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수입해서 심고 가꿔왔던 무궁화의 아이러니
지난가을 제주 송악산에 갔을 때 색이 묻어날 것처럼 진한 노란 꽃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꽃의 정체는 노랑 무궁화(황근. Hamabo Mallow)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선정된 귀한 꽃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무궁화는 자생지가 사라져 외래종을 옮겨 심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 무궁화 씨앗 439kg을 수입했고, 묘목 역시 60만 그루를 베트남, 대만, 태국 등지에서 수입했다고 알려졌다. 명색이 국화인 무궁화를 모조리 외국에서 수입해서 심고 가꾼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심고 가꿨던 무궁화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수입된 것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생종 노랑 무궁화를 복원하여 증식한다는 계획을 세워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 노랑 무궁화가 특별한 이유는 현재 무궁화 속 식물 중 유일하게 남은 자생종으로 한 때는 남쪽 지역 해안가에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해안도로 건설로 인해 자생지의 대부분이 파괴되어 노랑 무궁화를 보기 힘들어져 멸종 위기에 이른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노랑 무궁화 증식 프로젝트는 2017년 4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단체, 제주생물자원기업 간의 “제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여 송악산 도립공원에 2500여 본을 식재하였다.
지금 추세라면 노랑 무궁화 또한 자생지를 잃고 이 땅에서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따뜻한 바닷가에서 성장하는 종의 특성상 아직은 도시에서 보기는 어려운 꽃이지만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노랑 무궁화의 증식과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멀지 않은 미래에 좀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