장 재미있는 걸 보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화분을 들였다가 죄다 시들어 버렸다면 재미를 못 느꼈을 것이다. 별로 하는 것도 없이 흙이 마르면 물 주는 게 전부인데 꽃도 피고, 싱싱한 푸른 잎이 나오는 모습을 보다 보면 힐링이 따로 없다.


방안에 프리지어와 로즈마리의 향기가 뿜뿜하니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방인데도 전혀 다른 기분이 된다. 작년 봄을 떠올리면 일주일에 한 번씩 거의 두 달 동안 찾아오는 꽃트럭의 “꽃 사러 나오세요, 꽃! 화분갈이 하세요, 화분!”의 유혹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지 살짝 걱정도 되지만, 멀리 나들이 가지 않아도 화분 몇 개만으로 봄이 찾아온 것 같으니 이만한 기분전환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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