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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pr 06. 2023

일희일비 야구팬의 시즌이 돌아왔다.  

<아워 게임>을 보려고 티빙을 가입하다니…

<오징어 게임> 신드롬으로 떠들썩했을 때도, <더 글로리> 열풍이 거셀 때도 나는 OTT 서비스 가입 대열에 끼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 등 국내 업체와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파라마운트 등 해외 업체들까지 가세해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3~4개 이상 가입은 기본인 듯하다. 인기 콘텐츠를 못 본다고 해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막상 가입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면 시간도 많이 뺏길 것 같아 여태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아워 게임>을 보기 위해 티빙에 가입하고 말았다! 재미있는 드라마도 아니고, 야구팀 다큐인데 그걸 보겠다고 가입을 하다니… 첫회를 보고 지난 시즌 플레이 오프 경기를 다시 보려니 잊혔던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2회를 차마 못 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중이다. LG 트윈스 팬들이 아니라 키움 히어로즈 팬들을 위한 다큐라는 댓글이 틀린 말이 아니구나 싶었다. 


144경기 87승 2무 55패 승률 .613 달성하고도 우승을 못한 것도 역대급이었지만 플레이 오프 첫승을 하면 시리즈를 잡을 확률이 80%라는데 나머지 20% 확률의 주인공이 되어 1승 3패로 광탈하는 장면을 보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첫 경기를 이겼을 때만 해도 수월하게 한국 시리즈 진출하겠구나 싶었는데 두 번째 경기에서 1점 차로 패할 때 불안감이 엄습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고 3경기를 내리 내주면서 20년 만에 한국 시리즈 진출의 꿈이 무산되고 말았다. 


두 번 연속 하위팀에게 시리즈를 내주면서 탈락한 충격으로 LG 트윈스 역사상 최다승을 기록한 류지현 감독은 재계약이 불발되었다. 1994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류지현이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우승하는 모습을 감격스럽게 지켜보고 싶었던 소망은 허무하게 날아가버렸다. 겨울 내내 스토브리그에 관심을 끊고 지내다가 개막이 다가오니 또 슬금슬금 시범경기부터 예열을 시키고 있었는데 LG 트윈스의 2022년을 소재로 한 다큐가 공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만 티빙 가입을 하고 말았다. 


4월의 시작과 함께 프로야구 경기시간인 오후 6시 30분을 중심으로 일상이 재배치되었고, 야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해야 하는 바쁜(?) 일정으로 꾸려지고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단도 강행군이 이어지지만 돈이 나오는 것도,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닌 야구를 매일 보는 헤비팬들의 일상도 크게 요동친다. 하루에 3시간 이상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사실 다른 콘텐츠를 볼 시간도 여력도 없다. 오직 야구를 볼 시간만 허락된다고 볼 수 있다. 


야구를 보는 일은 매우 에너지를 뺏기는 일이기 때문에 야구를 보고 나면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경기 끝나면 딱 잠잘 시간이 되기도 하고… 열받게 패하는 날이면 혼술을 하면서 쓰린 속을 달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냥 바로 잠자리에 드는 편이라 4월부터 10월까지는 불면증으로 고생하지 않고 꿀잠을 자는 좋은 점도 있다. 고작 5경기를 했지만 올시즌은 어느 때보다 울화통 터질 것 같은 쎄한 예감이 든다. 우승은 개뿔, 가을야구만 해도 다행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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